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이든 멜로디든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잘 들리는 음악으로 치면 아마도 마룬 파이브는 당대 1등 밴드일 것이다. 빅히트 넘버들인 'This love', 'She will be loved', 'Makes me wonder', 'Wake up call'로 충분히 입증되었지만 이들의 광대한 대중 흡수력은 이번 신작에서도 조금의 변함이 없다. 첫 싱글로 발표된 'Misery'를 위시해 후속 싱글 'Give a little more'와 'Stutter', 'Don't know nothing', 'I can't lie', 'Get back in my life', 'Just a feeling' 등은 한 번의 청취에도 멜로디가 분명하게 잡힌다.
이건 대중 청각에 대한 가공할 굴착이다. 건반 제시 카마이클과 리드 기타 제임스 발렌타인, 특히 밴드의 조타수인 아담 레빈은 실로 '멜로디 후크 생산의 달인들'이다. 거의 모든 곡에 어김없이 승부수를 띄울 선율을 심어놓는다. 마치 1981년 알이오 스피드웨건(REO Speedwagon)의 블록버스터 < Hi Infidelity >를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 들 정도의 막강 대중성이다. 심하게 편든다면 이 시대의 비틀스라고 할까.
이들의 힘은 아무래도 공식 웹사이트에 그들 스스로가 밝힌 대로 록, 팝, 펑크(funk), 알앤비의 치명적 혼합(킬러 하이브리드)에서 비롯될 테지만 그보다는 결과적 친근감의 부각이다. 귀를 반짝 세우게 하는 새로움이 아니라 어디선가 접한 것 같은 느낌이다. 'How'는 마치 과거 리틀 리버 밴드(Little River Band)의 싱글을 듣는 듯하고 'Don't know nothing'은 더스티 스피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I only want to be with you'를 동시에 흥얼거리게 한다.
퀸(Queen)의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를 어쿠스틱하게 리메이크한 것을 보너스로 수록한 것은 이에 대한 방점이다. 마치 신곡 전체가 이 곡을 듣는 것처럼 다정스럽고, 역으로 퀸의 곡이 원래는 마룬 파이브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 Songs About Jane>은 스티비 원더에 대한 애정표현이었고 다음 앨범은 프린스와 더 폴리스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번에는 어떤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아담 레빈의 말 또한 부담 없는 팝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운드로도 많이 놀라게 했던 2007년 < It Won't Be Soon Before Long >만큼이나 또 한 차례 최신사운드 공습을 단행한다. 음향이 너무 찰지고 탄력에 넘치면서도 빈틈이 없다. 이번에는 에이시디시(AC/DC), 데프 레퍼드, 포리너, 니클백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브라이언 애덤스와 샤니아 트웨인의 대성공을 일궈낸 거장 프로듀서 로버트 뮤트 랭(Robert Mutt Lange)의 솜씨 덕분이다. 랭이 마룬 파이브 공연 중 직접 전화를 걸어 프로듀서 자임의 뜻을 건넸고(얼마나 마룬 파이브가 대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작곡 단계부터 고단위 협업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슈퍼스타 프리미엄으로 신작도 범접 불가능한 시장파괴력을 과시할 것이다. 당장은 뭘 해도 되는 그룹이다. 다만 그들의 매력은 이미 두 장의 앨범으로 충분히 소비되었기에 신선함 측면에서 어느 정도 손해는 불가피하다. 평단은 높은 점수를 매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신성을 재는 잣대로서의 그들의 위상은 견고해 보인다.
-수록곡-
1 Misery
2 Give a little more [추천]
3 Stutter
4 Don't know nothing
5 Never gonna leave this bed
6 I can't lie [추천]
7 Hands all over
8 How
9 Get back in my life [추천]
10 Just a feeling [추천]
11 Runaway
12 Out of goodbyes(featuring Lady Antebellum)
13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