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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na
내귀에 도청장치
2004

by 이민희

2004.03.01

1988년 8월 4일 9시 뉴스 현장을 기습,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소리치던 한 남자가 있었다. 충격적이었지만 반면 좀 재밌기도 했던 해프닝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많은 이들이 잊고 있었던 한 날의 소동을 일깨운 젊은이들이 있었다. '내 귀에 도청장치'는 음악으로 그때의 충격을 재현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로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첫 앨범 발표 이후 긴 휴식에 접어들었던 내 귀에 도청장치는 웅장한 스케일의 타이틀 곡 'Cry'로 2집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박력있는 연주, 도드라지는 속주, 숨이 넘어갈 듯 격렬하게(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노래하는 그들 특유의 음악적 충격은 여전하다. 1집과의 차별화라면 편곡의 변화인데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덧입혀 그들만의 '록 앤 오케스트라'를 웅장하게 들려준다. 이브(Eve)의 김세헌, 트랜스픽션(Transfixion)의 해랑과 함께 동시에 문을 여는 '오아시스'도 반가운 곡이다.

하드록과 메틀, 얼터너티브의 여러가지 특색 중 '파워'를 주된 쏘스로 뽑아 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의 노선은 다분히 공연 중심적이고 매니아 지향적이다. '비둘기' '날개' '거울' 등 기존의 록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약한 모습도 있지만, 'Slave'에서 드러나는 무서운 파괴력,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귓가에 맴도는 '1804', 가사를 음미하기 전까진 사랑고백이라 믿기 힘든 전형적인 록 넘버 'Magic man' 등 건강한 남자 노래 일색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바뀌면서 록도 변하고 있고 동시에 음악을 듣는 우리들의 귀와 취향도 변하고 있지만 내 귀에 도청장치는 그런 변화의 기운을 예민하게 감지하지는 못한다. 대신 그들은 록이란 파워의 음악이라는 굳은 초심을 용감하게 지켰다. 그렇기에 3년 만에 만나는 신보는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한다. 수절(혹은 보존)과 유행은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 말할 수 없는 예민한 선택사항이다. 안식이 될지 부담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수록곡-
1. 오아시스 (작사 : 이주원 / 작곡 : 내귀에 도청장치)
2. Cry (orchestral ver.) (이경 / 송재우)
3. Magin man (이혁 / 이혁)
4. 비둘기 (이혁 / 송재우)
5. 1804 (이혁 / 송재우)
6. Party (황의준 / 내귀에 도청장치)
7. 날개 (이주원 / 이혁, 황의준)
8. Slave (황의준 / 이혁, 이주원)
9. Cry (original ver.)
10. Coma (이주원 / 내귀에 도청장치)
11. 거울 (이혁 / 이혁, 이주원)
12. Fallin in love (이혁 / 이혁)
13. 살 (송재우 / 송재우)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