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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호로 전화해줘
바이브(Vibe)
2019

by 박수진

2019.11.01

익숙함을 공략하는 작법의 반복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비슷한 것을 들고 나왔다고 해서 음악적 발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 이 재생산의 결과와 양상은 늘 다르다. 때로 그것은 성공적인 ‘스타일 굳히기’로 이어지며 또 때로 그것은 ‘이미지의 고착화’로 종착된다. 이 ‘한 끝 차’는 그리 멀리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이를 가르는 기준이 신보를 듣느냐 그럴 바에 옛 것을 듣느냐에 있다고 본다.


‘가을 타나 봐’, ‘그 남자 그 여자’, ‘술이야’, ‘다시 와주라’ 등 숱하게 회자된 2000년대 초 중반의 곡들을 넘어서 각인될 무언가가 이 곡에는 없다. 호흡을 참고 눌렀다가 터트리는 ‘신파’의 폭발성과 이별의 아픔을 지고지순한 눈물로 풀어낸 ‘짠내’나는 가사들은 공감보단 요새 그렇듯 평범한 감성 발라드 언저리를 맴돈다. 덧붙일 인상 깊은 선율이나 매력적인 사운드의 활용도 없다. 즉 훌륭한 재활용이 번뜩이지 않는 이 재창조물은 여전히 바이브의 것이나 새로운 긍정성을 품지 못한다. 같은 창법, 비슷한 발화 등 연속된 굴레가 반복된다. 신보와 옛 인기곡 사이의 줄다리 속 승자는 이번에도 후자다.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