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a Grip>(1993)으로 음악적, 상업적 절정을 맛본 에어로스미스는 또 한번의 변신을 준비했다. 소속사를 게펜(Geffen)에서 이전의 콜롬비아(Columbia)로 옮기고 프로듀서를 케빈 셜리(Kevin Shirley)로 교체하는 단행을 내린 것. 이런 외적인 변화와 더불어 음악적인 면에서도 1990년대의 발전된 녹음 기술을 십분 활용, 라이브의 현장성을 최대치로 뽑아낸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물론 하드록 지상주의자답게 전체적인 인상은 게펜 시절의 전작들과 그다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세밀한 부분에 포인트를 주었다는 점이다. 우선 밴드는 더빙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서 공연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식해냈다. 따라서 이들의 1990년대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활기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스트링 세션을 대폭 줄인 점은 하드록의 본질에 충실했던 초기 시절로 되돌아가려는 의지의 표상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회귀는 아니다. 그 당시보다 더욱 내실 있고 힘있어진 악곡 구성은 30년 음악 세월이 이들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자 꾸준한 외길 인생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타이틀 곡 'Nine lives'는 자극적인 고양이 외침으로 시작되어 밴드의 주무기인 역동적인 리듬감을 최대한 살린 넘버이다. 첫 싱글로 많은 사랑을 받은 'Falling in love (is hard on the knees)'는 게펜 시절의 파워 발라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감성적인 트랙이며 이런 분위기는 다음 곡 'Hole in my soul'까지 이어진다. 'Taste of India'는 제목 그대로 인도풍의 사운드가 전개되는 곡으로 쿨라 쉐이커(Kula Shaker)가 유행시킨 최신 조류를 적극 도입, 나름의 완성도를 일궈냈다. 이 밖에도 전형적인 블루스 하드록의 진수가 담긴 'Something's gotta give', 몰아치는 악곡 전개와 중반의 하모니카 연주가 일품인 'Crash'등에서 아메리칸 하드록의 원형질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새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에어로스미스의 역작.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였고 그래미는 '최우수 록 앨범상'으로 이들의 노고에 보답했다.
-수록곡-
1. Nine Lives (Frederiksen/Perry/Tyler) - 4:01
2. Falling in Love (Is Hard on the Knees) (Ballard/Perry/Tyler) - 3:25
3. Hole in My Soul (Child/Perry/Tyler) - 6:10
4. Taste of India (Ballard/Perry/Tyler) - 5:53
5. Full Circle (Tyler) - 5:00
6. Something's Gotta Give (Frederiksen/Perry/Tyler) - 3:36
7. Ain't That a Bitch (Child/Perry/Tyler) - 5:25
8. The Farm (Dudas/Hudson/Perry/Tyler) - 4:27
9. Crash (Hudson/Miller/Perry/Tyler) - 4:25
10. Kiss Your Past Good-Bye (Hudson/Tyler) - 4:31
11. Pink (Ballard/Supa/Tyler) - 3:55
12. Attitude Adjustment (Frederiksen/Perry/Tyler) - 3:44
13. Fallen Angels (Perry/Supa/Tyler) - 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