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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Side Of My Heart
서영은
2005

by 이민희

2005.04.01

정규 음반보다는 OST의 수록곡, 혹은 리메이크 곡으로 지지층을 확보해왔던 서영은은 그래서 참 아쉬웠다. 드라마에 살을 입히고 추억이 된 익숙한 노래를 재해석하기 이전에 벌써 다섯 번째로 발표하는 이번 음반이 말해주듯, 제 음악을 가졌고 또 그걸 노래하는 본능적인 가수이기 때문이다. 음반이라는 완결편보다 히트곡이라는 번외의 단편으로 우리와 친숙했던 그녀는, 보다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그리고 탁월한 완성작으로 본래 존재의 의미(?)를 분명히 한다. 미리부터 말하자면 5집 < Sunny Side Of My Heart >는 서영은 최고의 작품이다.

가수로서 서영은의 최강점은 무엇보다도 상황을 낙관하고 궁극적으로 희망을 지향한다는 데에 있다. 'sunny side of my heart', 즉 '내 마음의 양지'라는 예쁜 제목은 그래서 당연한 귀결이다. 그녀는 지금 따뜻한 햇살을 품고 있다. 그건, 흔들리지 않고 오랜 시간 지켜 온 중심이다. 타이틀 곡 '중독'이나 '꽃잎', 그리고 '아버지'가 슬픈 감정을 실어 지나간 사랑과 후회를 노래하고 있어도 그래도 여전히 서영은의 목소리는 맑고 밝다. 어느 시구처럼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나 할까. 예의 예쁘고 산뜻한 발성으로 슬픔을 다독이면서 '내 마음의 양지'를 찾아 가는 가슴 뛰는 과정이 다섯 번째 음반에 담겨 있다. 요즈음 말로, 참 '착한' 음악이다.

잔잔하게 시작해 서글픈 몇 곡을 지나면 어쿠스틱 기타의 맑은 울림이 인상적인 '5월의 연인'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퓨전 재즈 밴드 티 스퀘어(T-Square)의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 마사히로 안도(Masahiro Andoh)가 작곡한 노래다. 거장과의 합작은 지속된다. '열대야'와 'More than lemonade' 역시 그가 빚은 선율이다. 좋은 작곡과 연주, 그리고 편곡이 바다를 건너 한 대륙의 여가수를 만났다. 5월 발매 예정인 티 스퀘어의 신보에도 수록될 이 노래들은 참 기분 좋은 수확이다. 보아와 배용준만이 일본을 자극한 스타는 아니었던 셈이다.

'내 안의 그대', '너에게로 또 다시' 등 일전에 불러왔던 발라드는 보다 확장되었다. 부성애를 자극하는 '아버지'와 안정된 전개의 타이틀 곡 '중독'과 주변부(?)의 '봄날', '꽃잎' 등은 편곡의 스케일이 훨씬 커졌고, 감정의 표현을 극대화했다. 성숙이라 말하기엔 조금 부담스럽고, 그냥 긍정적인 발전 내지는 도약이라 해 두자. 서른을 넘기며 함께 농익어가는, 장수형 여자 발라드 가수의 표본이랄 수 있는 왁스(Wax)나 이소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작법이나 발성의 차이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녀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빛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생동감은 재즈풍의 새초롬한 곡 '꼬마 마녀'에서 만개해 꽃을 피운다. 들을 때마다 웃음이 피어오르는, 동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아기자기한 노래다.

서영은의 5집 < Sunny Side Of My Heart >는 결국 인간적인 희망을 노래한다. 가수에게 있어 노래하는 기쁨 만한 것이 있을까. 그 기쁨의 노래로, 노래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햇빛 따뜻한 양지에서의 반가운 조우를 약속한다. 한때 사랑하던 정인을('중독'), 가족을('아버지'), 어린 날의 추억을('꼬마 마녀'), 그리고 타국 뮤지션과의 동지애(티 스퀘어와 함께!)를 떠올리고 찾고 만나며 부르는 목소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가슴 벅찬 건강함이 실려 있다. 쿨이라는 냉소적인 수식이 유행이 된 어두운 나날에 만나는, 의외의 따뜻한 진심이다.

-수록곡-
1. Sunny side of my heart (작곡 : 최승진)
2. 너만을 위한 노래 (작사 : 서영은 / 작곡 : 최승진)
3. 아버지 (서영은 / 최승진)
4. 5월의 연인 (서영은 / Masahiro Andoh)
5. 중독 (이희승 / 한성호)
6. 꼬마 마녀 (서영은 신선해 / Keijo Kawano)
7. 봄날 (윤의원 / 박성윤, 송양하)
8. 꽃잎 (서영은 / Hirotaka Izumi)
9. 천사와 악마 (서영은, 윤의원 / 김장원)
10. 열대야 (서영은 / Mashiro Andoh)
11. 워워 (서영은 / 최승진)
12. More than lemonade (서영은 / Masahiro Andoh)
13. 눈의 꽃 (Kenzie / Matsumoto, Ryoki)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