< 19 >와 < 21 >. 앨범 타이틀 참 쉽게 정한다. 아델(Adele)은 데뷔앨범 < 19 >처럼 < 21 >도 자신의 나이를 내걸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반증이다.
아델은 두 번째 정규앨범 < 21 >에서 2008년에 발표한 < 19 >보다 성량을 높이고 파워를 키웠다. 꾸밈없고 수수한 연주는 목소리 기름지고 풍부하게 부각시켜 대비효과를 극대화했다. 그의 보컬이 단단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는 그래미의 신인과 최우수 여성 가수자라는 과시용 훈장이 아닌 흔들리지 않는 가창에 대한 자존심에서 시작한다.
첫 앨범에서는 두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홀로 만들었으나 < 21 >에서는 11곡 중 10곡을 합작했다. 이것이 < 21 >의 열쇠. < 19 >의 성공은 유명 음악인들과의 협력을 비교적 쉽게 이룩했고 그 결과 아델은 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과 원 리퍼블릭(One Republic)의 라이언 테더(Ryan Tedder)를 초빙해 사운드의 조율과 곡의 완성도에서 순도 높은 소울, 알앤비 음반의 탄생을 묵도(黙禱)한다.
라이언 테더가 작곡과 프로듀싱, 드럼 연주까지 리드해 소리의 울림이 큰 소울 트랙 'Rumor has it'과 진중하면서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 원 리퍼블릭 스타일의 'Turning tables'는 정반대의 접점에서 < 21 >의 존재감을 최대로 끌어안는다. 폭이 넓고 깊은 아델의 보컬은 확실히 노래를 지배하고 다루는 능력이 비범하다.
아델 스스로가 '어둡고 블루지한 가스펠 디스코'라고 설명한 첫 싱글 'Rolling in the deep'은 영국에선 정상 탈환에 실패했고 미국에서는 68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비영어권인 벨기에, 독일, 이태리, 네덜란드, 스위스에서는 1위에 올랐다. 그리고 2월 26일자 영국 차트에서는 아델의 앨범 < 19 >와 < 21 > 그리고 'Rolling in the deep'과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Someone like you' 모두 5위권 안에 들면서 비틀스 이후 대기록을 프린트했다.
재즈가 융화된 1970년대 후반의 도시적인 팝 알앤비 분위기의 'He won't go'와 교회 가스펠의 경건함을 재현한 'Take it all', 감동적인 가창력을 선사하는 소울 넘버 'One and only'까지 < 21 >은 '레트로 소울'의 환희를 전달한다. < 19 >이 1960년대 소울의 재해석이었다면 < 21 >은 1970년대를 포함한 그 이후의 흑인 뮤직에 대한 광범위한 헌정이자 감사의 표현이다.
1집에서 밥 딜런(Bob Dylan)의 'Make you feel my love' 한 곡만을 리메이크한 것처럼 이번에도 고스 록 밴드 큐어(Cure)의 전미 차트 2위 곡 'Lovesong' 만을 커버했다. 아델은 어둠의 미학을 갈구하는 이 곡을 큐어보다 한층 더 우울한 연가(戀歌)로 부활시키며 앨범의 진중함에 방점을 찍는다.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차트 탑을 기록한 < 21 >은 3년 전, 라이벌로 등장했던 더피의 소포모어 앨범 < Endlessly >와 공개시기가 맞물려 있지만 그 평가는 대칭점에 위치하고 있다. 선배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와 조스 스톤(Joss Stone)이 레임덕을 겪고 있는 현재, 브리티시 네오 소울의 여왕 대관식은 아델을 기다린다.
앞으로 아델이 몇 장의 음반을 더 발표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의 마지막 앨범 타이틀이 < 79 >였으면 좋겠다.
-수록곡-
1. Rolling in the deep [추천]
2. Rumor has it
3. Turning tables [추천]
4. Don't you remember [추천]
5. Set fire to the rain
6. He won't go [추천]
7. Take it all
8. I'll be waiting
9. One and only
10. Lovesong
11. Someone like you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