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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때, 이즈음에...
이승열
2003

by 김獨

2003.12.01

한국의 보노, 다시 고국으로!

“이승열이 새 앨범을 발표했단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이승열이 컴백했다. 1990년대 중반에 잠시나마 활동했던 록 듀오 유앤미 블루(U&Me Blue) 출신으로서 단 두 장의 음반으로 록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한국의 보노! 그가 솔로 앨범 <이날, 이때, 이즈음에...>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1996년 밴드의 2집 <Cry... Our Wanna Be Nation!>을 끝으로 음악 활동을 접으며 미국 길에 올랐던 이승열이 거의 7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발표하는 앨범이다. 때문에 그의 음반 발매 소식은 유앤미 블루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공식적인 솔로 복귀에 앞서 그는 올 여름 SF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에 수록된 '비상'으로 매스컴과의 깜짝 미팅을 한차례 시도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래원이 주연한 영화 <...Ing>의 애절한 주제곡 '기다림'을 노래하며 음반의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몇 년 전부터 다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꾸준히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음반의 수록곡 대다수를 그가 직접 작사, 작곡, 편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매만졌고, 그의 록 문법은 밴드 시절과 변함없이 선 굵은 로큰롤 사운드와 블루스 필을 담고 있다. 이승열이 뿜어내는 신비스럽고 격정적인 음색도 질감 좋은 사운드를 주조해낸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밴드 멤버 방준석과의 협연이 아닌 이승열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머금은 작품이다. 솔로로 전향한 블루스 로커의 향긋한 독백! 블루지하고 걸출한 그의 보컬 창법은 적당히 절제의 미학을 가져간다. 마치 젊었을 때 펑크 로커였다가 최근에 스탠더드 재즈 음악을 들려주며 완벽한 팝 가수로 변신한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그것처럼,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내적 성숙함이 물씬 풍긴다.

이미 스크린을 통해 공개되었던 '기다림', '비상' 말고도 타이틀곡인 '이날, 이때, 이즈음에...'는 유앤미 블루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경쾌한 로큰롤 넘버로서 한국적인 정서를 담았지만 한국적 코드 진행에서 탈피한 진보적인 멜로디 라인을 가져간다.

유앤미 블루의 1집에 수록됐던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이 블루스 색채를 입은 리메이크 송으로 담겨졌고, 유투와 보노를 닮은 듯한 '다행-믿어지니?'와 'secret', 'my 발라드', 그리고 '내 안에 따스한' 등도 예전 유앤미 블루 시절의 감흥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대미를 장식하는 '푸른 너를 본다'도 그의 '명품'같은 목소리가 최대치의 매력을 선사하며 이승열의 복귀를 반갑게 알린다.

“아! 드디어 그가 돌아왔구나!”라며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던 한 음악 애호가는 이승열의 솔로 앨범을 손에 쥐는 순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음악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은 바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꿰뚫는다고 했던가! 분명 이승열의 복귀 음반은 2003년을 마무리하는 아주 특별한 연말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수록곡-
1. 5 am
2. 다행-믿어지니?
3. secret
4.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5. my 발라드
6. 기다림
7.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8. mo better blues
9. 이날, 이때, 이즈음에...
10. 분(憤)
11. 내 안에 따스한
12. 비상
13. 푸른 너를 본다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