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차 베테랑 밴드 내귀에 도청장치가 6년 만에 재가동을 알렸다. 여러 스타일과 콘셉트를 시도하던 과거 이력은 잠시 내려놓고 좀 더 팝적인 구성에 기대 정직하게 성문을 들이받는 'Anytime'은 그 기다림을 뚫을 공성추가 된다. 늦게 찾아온 밴드 붐, 그리고 좀체 끝나지 않는 늦여름 시기와도 모두 알맞다. 청량과 청명, 이 두 키워드가 맴도는 이유에서다.
쭉쭉 뻗어 나가는 기타와 드럼이 커버 속 비행운처럼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원래도 강한 개성을 더욱 잔망스럽게 강조한 이진표의 보컬이 노련한 특수성을 부여한다. 오늘날 유행하는 동류 밴드의 것보다는, 2000년대 초 서태지와 체리필터가 가진 순도 높은 선율의 에너지가 작렬하는 곡. 새삼 이들이 돌아온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