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은 차차 범위를 넓혀가기 마련이다. 조그만 것을 갖게 되면 더욱 큰 것을 원하게 되는 인간의 천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본능이다. 그러다 보면 점차 자신의 능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잊은 채 결과물만을 쫓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곤 한다. 당장은 그 결실이 좋게 보일지 몰라도 훗날 그 만족감은 대부분 미숙함과 부족함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변심해 버리는 것은 보통은 그런 연유에서다.
타루의 새 앨범은 딱 그런 인상이다. 일본 팝밴드 스윙잉 팝시클(Swining Popsicle)의 원조를 받아 브릴리언트 그린(The briliant Green)과 에브리 리틀 씽(Every Little Thing)의 중간점에 자신의 무늬를 새겨 넣은 데뷔작으로는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고픈 자신의 꿈에 한참 모자랐다고 느꼈음에 틀림없다. 모든 트랙의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의 자리에도 새겨져 있는 굳건한 이름 두자는 자신의 힘으로 대표작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의 상징으로 분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의욕에서 비롯된다. 송라이팅 측면에서도, 조율 측면에서도 딱히 인상적인 면모를 감지 해내기가 어렵다. 다소 심심하게 풀어낸 가사와 나른함으로 일관하는 편곡이 < 100 Percent Reality >란 제목에 부합하는 공감대 형성을 방해하는 탓이다. 뮤지션십의 표출욕구가 앞서 나무만 보았을 뿐 숲을 보지 못한 듯한 모습이다.
트랙수를 늘리기 위해 타이틀 '여기서 끝내자'를 여러 버전으로 편곡해 4자리나 채워 넣은 것이 이러한 빈약함을 대변한다. 정석적이지만 호소력 있는 멜로디가 짙은과의 화음을 통해 대중적으로 탈바꿈하며 싱글로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뿜어내지만, 교묘하게 프로모션 곡에만 본인 대신 에피톤 프로젝트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선율의 힘은 물론 본인으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그 외의 수록곡들이 효율적인 프로듀싱의 부재로 그만큼의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 능력부족을 의심케 한다. 과욕이라는 인상은 이렇게 듣는 이들을 조금씩 물들여간다.
그렇기에 음악적 스펙트럼은 먼 곳 까지 뻗어나가지 못한다. 조력자로 오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를 맞아들였지만, '아이스크림가게, 팬시보이'에서 나타나는 어쿠스틱한 정서는 그동안 보여 왔던 낯익은 모습이다. '말해줘요', '내 사람' 등도 보컬에 특화시킨 곡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가 보이지만, 너무 무난하게 색을 입힌 탓에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들고 있기에는 버거운 인상이다. 가야할 곳의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 헤매고 있는 것인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좀 커도 화려하고 보기 좋은 옷이 전작이었다면, 이번에 입은 옷은 핏은 좋을지언정 마감질이 시원찮고 디자인 또한 심심하게만 보인다. 음악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리얼리티를 강조하려했지만, 그것이 대수가 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 현실감이라는 소재로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내느냐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두 번째 수는 지향점을 잘못 잡았다. 이처럼 재미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차라리 난 공상을 택하겠다.
- 수록곡 -
1. Moment in love
2. 지금이 아니면
3. Love me
4. 여기서 끝내자(Duet with 짙은) [추천]
5. 아이스크림가게, 팬시보이
6. 이슈
7. 말해줘요.
8. 여기서 끝내자(Band ver.)
9. 내 사람
10. 여기서 끝내자(Solo ver.)
11. 여기서 끝내자(Radio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