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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kin‘ On Bobo
에어로스미스(Aerosmith)
2004

by 소승근

2004.04.01

2004년 봄에는 블루스의 명인들을 기억하는 대형 아티스트의 음반이 발표되면서 음악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에릭 클랩튼이 <Me And Mr. Johnson>으로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에 대한 마르지 않는 존경과 애정을 표했고, 이번에는 '아메리칸 하드록의 제왕' 에어로스미스가 블루스 곡을 재해석한 음반 <Honkin' On Bobo>로 '블루스의 지존'들에게 감사와 헌정의 마음을 고백하고 있다.

수록된 열 두 트랙 중에서 'The grind'를 제외하곤 기존의 명곡들을 다시 불러서 실은 <Honkin' On Bobo>는 소니 보이 윌리암스(Sonny Boy Williams), 프레드 맥도웰(Fred McDowell), 윌리 딕슨(Willie Dixon), 클리포드 아담스(Clifford Adams), 피터 알란 그린(Peter Alan Green) 같은 블루스 명인들의 노래들이 에어로스미스답지 않고 블루지하게 호흡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이다.

<Honkin' On Bobo>에는 싱글로 크게 히트할 넘버는 눈에 띄지 않지만 앨범 전체적으론 근래에 나온 음반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크고 걸죽하다. 이것은 1970년대에 자신들의 첫 번째 전성기를 함께 일군 프로듀서 잭 더글라스(Jack Douglas)와 오랜만에 제휴해 자신들의 초창기 기분을 담았기 때문인데, 덕분에 록 팬들은 오랜만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음악을 만끽하고 있다.

머리곡으로 선택된 'Baby please don't go' 뿐만 아니라 오프닝 트랙으로 자리한 'Road runner', 'You gotta move' 등이 인상적이며 'Temperature', 'Stop messin' sround', 'Jesus is on the main line' 등은 끈적끈적한 전형적인 블루스 기운을 담고 있어 에어로스미스의 원형을 투시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데뷔 당시에 롤링 스톤스를 모방한다며 붙여진 '제2의 롤링 스톤스'나 '롤링 스톤스의 아류'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수식어를 기억한다면 이들이 블루스에 대한 애정이 얼마만큼 이었는지 추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롤링 스톤스 음악의 기본이 바로 블루스!).

세월이 흘러 자신의 원류를 찾아가는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34년의 역사를 갖게 된 에어로스미스도 자신들의 뿌리를 찾는데 동참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설명할 수 있는 살아있는 경륜일 것이다.

-수록곡-
1. Road runner
2. Shame, shame, shame
3. Eyesight to the blind
4. Baby, please don't go
5. Never loved a girl
6. Back back train
7. You gotta move
8. The grind
9. I'm ready
10. Temperature
11. Stop messin' around
12. Jesus is on the main line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