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에게 1집과 이번 2집 사이의 기간은 '대중에게 다가가기'였을 것이다. 국민 드라마 < 내 이름은 김삼순 >의 'Be My Love'로 그를 모르던 음악 팬들에게 다가섰고, 최근에는 < 케세라세라 >의 '우리는'을 통해 그 지평을 더욱 넓혔다. 사실 그 전까지 일반 대중에게 이승열의 존재는 '이름은 잘 모르지만 목소리는 좋은 뮤지션' 비슷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시도들의 중첩을 통해 네임 밸류를 확산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을 보면, 그에게도 최소한의 욕구는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뮤지션이라면 응당 지니고 있어야 할 욕심이기에, 글을 쓰는 사람 이전에 그의 팬으로서 일단 반갑다.
무려 4년 만에 발표되는 과작(寡作)의 산물 < In Exchange >는 그러한 이승열의 현재상을 명확히 조감하는 음반이다. 전작이 어두운 블루였다면 신보는 화사한 블루라고 규정해도 될 만큼 전반적으로 밝아져 대중성이 한결 높아졌다. 지난 4년 동안 그가 느낀 것은 아마도 감사, 즉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주는 팬들에 대한 고개 숙임이었을 것인데, 바로 신작의 제목이 'In Exchange'인 이유다. 인터뷰에서 그는 팬들과의 교감 덕에 세상에 대한 회의에서 잠시 벗어나 긍정의 싹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고백했다.
자연스레 솔로 1집이 예민한 자아의 음악적 표출이었다면 이번 2집은 '나'라는 1인칭의 구속에서 벗어나 그것을 '너'에게로까지 뻗게 하는 열린 장으로서 강력하다. 1인칭과 2인칭이 동체를 이루면서 보다 진실한 음악적 울림을 일궈낼 수 있다는 깨우침이 이번 신작의 근간을 이룬다. 팬들과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첫 곡 '친구에게, 나에게'만 들어봐도 이는 확연히 알 수 있는 '팩트'다.
전반적으로 단출해진 음악 스타일 역시 이승열이 무언의 압박에서 점차 해방되고 있다는 증좌로서 기능한다. 유앤미 블루 시절, 5대의 기타를 오버 더빙하는 등의 과욕을 버린 것은 솔로 데뷔 때부터의 현상이었지만, 본작에서는 사운드 스펙트럼을 더욱 간소한 차림으로 꾸려냈다. 이를 통해 한층 부각되는 것은 당연히도 그의 목소리인데, 이승열의 음악 듣기가 그의 목소리 듣기와 사실상 동어인 것을 생각하면 이를 발전적 과정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라이브에서 감상하면 분명 감동이 배가될 첫 싱글 '기억할게'를 비롯해 후반 선율의 대중적 드라이브가 일품인 'Buona Sera', 러브홀릭(Loveholic)의 지선과 호흡을 고른 트렌디 송 '가면' 등이 이를 잘 증명해준다. 이 외에 어쿠스틱 기타 소품 '스물 그리고 서른', 드라마 < 환생 > 사운드트랙에 실렸던 '시간의 끝', 몽환적인 사운드 프로그래밍이 돋보이는 '새벽, 아침의 문'이 이어지면서 신보의 방향은 확고한 겨냥점을 향해 조준을 끝마친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곡자로서 이승열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의 곡에는 이른바 한국 가요의 히트 기준, 즉 제3의 멜로디나 결정적 훅(Hook)이 부재할 뿐 아니라 설사 간혹 존재한다하더라도 극상까지 치솟지 못하고 대개 머뭇거리며 곡을 마감한다. 자연스레 도입부와 코러스만으로 하나의 완성된 곡 세계를 일궈낼 수 있는 목소리 파워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평단과 대중의 갈채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양각의 돋을새김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베스트 트랙 '탕!'이나 대곡 지향의 '아도나이' 같은 케이스는 예외일 것이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 작품 전반을 장악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열 음악 듣기라는 행위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그가 지닌 목소리의 진실성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음악적 진정성이라는 수식은 이미 오래 전에 폐기처분된 개념이지만, 이승열의 음악은 그것이 아직도 어디엔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동년배의 30, 40대 주류 가수들이 거대 비즈니스와 타협하면서 잃어버린 그만의 특화된 장점이다.
무명의 3인칭들에게로까지 소구하기는 힘들 것이지만, 2인칭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할 수 있을 앨범. 차기작에서는 이마저 극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글쓴이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1집의 '기다림'이나 본작의 '아도나이' 같은 몇몇 곡들에서 그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엿본다.
-수록곡-
1. 친구에게, 나에게
2. 기억할게
3. Buona Sera
4. 가면 (Feat. 지선)
5. 우리는
6. 스물 그리고 서른
7. 시간의 끝
8. 새벽, 아침의 문
9. 그들을 위한 기도
10. 탕!
11. Trumpet Call
12. 곡예사
13. 아도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