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화요비
2006

by 김소연

2006.03.01

차분히 하나하나 발표해 온 화요비(박화요비에서 화요비로 이름을 바꿨다)의 정규 앨범이 벌써 다섯 장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음반을 발표하고 20대 중반 쯤 들어서면 벌써 중견 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가요계의 관행을 미루어 볼 때 놀랄 일은 아니다. 어쨌거나 스물다섯의 아가씨가 정규 5집 < 5˚ >를 냈다니, 그 앨범 수가 좀 많아 보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알앤비 가수답게 알앤비 발라드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화요비의 5집은 한 곡 한 곡 알차다. 하기는, 그의 앨범들은 언제나 정성이 담겨 있었다. 다섯 번째 정규 음반도 그 정성스러움을 거부하지 않았고 말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단박에 머라이어 캐리를 연상케 하는 탄탄한 가창력과 감각적으로 구사하는 목소리의 기교가 빛나는 그의 노래가 우선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 노래를 담아내는 갖가지 곡들도 썩 잘 어울린다.

흥미롭게 살펴볼 것은 타이틀곡이다. 화요비는 타이틀곡 선정에 고심했던 것 같다. '맴맴 돌아' 와 '사막을 나는 나비' 사이를 왔다 갔다 했으니 말이다. 우선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맴맴 돌아'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앨범을 대변하는 알앤비 스타일의 곡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알앤비 발라드가 과포화 상태에 이른 가요계에 반가운 팝 발라드다. 알앤비 발라드의 대명사 화요비가 부르는 지극히 가요적 감성을 짙게 품은 노래이기 때문에 신선하기도 하다. 비교적 단순하지만 애틋한 감정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부담스러운 기교를 자제하고 조금은 투박하지만 시원스럽게 불러낸 화요비의 노래가 궁합이 잘 맞는다. 따뜻한 가요의 감성으로 대중에게 두루 어필할만한 곡이다.

그러나 원래 타이틀곡으로 내정되어 있다가 '맴맴 돌아'에게 자리를 내어준 '사막을 나는 나비'도 못지않게 돋보이는, 조금은 실험적인 곡이다.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하림의 하모니카 소리가 포인트를 주는 이 곡은 멜로디와 편곡, 그리고 화요비의 노래까지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판에 박힌 요즘의 알앤비 발라드를 거부하고 있다. 사실 5집 쯤 된 가수라면 이런 곡으로 끝까지 멋을 부려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가졌지만 언제나 왠지 모르게 박정현 등의 가수에 비해 굵직한 가수라는 느낌이 덜 들었던 것은 어려서 데뷔한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곡을 앞세웠더라면 자신만의 매력을 더욱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좋은 노래를 선택해 갈고 닦은 목소리를 정성스레 실어내는 가수로써의 본분은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 1집에서 돋보였던 발라드 '그런 일은'을 연상케 하는 '미안하지만 이렇게 해요'와 같은 팝 발라드도 팬들의 애청곡 리스트에 오를 듯하며, 정통 알앤비 발라드로 진득한 알앤비 향기를 풍기는 '전화해줘요'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팝발라드와 알앤비가 고루 섞인 가운데 윤종신이 선사하고 하림이 다듬은 '문득 그리운 날에'가 귀를 잡아끌기도 한다. 듣기 좋은 코러스가 곡의 재미를 더한다.

음반도 매끈한 흐름을 잘 유지하고 있고, 화요비의 노래도 언제나 그랬듯 훌륭하다. 가수에게 노래라는 정공법이 점차 매력이 없는 듯 보이는 가요계에 화요비의 존재는 그래서 자극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5집 가수로써 약간의 만용을 부려보는 것도 좋았을 듯싶다. 앨범은 다섯 장이나 내놓은 중견 가수이지만, 아직은 매체와의 인터뷰 등에서 풍부한 감성을 엉뚱하게 표출하기도 하는 풋풋한 스물다섯의 아가씨니까.

-수록곡-
1. 맴맴 돌아 (작사 : You & Me, 작곡 : 이상호)
2. 사막을 나는 나비 (채정은 / 김진훈)
3. 전화해 줘요 (정연준 / 정연준)
4. 미안하지만 이렇게 해요 (이치훈 / 신형)
5. Eternally (Mavie / Takayuki Kobayahi)
6. I'm already gone (You & Me / Harvest)
7. 불꽃 (루이, Jay / 박성일)
8. 습관의 노크 (윤사라 / 김민수)
9. 금새 달아나 (You & Me / 이상호)
10. 바람이면 좋겠다 (채정은 / 정유진)
11. Missin' you (김태윤 / 김진훈)
12. 문득 그리운 날에 (윤종신 / 윤종신)
13. Scene 5 (이치훈 / 박화요비)
14. 36.5˚ (박화요비 / 박성일)
15. 원 (박화요비 / 박화요비)

프로듀서 : Chang Ko Woong
김소연(mybranch@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