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담은 음반이다. 화려한 장식도, 현학적인 노랫말도, 과시적인 바이브레이션도 없다. 거의 모든 작업을 원 테이크(One take)로 끝냈을 것 같은 황홀한 지속성이 < Once Upon Another Time >을 감싸고 있다.
EP 형식으로 발표한 < Once Upon Another Time >은 사라 바렐리스가 공개한 기존 앨범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진지하면서 어둡고, 무거우면서 우울하다. 2011년 5월, 내한공연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한 모습은 없다.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런 밝은 면을 드러내지 않은 것뿐이다.
엔냐의 성스런 신비로움과 시네이드 오코너나 애니 레녹스의 신비로운 성스러움이 조율된 타이틀 곡 'Once upon another time'은 처음부터 2분 30여 초 동안 사라 바렐리스 혼자서 고요함을 지배한다. 경건한 장송곡 풍의 'Once upon another time'은 이번 음반의 차별성을 전면에 부각한다. 소울과 가스펠을 시도한 첫 싱글 'Stay'의 묵직한 진지함과 연해진 뷰욕이 상상되는 'Lie to me'에서는 드럼 머신의 도입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도 포섭한다.
'Asshole'과 'Bitch' 같은 육두문자와 탐 웨이츠의 탐미적 고상함이 상존하는 캬바레 넘버 'Sweet as hole'은 전작에 수록된 'King of anything'처럼 블랙 유머를 머금은 트랙으로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벤 폴즈(Ben Folds)의 음악적 방향이 고스란히 스며든 곡이다.
6월 9일자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8위로 데뷔한 이 음반은 2주 만에 66위로 하락했지만 사실만 있고 진실이 없는 다른 EP와는 등급이 다르다. 사라 바렐리스의 < Once Upon Another Time >은 사실과 진실을 담은 작품이다.
-수록곡-
1. Once upon another time [추천]
2. Stay [추천]
3. Lie to me [추천]
4. Sweet as hole
5. Bright lights and cityscape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