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주어진 형식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뭔가 비틀고, 흔들고, 달리 가고자 한다. 거기서 그들만의 개성이 나오고 그 개성은 곧 장르가 된다. '딕펑스'라는 이름의 4인조 홍대 인디 밴드는 그룹명에 드러나 있듯 펑크를 추구하지만 펑크 록의 필수 인스트루멘트인 기타를 처분하고 피아노가 대체하는 위험하나 독특한 접근법을 택했다.
그렇다면 기타 없는 밴드 킨(Keane)이 먼저 연상될 테지만 이들의 음악지향은 좀 더 기본적이다. '기타 없이 피아노로 펑크를 하는' 개성을 못 박는 동시에 피아노의 강점인 신나는 리듬에 살아 숨 쉬는 멜로디의 음악 기본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롤 모델을 언급한다면 차라리 멀리는 비틀스와 퀸이며 가깝게는 벤 폴즈(Ben Folds)가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펑크의 예의 폭발적 소음 대신에 신나고 잘 들리는 친화력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2010년대식 펑크'를 구축하려 한다.
타이틀곡 '치어 걸'이나 '좋다 좋아', '알프스산맥의 로망', '원더랜드 바스켓' 그리고 클럽 라이브 실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곡 '아스피린'은 재래식 펑크의 틀에 묶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그들의 표현을 풀어내려는 딕펑스의 캐치프레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나지만, 신난다는 것은 그만큼 리듬과 함께 선율감도 분명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멤버 김현우의 피아노는 충분히 다양한 리듬을 공급하지만 멜로디 감수성 또한 수준급이다. 그와 보컬 김태현, 베이스 김재홍, 드럼 박가람(스물 셋 동갑내기라고 한다)의 딕펑스가 재미로만 내달리지 않고 얼마든지 깊은 선율의 록발라드를 써낼 수 있음은 '나비'라는 곡이 증명한다. 이러한 느낌이 드는 데는 근래 밴드보컬에서 자주 목격되는 왜곡과 변칙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정직하게 내 주는 김태현의 보컬도 큰 몫을 한다.
젊음의 즐거움에 대한 본능, 비상에의 포부, 진취적 욕망 그러면서도 순수한 제스처가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이답지 않는 넓은 시야도 있다. 여기에는 <록키 호러 쇼>와 그들의 음악으로 구성한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 등 뮤지컬 공연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네 사람의 화학적 결합과 좋은 곡을 향한 더 내밀한 고민과 땀이 전제된다면 발전 잠재력을 지닌 밴드로 보인다. 젊음 그리고 피아노와 펑크 필을 놓치지 않으면서 파노라마처럼 다채롭게 엮어내는 멀티 플레잉이 전체를 뒤덮는다. 선도(鮮度)가 높은 음악이다.
-수록곡-
1. 좋다! 좋다!
2. 치어걸
3. 나비
4. 알프스 산맥의 로망
5. 원더랜드 바스켓
6. 아스피린
7. 나비(Radio Edit)
8. 아스피린(Radio Edit)
9. 좋다! 좋다! (Inst)
10. 치어걸 (Inst)
11. 나비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