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를 제외한 서영은의 히트곡들은 대개 하나의 틀이 잡혀있다. 가벼운 모던 록 사운드에,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그리고 힘을 불어 넣어주는 긍정적인 노랫말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에 삽입되어 큰 성공을 거둔 '혼자가 아닌 나'였다. 재즈 보컬이 아닌 대중 가수라는 직함을 확인시켜 준 이 곡의 선전에 그녀는 상당히 고무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희망가 패턴은 일정 수준의 히트를 보증하였고 최근 몇 장의 앨범에서 반복되어 왔다. 자칫 자기복제라는 안이한 기획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위험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대중적 성공을 겨냥한 전략적 앨범이라는 시선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음악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보 < Happily Ever After >는 고집스럽게도 히트 공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밉지 않은 이유는 어느 때보다도 본인의 진실된 마음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1월, 그녀는 재미교포와 결혼식을 가졌다. '그 사람의 결혼식'을 부르던 구슬픈 목소리의 여인은 이제 더없이 행복한 한 남자의 신부가 되었다. 수록곡 10곡 중 단 하나의 발라드도 없이 앨범 전반에는 신혼의 달콤함이 녹아들어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서영은이 직접 써내려간 노랫말이다. 아무리 흔한 주제어라 해도 '행복' '사랑'이란 말이 이토록 자주 쓰인 앨범은 흔치 않을 것 같다. 심지어 타이틀곡의 제목은 '완소 그대'이다. '완전 소중한 그대여 ... 그대 내 곁에 있는 이 순간에 날개 없이도 날 것 만 같아' 자신의 단점까지 아껴주는 연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데 유행어의 사용이 대수일까. 아마도 이 곡은 서영은의 경력 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선사한 곡으로 '너 없이는 죽을 것 같'다고 고백하는 '오'로 시작해 사랑의 밀어를 꿈꾸는 'Plz say it 4 me'를 지나 서영은이 직접 만들어 진심을 더하는 자장가 'Nighty night'로 앨범의 문을 닫을 때까지 러브송이 줄을 잇는다. 물론 '그 사람' '그 해 겨울'과 같은 이별 이야기도 있지만 그마저도 최루성 발라드가 아니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앨범엔 온기가 흐른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있고 들뜬 마음의 떨림이 느껴진다. 본능을 앞세운 관능미, 쿨함을 표방하는 인스턴트 러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네 생각에 아무 것도 잡히질 않'고 '너만 보면 두근두근 실수투성이'가 되는 그녀 방식의 착한 사랑이다. 이는 듣는 사람마저도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할 만큼 힘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서영은의 '웨딩 앨범'이다.
제반 상황으로 보건대 단 한사람을 위해 불렀음이 분명한 앨범이다. 그런데도 다수에게도 어필할만한 묘한 설득력이 있다. 사랑이란 소재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도구라는 점을 넘어서 가장 솔직한 순간의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목소리의 표정이 이토록 밝을 수는 없다. '그 사람의 결혼식' '중독' 같은 과거의 노래에 비해 현재의 주인공은 딴 사람이라 생각될 만큼 기쁨에 차있다. 비록 음악적 시도는 없이 여전히 드라마 타이틀에 어울리는 노래를 하지만 앨범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진심은 통속성을 앞지르는 법이다.
-수록곡-
1. 오 ( 작사: 서영은 / 작곡: 강현민 / 편곡: 강현민 )
2. 마리아주 ( 서영은 / 한성호 / 한성호 )
3. 완소 그대 ( 서영은 / 문정규 / 문정규 )
4. 스타탄생 ( 서영은 / 김동혁 / 김동혁 )
5. 유후 ( 서영은 / 한승훈 / 한승훈 )
6. 그 사람 ( 서영은 / 김찬진 / 김찬진 )
7. Plz say it 4 me ( 서영은 / 이한민 / 이한민 )
8. 그 해 겨울 ( 서영은 / 한승훈 / 한승훈 )
9. 소나기 ( 서영은 / 김재양 / 김재양 )
10. Nighty night ( 서영은 / 서영은 / 김재양 )
프로듀서: 한성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