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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김창완밴드
2015

by 정유나

2015.03.01

매번 새로운 시도를 남기겠다는 강박을 내려놓았다. 무려 11곡의 산울림 노래를 실었던 < 분홍굴착기 >와 달리, 스스로의 생각과 김창완밴드를 담아낸다.

이것은 타이틀곡 '중2'나 잠비나이와의 협업보다 앨범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보의 제목 < 용서 >도 그동안 산울림 음악을 발전시키겠다는 억압에, 자유롭지 못했던 내면을 향한 것으로 들린다. 배선용의 트렘펫 연주와 성찰적인 가사는 변화를 더욱 드러내고, 펑크록의 공격성은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김창완이 현 세대에게 배우 이미지로 큰 만큼 그가 맡았던 역할과 연결하며 듣게 된다. 'E메이져를 치면' 속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읊조림은 영화 < 닥터 >에서 그가 보여줬던 광적이고 병리적인 캐릭터와 부합하며 서늘하게 다가온다. 코드를 칠수록 그에 대한 추억이 더욱 선명해지는 곡의 내용도 그렇다. 사납게 표출하는 '아직은', '괴로워' 역시 양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가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테이크 녹음 과정에서 넣은 악기에 집중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별의 아픔만큼 날이 가득 선 바이올린, 묵직하고 쾌쾌한 록에 현악기가 들어가니 예민하고 서정적이다. 나비의 날갯짓과 반대로 묵직한 북소리를 넣은 것도 색다른 시도다.

퓨전국악 밴드 잠비나이와의 협업을 통해 여전히 팀의 관심사가 국악에 있음을 알 수 있다. 3년 전에도 록으로 아리랑을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전주를 온전히 국악기로 이해한다. 국악 전공자가 아닌 잠비나이를 선택한 것은 두 장르를 크로스오버를 해내기 위해서다. 지지직거리는 퍼즈 기타의 자리에 거문고, 피리, 해금이 차례대로 들어가고, 4분간의 융합 뒤에 맞이하는 익숙한 멜로디의 반가움을 원테이크 영상으로도 느낄 수 있다.

제발 내 나이를 묻지마 19금 영화는 안 볼 테니(I can do it)
몇 학년이냐고 묻지마 일 학년은 아니니까 걱정 마(I can do it)

김창완밴드가 타이틀로 정해 강조하고자 한 '중2'의 가사다. 오디션 프로나 가요 앨범에서 한번 쯤 나와야했을 소재가 중년 밴드의 시각으로 다루어졌음을 통해 이 팀이 탐구하고 흡수하는 주제의 폭도 넓음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태도 그 자체가 부담이 되는 중2의 심정이 잘 담겨있고, 시끄럽게 반복되는 코러스 I can do it은 최선을 요구하는 어른들의 간섭을 대신한다.

중2 학생에게 이 곡을 들려주었을 때 중3 같다고 대답한 것처럼,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일부 가사는 이들에게 들어맞지 않는다. 신디사이저의 경쾌한 분위기도 어둡고 사색적인 중2와 거리감 있다. 그럼에도 김창완 아저씨는 이 노랫말이 지금 너의 심정이 이와 비슷하냐며 툭툭 건드린다.

너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쉼 없이 다가가며 이해하려는 노력, < 용서 >는 대상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노란리본' 역시 학생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쉬운 가사로 구성했다. 촌스럽고 올바름을 고집할일지라도 꾸준히 젊은 층과 간격을 좁히고자 해온 것, 이것이 산울림을 떠난 밴드의 목표이자 자신의 나이와 생각에 솔직해지고자 했어도 타이틀곡은 '중2'로 정한 이유다.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 김창완이 덧붙인 한 마디가 2014판 '너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드라마, 라디오 DJ로 새롭게 얻은 캐릭터와 삶을 자신의 밴드 속으로 끌어와 촘촘히 엮는다. 앨범을 반복해서 들을수록 이는 산울림의 흔적, 개구쟁이 같은 가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음악계와 교감하면서도 그 세월을 지닌 음악을 하는 것, 그렇게 나이들 수 있을까.

-수록곡-
1.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Feat. 잠비나이)
2. 중2 [추천]
3. E메이져를 치면 [추천]
4. 아직은
5. 괴로워 [추천]
6. 용서 (Feat. 배선용)
7. 노란리본
8. 무덤나비 (Feat. 배선용)
9. 아리랑 (Feat. 안은경)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