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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ervation
내귀에 도청장치
2010

by 한동윤

2010.09.01

내 귀에 도청장치의 음악은 언제나 극적인 긴장감이 살아 숨 쉰다. 재생 시간이 5분이 넘는 다소 긴 곡이나 템포가 빠르지 않고 음험한 분위기를 내는 곡에서도 집중하는 힘을 잃지 않는 것은 이 덕분이다. 노래가 발단과 전개, 절정, 결말을 품고 있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제공한다. 그 때문에 듣는 이의 자유로운 상상을 부추기는 힘도 동시에 지닌다.

일련의 동력은 첫째로 악곡에서 나온다. 연주의 세기를 확실히 조절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넣음으로써 공포 성향을 배가한 '중독', 현악기와 어쿠스틱 기타, 전기기타를 절묘하게 배치해서 비장미를 살리는 '실험', 둔중한 연주와 밝은 멜로디의 코러스를 동시에 구현해 노랫말이 표현하는 사악한 기운과 환상의 느낌을 온전하게 재현하는 'Crazy love' 등이 그러하다. 가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룹의 특기이자 특징이다. 멤버들의 조직력과 걸출한 실력을 확인하는 부분이며 밴드가 곡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랫말 또한 이들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부여하는 요소다. 이번에는 특히 사람들이 겪는 내적, 심리적 갈등에 중점을 두고 상태와 현상의 변화를 관찰해서 표현하는 것을 콘셉트로 했기에 내용 면에서 더욱 공상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한 번민이 선과 선의 대결이 되지 않듯이 가사는 무척 어둡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이다. 증오하는 사람에게 저주를 내려 고통을 맛보게 해 주겠다는 '흑마술', 약물에 중독된 상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중독', 사디즘적인 취향이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다가오길 두려워하는 '포르기네이' 등 복잡한 마음 속 다툼을 기괴함으로 내두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곡과의 유기성을 강화하며 독창적인 형식을 획득하는 기구라는 점에서는 꽤 훌륭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기들만의 성 구축하기에 완전히 푹 빠진 것은 아니다. '축제'는 근래 서구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이뤄지는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혼합물로서 경향과 동반하는 호흡을 보인다. 아코디언 독주가 아련하게 들리는 'U hoo hoo'와 이혁이 청아한 보컬로 포장한 '지렁이'는 밝고 가벼운 멜로디로 꾸며 대중 친화력을 높였다. 그들의 추종 세력, 록 마니아가 아니라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쉼터도 마련했다.

어디까지나 내 귀에 도청장치의 음악적 줄기를 형성하고 강력한 매혹이 느껴지는 부분은 노래 하나, 하나가 확실한 굴곡과 격정의 스토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변화와 진동을 곡과 가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행해서 조심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순발력 있게 청취자를 즉각 끌어들이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은하게 유혹의 기운을 뻗치는 음악이 바로 그들의 것이다. 명확한 긴장감을 관찰할 차례다.

-수록곡-
1. 실험 (Original Version) [추천]
2. 포르기네이
3. 축제 [추천]
4. 중독
5. 흑마술
6. U hoo hoo [추천]
7. 지렁이
8. Crazy love
9. 골방
10. 사진
11. Erotopathy (feat. 유현상)
12. Revive [추천]
13. 마녀의 눈알 (feat. 윤도현)
14. 실험
15. 축제 (Electronic Version)

전 곡 작사: 이혁, 작곡: 내 귀에 도청장치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