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의 발라드 Big 4

백지영

신화

바이브(Vibe)

by 이대화

2006.06.01

발라드가 최근 인기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시류에 민감한 그룹 신화가 발라드 성향의 곡 ‘Once in a lifetime’을 새 앨범의 타이틀로 내세웠다는 점으로도 명백하다. 아무래도 발라드가 가까운 시일 내에 미드 템포 알앤비를 대신할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발라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4곡을 모아보았다.


신화 ‘Once in a lifetime’



이대화 가끔씩 유명 팝송과 가요가 동일한 제목일 때 참 요상한 기분이 든다. 특히 지금처럼 토킹 헤즈(Talking Heads)와 신화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그룹의 노래가 하나의 기억 코드로 수렴되려고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얼간이 같지만, 음반을 플레이시키지 전에 “혹시 리메이크가 아닐까?”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해봤다. 물론 100% 빗나갔지만, 혹시 여러분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한 분은 안 계실지.


엄밀히 말해서 이 곡을 가지고 ‘발라드’라 하기엔 조금 억측이 있지만, 그 동안 신화가 해오던 음악에 비교하면 비슷한 부류로 묶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댄스 그룹으로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이것도 나름대로 용기라면 용기다. 앨범의 발매 직전에 발라드 유행의 조짐이 보였다는 사실도 참 운이 좋았다. 이 노래를 통해 정상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신화를 따라 더 많은 발라드 컨셉의 곡들이 나올 것이란 예측을 쉽게 할 수 있다.


곡의 패턴은 ‘Heal the world’, ‘We are the world’의 분위기를 그대로 베끼고 있다. 컨셉만 정했을 뿐이지 음악적인 형식에의 고민은 별로 안했다는 뜻이다. 정말 뻔하디 뻔한 노쇠한 기획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딱 하나 “Once in a lifetime~” 부분의 멜로디는 참 인상적이고 귀에 잘 와 닿는 것 같다. 최고의 찬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어도, 분명 못 만든 노래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신화는 (크게 기대하지도 않지만) 노래를 잘 못하는 그룹이고, 이 곡에서도 다들 역시 이상한 겉멋과 자기 필에만 취해있다. 마치, 하루키의 소설을 몇 권을 읽고 나서 감각적인 언어유희에만 몰두하고 있는 20살 문학소녀의 가련한 습작들을 읽어보는 기분이다. 좀 더 깊은 공감을 위해 버즈의 노래를 같이 감상해보는 것도 괜찮다. 발라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들의 부족한 가창력이 더 분명히 드러난 것 같아서 안타깝다.



백지영 ‘사랑 안해’


김소연 요즘처럼 어른은 어른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지쳐가는 시기에는 축 쳐진 채로 슬픔의 과잉섭취가 필요할 수도 있다. 평범한 발라드의 전형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품었으니 그 누가 거부할 수 있으리오. 백지영의 과거사고 뭐고, 이 노래를 거리에서 듣는 순간 누구 노래인지도 모르고 노래방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바이브 ‘그남자, 그여자(feat.장혜진)’


이대화 도입부의 처량한 하모니카 소리부터가 지극히 외롭고 뜨거운 곡임을 예고한다. 초반부의 간절히 오열하듯 토해내는 가성은 극도로 신파를 강조하고 있는 현재의 트렌드를 알게 한다. 물론 이것이 에스지 워너비 등에 의해 대세에 휩쓸린 것이 아님은 알고 있다. 바이브는 원래부터 그랬다.


이 노래가 특히나 호소력을 얻을 수 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비슷한 가사를 남녀의 역할만 바꾸어 연결시켰을 뿐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마치 어느 남녀가 서로를 겨냥하고 부르는 실제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상투적인 가사 패턴이지만, 듀엣 곡으로 이만큼 호소력이 강한 소재도 드물다. 바이브의 통렬한 애절함이 텅 빈듯하고 쓸쓸한 편곡을 만나 대중적인 어필에 성공한 케이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오버시킨다는 비판은 여젼히 피하기 힘들다.


별 ‘눈물샘’


이대화 마치 별의 노래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격한 애절함이다. 거의 토해내듯이 감정을 분출하는 모습이 흡사 박효신이 ‘바보’를 열창할 때에나 볼 법한 모습이다. 우는 듯한 감정을 증폭시키기 위해 스트링 편곡은 심할 정도로 울고 있고, 클라이맥스를 보다 강조하기 위함인지 주요 멜로디 바로 전에는 한 템포 쉬어가는 전략도 구사한다. 나름대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드는 데에 힘쓴 것이다.


단지 슬프게 노래하는 것을 넘어서 북받침과 통곡의 정서를 담아내려 했다는 점. 그리고 극적이고, 화려하며, 큰 스케일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음악적 유행을 엿볼 수 있다. 우는 듯한 호소력을 강조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무장했다고 할까.


지금의 발라드 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신화의 곡을 제외하면, 나머지 3곡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일 수 있다. 모두가 창법 속에 보통보다 과잉의 감정을 담아내려 한다는 점이다. 좀 더 통속적으로 보일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감정을 ‘분출’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에스지 워너비 등의 음악이 유행하면서 우는 듯이 노래하는 창법에 길들여진 청취자들이 늘어났고, 이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대응책으로 좀 더 격한 감정을 드러내도록 창법에 조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운로드, 곡 위주의 감상이 보편화 된 점도 발라드 유행을 부추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MP3 플레이어가 완전히 보편화되면서 ‘혼자 듣는 음악’이 주를 이루었고, 비주얼, 유행, 스타일 위주의 음악보다는 개인적인 사연에 어우러지고, 본능적인 호소력이 짙은 음악이 좀 더 구매욕을 자극하는 듯하다. 한국 사람의 취향을 고려했을 때, 전통적인 강세의 ‘슬픈 발라드’가 더욱 탄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