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기타의 모든 것 - 팻 메스니 내한 공연
팻 메스니(Pat Metheny)
고희(古稀)의 모던 재즈 거장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가 방한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 아트센터 개관 기념으로 5월 23일과 5월 25일 양일 관객과 교감했다. 2016년 서울재즈페스티벌 이후 9년 만의 내한은 근작 < Dream Box >(2023)와 < Moon Dial >(2024)을 아우르는 2025 “Dream Box / MoonDial Tour”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매년 방한할 때마다 투어링 멤버가 적어지네요”라며 웃음 지은 그래미 20회 수상자는 기타 한 대의 일대일 대화를 예고했다. 팻 메스니 그룹(Pat Metheny Group)의 일원이었던 키보디스트 라일 메이스를 비롯해 드러머 빌리 히긴스와 색소포니스트 마이클 브레커 같은 명품 연주자들과 협업했지만 솔로작에 집중했던 2020년대의 경향성이 본 무대에 반영되었다.
“내 이야기 좀 들려줘도 괜찮죠?” 미소 지은 사자 머리 명인(名人)은 플루겔혼 연주자인 친형 마이크 메스니의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 본격적으로 “이 바닥”에 뛰어든 과정을 공유했다. 재즈 비브라폰 거장 개리 버튼 쿼텟에 합류했을 때의 감동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1966년도 라이브 앨범 < Four & More >가 준 충격파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전달했다.
1998년 제40회 그래미
최우수 재즈 인스트루멘탈 수상작 < Beyond The Missouri Sky (Short Stories)
>(1997)를 합작한 수어지교(水魚之交)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을 통해 비로소 어쿠스틱 기타를 체화했다는 메스니는 해당 음반의 주옥같은 수록곡을 시공간에 붓칠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 < 시네마 천국 >(1988)에
흐른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영화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Cinema paradiso main theme’은
나일론 기타으로 새로운 숨결을 획득했고 ‘Our spanish love song’ 속 아름다운 선율은
작곡자 헤이든의 현현(顯現).
생소한 바리톤 기타를 꺼내든 그는 “두 줄은 한 옥타브 위로 튜닝하면 더 풍성한 하모니를 낼 수 있죠”라며 영업 비밀까지 털어놓았다. ‘The girl from Ipanema’란 제목이 더 친숙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콤비의 보사노바 금자탑 ‘Garota de Ipanema’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 흑인 오르페 >(1959)에 삽입된 루이스 본파 의 ‘Morning of carnival’에서 아마존강이 흘렀으며 바리톤 기타의 표현력도 돋보였다. < Still Life (Talking) >(1987) 수록곡 ‘Minuano (six eight)’과 ‘James’를 수록한 < Offramp >(1982)의 ‘Are you going with me?’ 같은 경력상 대표작에서 브라질리언 그루브를 내포했다.
지난 5월 1일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흐른 건스 앤 로지스 버전과 상반된 ‘Wichita lineman’이 흘렀다. 지미 웹이 쓰고 글랜 켐벨이 부른 이 컨트리 걸작 속 미국 중부지대 황량함과 낭만성이 관류한 지미 웹 작곡 글랜 캠벨 가창의 이 컨트리 명곡은 장르 막론 미국 사내들의 가슴을 울렸으리라. 캔자스주에 위치한 위치토는 메스니의 고향 미저리와도 차로 두 시간 거리로 멀지 않다.
< Midnight In Blue >(1963) 속 케니 버렐의 우아함과 킹 크림슨 로버트 프립의 아방가르드 헤비니스, 명반 < Concierto >(1977) 속 짐 홀의 여유로움을 체화한 이 실험주의자 겸 비르투오소는 전위적 모양의 42현 “피카소 기타”를 비롯해 계속된 기타 교체도 톤 만들기 장인다웠다. 공연 내내 가려져 있던 검은색 베일이 하나둘 벗겨지며 등장한 여러 대의 기타와 베이스까지 돌아가며 'Sueño con México’를 풀어헤쳤다. 괘종시대 째깍대는 듯한 타악기와 맞물려 “Pat Metheny” 이름 적힌 GS 아트센터의 설치미술처럼 전위적이었다.
메스니의 버전이 라디오 시그널로도 종종 활용된 비틀스 명곡 ‘And I love her’ 포함 서너 번의 커튼콜로 청중의 기립박수에 화답한 재즈 거성은 마지막 순간 마치 분신인 양 자신을 둘러싼 악기들을 가리켰다. 기타는 표현 범위가 무한한 단 한 대의 오케스트라라는 상용구의 상투성이 무너진 15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