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는 거울 같은 아티스트다. 1980년대 중반 보수와 극우의 시대였던 미국정부가 물질 만능주의라는 변질된 아메리칸 드림만을 보여주던 시절. 마돈나는 'Material girl', 'Like a virgin'를 앞세워 MTV 키드를 양산하며 그녀만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누드 화보집 < Sex >와 앨범 < Erotica >를 발매한 1992년 정점을 찍는다. 검은 자본주의 정신을 고스란히 대중에게 투영하며 거울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후 영화 < 에비타 >를 통해 성모(聖母)의 모습, 이전 자신의 모습을 전복시킨 < American Life >의 여전사 이미지. < Ray Of Light >, < Music >을 통해 마돈나는 소비의 아이콘에서 문화의 주체로 탈바꿈한다. 원하는 이미지 변신에는 성공했지만 대중과의 간극은 멀어졌다. 재빨리 댄스 플로어로 돌아온 <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의 성공은 어쩌면 이런 그녀의 노력의 모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 Hard Candy >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 MDNA >는 그녀의 12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리고 데뷔 시절부터 함께했던 워너 뮤직과 이별하고 새로운 레이블인 인터스코프(Interscope)와 작업한 첫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남편 가이 리치와의 이혼도 있었기에 새 앨범은 < Ray Of Light >의 연장선에 있기를 바랐던 것은 대중들의 작은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012년 2월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개된 'Give me all your luvin''의 나이를 잊은 발랄함은 작은 충격이었다. 그동안 노력으로 획득한 아티스트의 이미지는 간단히 휘발되어버리고 말았다. 새 앨범 < MDNA >의 전체적인 느낌은 앨범 이미지의 분열된 자신처럼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타이틀곡이면서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Girl gone wild'의 느슨함은 그녀의 음악적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다. 젊은 천재 뮤지션 미카(Mika)와 윌리엄 오비트(William Orbit)가 작곡에 참여한 'Gang bang'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성의 심리를 표현했다. 총의 장전 소리와 현기증을 일으키는 비트감, 그녀의 분노에 가득 찬 보컬의 총구는 전 남편 가이 리치에게 향해있다. 신예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피처링을 도와준 'I don't give A(featuring Nicki Minaj)' 역시 가이 리치와의 결혼생활의 불만을 이야기 한 곡으로 오랜만에 마돈나의 랩을 들을 수 있다.
중심축이 전혀 없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 세곡의 진행방향은 명징하다. 컨트리 벤조 리듬과 이중교배 된 'Love spent', 'Masterpiece' 역시 수려한 팝 발라드 곡으로 그녀 자신이 직접 감독, 제작에 참여한 영화 < W.E. >의 주제가이다.
마돈나의 노래들은 대중의 현 트렌드를 비추는 거울이다. 비록 < MDNA >를 통해 보여 지는 그녀의 상(像)이 분열되어 보여도 그것을 탓하면 안 된다. 일그러진 것은 우리, 거울이 아니다. 아쉬워도 지켜보는 것 또한 대중들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다.
-수록곡-
1. Girl gone wild
2. Gang bang [추천]
3. I'm addicted
4. Turn up the radio
5. Give me all your luvin'(featuring Nicki Minaj and M.I.A.) [추천]
6. Some girls
7. Superstar [추천]
8. I don't give A(featuring Nicki Minaj)
9. I'm a sinner
10. Love spent [추천]
11. Masterpiece
12. Falling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