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선율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더 멜로디의 보컬 타루가 솔로 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5년이다. 이 기간 동안 이른바 '홍대 인디 음악' 의 열풍을 주도했던 수많은 뮤지션들은 그들에게 씌워진 단조로운 틀을 탈피하여 새로운 음악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단행하고 있었고, 타루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 밴드 스윙잉 팝시클이 프로듀싱하여 제이-록 느낌을 냈던 데뷔작과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모두 해냈던 차기작 < 100 Percent Reality > 등을 통해 보여준 것이 그 노력의 결과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타루 그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 이미지가 잘 구현되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여전히 대중들은 CF송인 '사랑에 빠진 딸기' 같은 곡을 요구하고 있고, 이외의 음악적 도전에는 그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중들의 일방적인 시선 탓도 있겠지만, 보다 큰 문제는 중심을 잡아야 할 때 잡아주지 못했던 뮤지션 그 자신에게 있다.
그녀의 세 번째 앨범 또한 아직 갈등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펑크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프로듀싱으로 얼터너티브 록의 색채를 띠는 곡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Puzzle', 'Carrie' 과 같은 곡들로 기존 커리어와의 연관성을 찾아보려 할라 치면 CF송 같은 'Kiss you' 같은 곡들이 나타나 몰입을 방해하고, '새벽의 저주' 와 같은 록과의 적절한 조화에 만족하려고 하면 'Bad Commenter'에서 등장하는 파괴적인 보컬에 당황하게 된다. 차라리 타이틀곡을 네 버전으로 편곡했던 < 100 Percent Reality > 가 일관성적인 측면에서는 그나마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타루는 재능있는 뮤지션이다. 기존의 사랑 이야기와 다른 해석을 풀어놓는다는 앨범 설명에 부합하는 서정적인 가사들과, 달콤함과 쓸쓸함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보컬은 < Puzzle > 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단조로운 이별 이야기이지만 집중력을 갖추고 있는 'Rachel' 같은 곡은 여전히 타루라는 뮤지션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많은 장점들이 산발적인 앨범 구성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 Puzzle > 은 잘 맞춰진 퍼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타루는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적 이미지를 위해 수많은 이미지들을 만들고 그것을 잘게 조각내어 섬세함을 추구하지만, 정작 큰 그림을 맞춰야 하는 일을 대중들에게 전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가혹한 일이다.
- 수록곡 -
1. Puzzle
2. Rachel [추천]
3. Kiss you
4. My sun
5. 새벽의 저주 [추천]
6. 기침
7. Carrie
8. 너와 사귀어 주지 말걸
9. Bad Commenter
10.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