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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Inside : Songs From Waitress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
2015

by 정민재

2015.11.01

사라 바렐리스는 새 천년에 등장해 단기간에 가장 인상적인 족적을 남긴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2년여 만에 발매한 신보를 자신이 음악을 담당한 뮤지컬 < Waitress >의 넘버들로 구성한 것은 흥미롭다. 수록곡 면면은 생애 처음으로 작업한 뮤지컬 음악이라는 것을 눈치채기 힘들만큼 매끄럽다. 'Opening up', 'You matter to me'는 여타 뮤지컬 음악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뮤지컬 용으로 제작한 음악을 고유의 스타일로 편곡, 음반을 구성한다는 기획과 발상은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과물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욕심이 과한 탓에 매끄러운 수준 이상의 감흥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1인 다역으로 뮤지컬 넘버를 혼자 부르니 노래의 매력이 반감되고, 스토리 전달 또한 부자연스럽다. 원작의 내러티브를 모르고 들으면 각각의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보기에도 미흡하지만, 사라 바렐리스 개인의 팝 앨범으로도 흡족하지는 않다. 극 중 오프닝 넘버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Opening up', 아기자기한 편곡으로 재미를 더한 'When he sees me', 'Never ever getting rid of me' 등 준수한 곡들이 수록됐지만 그동안 보여준 완성도 높은 팝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뛰어난 작곡가인 동시에 탁월한 보컬리스트임을 증명한 'She used to be mine', 드라마틱한 선율을 제이슨 므라즈와 근사하게 표현한 'You matter to me' 정도가 싱글로서 소구력을 가진다.

스스로 만든 뮤지컬 음악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한 장의 스튜디오 앨범으로 재탄생 시켰지만, 콘셉트 앨범으로서의 가치는 크지 않다. 기대와 달리 음반은 '꽤 괜찮은 뮤지컬 넘버를 쓰고 노래도 잘 부르는 사라 바렐리스의 작업물 모음집'에 지나지 않는다. 재능있는 아티스트의 과욕이 부른 패착이다.

-수록곡-
1. What's inside
2. Opening up [추천]
3. Door number three
4. When he sees me
5. Soft place to land
6. Never ever getting rid of me
7. I didn't plan it
8. Bad idea (feat. Jason Mraz)
9. You matter to me (feat. Jason Mraz) [추천]
10. She used to be mine [추천]
11. Everything changes
12. Lulu's pie song
정민재(minjaej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