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oul Saver
화요비
2004

by 신혜림

2004.07.01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깊고 유연한 음색을 들려주는 박화요비의 신보 <Soul Saver>는 회색빛이다. 단지 재킷의 색깔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이미지가 그렇다. 과거의 음악보다 훨씬 더 진한 노래들을 풀어놓고 있는데다, 몇 곡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슬픈 R&B가 주도적으로 앨범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시도한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우선 머릿곡 '언제라도'부터가 기존의 타이틀곡들과는 차별화된 개성을 뿜어낸다. 박화요비는 곡에서 그간 선보여 왔던 서구적 R&B 스타일 위에 동양적인 멜로디를 함께 버무려 색다른 음악 스타일을 주조해냈다. 동양적 이미지 외에는 평범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만의 음악적 센스와 감성으로 한껏 치장되어 대표곡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박화요비의 재능은 그녀의 자작곡에서도 빛을 발한다. 'Dandelion'은 코러스가 인상적인 정통 R&B로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기질을 확연히 드러내준다. 음향효과가 돋보이는 새드 송 'Dryflower' 역시 박화요비의 곡으로 뮤지션으로서 나아갈 그녀의 행보를 예견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의 SF판타지 만화영화 <알렉산더 전기>의 주제곡을 리메이크한 코야나기 유키(Koyanagi Yuki)의 노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도 인기몰이에 한몫 할 것이다. 귀에 쏙 들어오는 밝은 음악으로 수록곡 중 가장 넓은 대중적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리드미컬 소울을 시범하는 '12시 5분'은 박화요비의 코러스가 유달리 빛을 발하는 곡. 'I'll be your fool'는 재즈풍 리듬이 돋보이며 소울스타(Soulstar)와 호흡을 고른 '맑음 뒤 흐림'은 맑은 멜로디에 흐린 가사를 결합시킨 아름다운 듀엣곡이다. 박화요비식으로 리메이크한 박효신의 히트 넘버 '바보'는 듣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전하고 있다.

수록곡을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음악과 가창력 모두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강한 임팩트의 부재다. 이것은 자칫하면 좋은 노래들이 담겨있음에도 음반을 다소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음악적 감동을 위해서는 무언가 부족한 회색의 불안정함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첫 앨범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을 그녀에게 주목하게 만든 그 위력이 그립다. 박화요비만의 강한 호소력이 못내 아쉬운 음반이다.

-수록곡-
1. 언제라도 (작사: 손상민 / 작곡: 박성일)
2. 연극 (김경화 / 조우진)
3.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 (H.E.Y / Nakazaki Hideya)
4. Dandelion (박화요비 / 박화요비)
5. 12시 5분 (서하나 / 박성일, 이현욱)
6. Dryflower (윤사라 / 박화요비)
7. Interlude
8. 겨울나비 (루이 / 윤영준)
9. I'll be your fool (손상민 / 윤재경)
10. 맑음 뒤 흐림 (루이 / 박성일)
11. 바보 (조우진 / 조우진)
12. Interlude
13. Maze (Jay / 황찬희)

프로듀서: 박성일, 조우진(Track 2, 11)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