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마돈나(Madonna)
2005

by 임진모

2005.11.01

올해가 '마돈나 열풍 20주년'을 맞는 해라는 것을 의식했을까. 마돈나는 신보와 함께 정말 '처녀처럼' 돌아왔다. 외모가 여전히 처녀와 같다는 뜻이 아니라 20년 전 1985년을 맘껏 유린한 'Like a virgin'의 음악양식으로 '귀거래' 했다는 의미에서다. 이 곡은 70년대 말 디스코 시대를 정복한 그룹 쉭(Chic)의 천재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다림질한 디스코 리듬'으로 프로듀스, 수많은 사람들을 클럽으로 불러들여 댄스플로어를 달구도록 만들었다.

신보의 제목이 인 것이 눈에 띈다. 더 주의를 기울여할 점은 수록 곡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적인 리듬이 오늘날 자신을 있게 만들어준 디스코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새 앨범은 마치 타임머신을 태워 사람들을 20년 전으로 안내하는 듯한, '복고'의 산물이다.

물론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에 편승하는 퇴행성 복사는 아니다. 이것은 홍보문구에 써있듯 '미래의 디스코(Future disco)'다. 저 옛날의 디스코에, 그 주역인 조지오 모로더(Georgio Moroder), 비지스(Bee Gees), 아바(Abba)에 헌사를 보내면서도 여전히 앞으로 뻗어가려는 자신 특유의 진화 욕구를 결합시켰다. 스스로도 “난 과거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했다.

첫 싱글 'Hung up'은 감각적인 일렉트로니카 리듬에 아바의 고전 'Gimme! gimme1 gimme!'의 샘플을 얹혀 신구의 조화를 꾀하고 있으며, 네 번째 곡 'Future lovers'의 경우는 클럽 댄스의 전형이지만 리듬은 70-80년대 '유로 디스코의 제왕' 조지오 모로더가 꾸려낸 도나 서머(Donna Summer)의 'I feel love'적 터치가 골간이다.

이러한 '창조적 리트로(retro)'의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마돈나, 그리고 작업의 공동주역인 스튜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다. 자크 르 콩과 같은 여러 가명을 쓰는 스튜어트 프라이스는 영국의 떠오르는 클럽 DJ이자 리믹스의 귀재답게 앨범을 재기에 찬 일렉트로닉 소스들과 갖가지 리듬으로 채색해놓았다.

결과물은 아마도 '뉴 디스코 일렉트로니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첫 싱글은 물론 'Get together' 'Sorry' 'I love New York' 'Let it will be' 'How high' 등 대다수의 곡이 설령 그가 나서지 않았어도 복고의 냄새와, 모던의 극치라고 할 테크노 클럽댄스의 흥이 혼합되어 있다. 그게 신구의 평등한 조화든, 어느 쪽으로 약간 저울추가 기울었든 사람들로 하여금 댄스의 충동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좌석에서 일어나 마냥 춤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또한 마돈나의 목표.

그는 이처럼 신보와 함께 댄스음악으로, '음악 그 자체'로 돌아왔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2003년의 전작인 < American Life >가 다분히 정치로 경사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전쟁에 분노를 삭이지 못한 그는 앨범을 정치적 입장의 개진으로 채색했다. 거기서 도덕적 우월은 판명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불행히도 '음악'은 얻지 못했다. <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는 < American Life >의 보완이라는 의미가 저류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예술성을 확보하지 못한 전작은 시장에서도 실패했다. 마돈나의 정규 신보 가운데 유일하게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사실상의 참패.

마돈나는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쟁영웅 부시가 아닌 댄스플로어를 봐야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확실히 신보는 지난 앨범의 나른하고 지루했던 분위기는 걷어냈다. 전공과목으로 돌아온 덕분이다. 카우보이모자도, 밀리터리 룩도 처분하고 그는 20년 전에 그랬듯 '댄싱 퀸'의 화염을 내뿜는다.

그렇다고 발만 생각하고 메시지를 도태시킨 것은 아니다. 'Issac'의 경우는 이스라엘의 율법사에게 저주를 퍼붓는 내용을 암시한다는 이스라엘 측의 비판이 나오면서 현재 논란에 휩싸여있다. '논란'은 마돈나가 선호하는 홍보 마케팅 전략이다. 시장탈환의 준비는 마쳤다. 아바의 곡을 샘플링해 그 친근함으로 일단 기선을 제압한 첫 싱글 'Hung up'의 진행 상황을 모두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단 한곡의 발라드가 없는 시종일관 춤의 향연. (때문에 감상자가 느낄 곡의 굴곡과 변화 그리고 멜로디의 감동은 부족하다) 클럽댄스의 현기증 나는 조명과 클러버 난무(亂舞)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초대장을 발부한 사람이 '58년 개띠'임을 안다면, 중년 여성의 깊은 매력을 안다면 그것은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고혹이다. 앨범 속지의 사진들...마돈나는 언제나 마돈나다.

-수록곡-
1. Hung up(Andersson, Madonna, Price, Ulvaeus)
2. Get together(Astrom, Bagge, Madonna, Price)
3. Sorry(Madonna, Price)
4. Future lovers(Ahmadzai, Madonna)
5. I love New York(Madonna, Price)
6. Let it will be(Ahmadzai, Madonna, Price)
7. Forbidden love(Madonna, Price)
8. Jump(Henry, Madonna, Price)
9. How high(Jonback, Karlsson, Madonna, Winberg)
10. Isaac(Madonna, Price)
11. Push(Madonna, Price)
12. Like it or not(Jonback, Karlsson, Madonna, Winberg)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