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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Candy
마돈나(Madonna)
2008

by 김진성

2008.05.01

클럽을 안식처삼아 성장한 마돈나(Madonna)는 지금껏 유행을 선도하며 '팝의 여왕'으로 군림해왔지만 동시대의 뉴 트렌드 흡수에도 능한 가수다. < Like a Prayer >(1989)에서 록의 성향을 강하게 표출하며 화제가 된 그는 테크노 프로듀서 윌리엄 오비트(William Orbit)가 일렉트로니카 스타일로 재단한 < Ray of Light >(1998)서부터 전자음악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 American Life >(2003)에선 정치사회적 어조를 실긴 했으나 1990년대 후반 테크노가 대세를 점유하면서 일렉트로니카로 통칭된 전자사운드로의 파도타기는 1970년대의 촌티 나는 클럽 디스코로 눈을 돌린 < Confession on A Dance Floor >(2005)와 < Music >(2000)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다시피 거기엔 항상 리듬의 향연이 펼쳐졌다. 간판싱글로 '4분'(4 minutes)을 내세운 11번째 정규 스튜디오앨범 < Hard Candy >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이번엔 최신의 히트 리듬메이커인 프로듀서 팀벌랜드(Timbaland)의 힙합 바운스 에너지를 충전하고 틴 아이돌스타에서 명실상부한 아티스트로 입지를 굳힌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호흡을 맞춘 것에 악센트를 주었을 뿐. 대중들의 성향을 추격하는 팝음악의 여왕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실로 명민한 선택이다.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와 뷰욕(Bjork)을 거쳐 마돈나까지 주무른 팀벌랜드의 사운드메이커적 기질이 너무 튀는 덕에 마돈나의 음색이 묻히는 경향이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라 할 수 있을까.

중독성 강한 첫 싱글 '4Minutes'를 필두로, 힙합의 정상급 프로듀서 팀벌랜드와 넵튠스(Neptunes)의 패럴(Pharrell Williams)을 위시해 네이트“대인저'힐스(Nate"Danja”Hills)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까지, 소위 요즘 내로라하는 소리재간꾼들을 품에 안은 마돈나는 다시 한 번 회춘(回春)을 노래한다. '나 아직 쟁쟁하거든, 늙고 싶지 않아. 요즘 젊은 애들하고 놀래'라며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듯 형형색색의 12개 '섹시-하드캔디'를 포장한 박스 안에는 자극적이고 현란한 전자리듬&비트, 무엇보다 기교 넘치는 클럽댄스사운드로 가득하다.

당대를 대표하는 힙합두목들이 주조한 소리의 파노라마를 구성하는 음악의 소스들이 1980년대 댄스-팝, 디스코, 펑크(funk), 하우스, 유로댄스 등 구식의 상투적인 음악유산들로 집적된 건 다소 의외다 싶은 대목. '퀸 오브 팝'의 2000년대 앨범들에서 익히 들어온 사운드를 재활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 중동 아랍 풍 스트링과 스페인의 집시 풍 댄스비트, 올드 스쿨을 비롯해, 단지 음악재료들을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들 각각의 재량에 비춰 스타일리시하게 편곡해 낸 것에 불과하다.

소리의 다변화와 다용도 활용차원에선 마돈나의 보컬을 압도하지만 그렇다고 색다른 재미가 있는 건 아니다. 이미 그들의 음악패턴에 익숙해서 일 터, 되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부비부비 논스톱 댄스파티에 충분한 댄스 그루브와 에너지로 불꽃남녀의 심장을 뜨겁게 달굴 평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50줄에 들어선 마돈나 여사, '진지한 마돈나'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 때가 왠지 그립다.

-수록곡-
1. Candy Shop
2. 4 Minutes(Featuring Justin Timberlake and Timbaland)
3. Give it 2 me
4. Heartbeat
5. Miles away
6. She's not me
7. Incredible
8. Beat goes on(Featuring Kanye West)
9. Dance 2Night
10. Spanish Lesson
11. Devil wouldn't recognize you
12. Voices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