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Open Run
페퍼톤스(Peppertones)
2013

by 위수지

2013.03.01

페퍼톤스의 앨범들 중 가장 어두운 앨범 재킷을 지니고 있다. 정규 4집 < Beginner's Luck >의 연장선상에 놓인 미니앨범이라고는 하지만 그것과도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이들의 출발점인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만을 기억하고 막연히 밝은 노래들만을 기대한다면 다소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싱어송라이터로 완전히 거듭나고자 하는 것 일까, 객원보컬을 일절 배제한 채 두 멤버의 목소리로 모든 트랙을 채웠다. 뛰어난 보컬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전의 앨범들에 비해 확실히 안정적이다. 4집과 마찬가지로 5인조 밴드 사운드로 이루어진 곡들은 두 멤버의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객원보컬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던 초기작들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1번 트랙 '계절의 끝에서'에는 봄에서 겨울에 이르는 계절의 흐름, 그 속을 바삐 달리며 느낀 감정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사운드 또한 곡에 실린 감정을 따라 완급 조절을 하며 자연스레 흘러간다. 타이틀곡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역시 사운드는 경쾌하지만 그 속을 채우고 있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기존의 페퍼톤스의 곡들과는 감정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Furniture'에서는 이사를 하며 느끼는 허전함과 낯섦이 '뭐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볼까 이상스레 조용한 낯선 동네의 밤 오늘 나 잠들 수 있을까'와 같은 가사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진다. 비음 섞인 신재평의 목소리는 차분한 곡 진행과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신도시'와 '검은 우주'에서는 시작부터 경쾌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특히 '신도시'에서는 초반부터 곡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베이스 사운드가 내내 귀를 사로잡는다. 곡의 길이가 약 7분에 이르는 마지막 트랙 '검은 우주'의 경우에는 베이시스트인 이장원이 보컬을 맡았다. 보컬 테크닉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뒤로 하면, 다른 곡들과 구별되는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공연을 뜻하는 앨범 타이틀 'Open Run'의 본 의미와 달리 EP는 일종의 쉼표가 아닐까. 우울한 이들을 위한 활력소 역할을 해온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다 진솔하게 표현해내며 달리던 길을 잠시 멈추고 '셀프 테라피'까지 해낸다. 이런 자가치유를 통해 다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지 않을까

-수록곡-
1. 계절의 끝에서
2.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추천]
3. Furniture [추천]
4. 신도시
5. 검은 우주
위수지(suji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