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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HIGH-FIVE)
페퍼톤스(Peppertones)
2014

by 정효범

2017.03.01

새롭던 것도 익숙해지면 낡은 것이 된다. 이 같은 시간의 흐름은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올해로 데뷔 13년 차 뮤지션이 되는 페퍼톤스의 곡들도 강산의 변화를 맞이했다. 그들은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창립 슬로건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5집은 초기작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컴퓨터를 거치던 악기와 보컬은 리얼 사운드로, 메시지는 공상적인 것에서 일상적인 것들로, 도시적 세련미가 느껴지던 편곡은 빈티지 스타일로 변했다.

밴드로의 전환에 약간은 익숙해진 듯 한결 가벼워졌다. 애니메이션 주제가처럼 명랑하던 선율은 적당한 활기를 갖춘 대중적 멜로디로 변모했다. 페퍼톤스 음악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여기에 각종 효과음을 더하며 촘촘하게 쌓아 올린 편곡은 밴드 중심의 미니멀한 모양새를 갖췄다. 당연히 전작과도 차이가 있다. ‘검은 산’ 1곡뿐이었던 여성 객원 보컬의 자리는 피처링 수준으로 좁혀졌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넘치도록 담겼다. 그나마 초창기의 태도를 보이던 ‘Bikini' 같은 일렉트로닉도 없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반임을 표방하는 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따스하고 정겹다. 컨트리 사운드의 'New chance!', 소박한 편곡의 ‘근데 왜’, ‘도시락’엔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 음반 발매 1년 전 싱글로 공개된 ‘Thank you'가 수록된 것에 반갑다.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어쿠스틱 기타 전주와 청춘을 위로하는 노랫말로 유명한 이 곡은 5인조 밴드 체제로 들어선 이후 가장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트랙 끝에 있는 ‘Credits’에서는 앨범 참여 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감사를 표한다. 다양한 효과음을 배치하며 재미를 살리던 초창기 때의 엉뚱함과 재기발랄함은 역시 그대로다.

다만 짱짱한 기타 편곡이 돋보이는 ‘굿모닝 샌드위치 맨’, 'Solar system super stars', ‘Fast'가 아쉽다. 오토튠 처리를 하지 않은 날것의 보컬과 화음, 멜로디가 물과 기름 같다는 느낌을 준다. 오히려 전작의 ‘행운을 빌어요’나 < Open Run >의 ‘신도시’가 조화롭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개성과 대중성을 함께 살리려 한 시도가 인상적이다. 구수한 창법의 ‘풍년’, ‘몰라요’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위트가 돋보이며, 옥상달빛과 함께한 ‘캠퍼스 커플’과 ‘스커트가 불어온다’는 페퍼톤스를 모르는 이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산뜻한 구성을 갖춘 곡이다.

물론 변화에서 오는 호불호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들의 ‘뉴테라피’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약의 성분이 매번 똑같으면 효과도 없고 도리어 내성이 생긴다. 치료제임은 변함없되 재료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초기 페퍼톤스의 음악에는 여성 객원 보컬과 특유의 발랄함이 존재했으나 그것은 20대의 페퍼톤스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청춘이라는 이름에 나이는 중요치 않으나, 밴드 체제로 자리매김하는 단계에 유턴을 요청하는 것은 도리어 새로움을 잃게 하는 태도다. 그들을 향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수록곡-
1. 굿모닝 샌드위치 맨
2. SOLAR SYSTEM SUPER STARS
3. 캠퍼스 커플 (With 옥상달빛) [추천]
4. 몰라요
5. 청춘 (For 영화 족구왕)
6. 스커트가 불어온다 [추천]
7. POWERAMP!!
8. NEW CHANCE! [추천]
9. FAST
10. 도시락
11. 근데 왜 [추천]
12. THANK YOU [추천]
13. 풍년
14. CREDITS
정효범(wjdgyqj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