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천재’라는 인물은 공상과학이나 역사책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천재’의 의미와 ‘김창완’을 마주하게 된다. 김창완은 1977년 데뷔부터 독창적인 색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산울림의 음악을 만들어왔다. 아름다운 문학 작품 같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은 그의 가사는 정형화된 가요계에 하나의 충격이었고, 대중음악사에도 큰 발자국을 남겼다. 녹슬지 않는 천진난만함은 이 노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에이’ 하고 한숨을 쉬면 ‘A코드’가 따라오고 ‘A D Bm A’하고 연달아 코드를 달음박질하고 나선 ‘숨이 차다’라고 말한다. 부르는 대로 음(코드)이 그대로 따라 오는 것이다. ‘그래도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의 메시지는 진중하고, 손가락 모양을 비유한 ‘베이지색 소파’도 재치 있다. 그야말로 ‘기타가 있는 수필’이다.
놀라움은 파격적인 노랫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노래는 라디오 생방송 중에 즉석에서 만들어졌으며 어떤 보컬라인 없이 내레이션만으로 이뤄져있다. 방송 당시에는 메이져(장조)의 경쾌했던 진행이 편곡을 하면서 한층 몽롱해졌고 여운도 안개처럼 짙어졌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험이나 억지스러운 시도가 아닌 심플하면서도 분명하게 대중가요의 문법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또 하나의 큰 충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천재의 요건이 하나있다. 그것은 중간에 좌절하거나 중단하지 않는 ‘오랜 인내’가 바로 천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김창완의 상상력과 창작열은 37년간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