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magic!
음악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다른 어떤 것에서도 맛볼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곤 한다. 아니다. 단순히 희열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무언가가 모자란다. 제이슨 마이어스(Jason Myers)가 말했듯이 뮤지션들이 서로간의 일치된 교감을 통해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엮어낼 때, 관객들은 성배를 찾은 듯한 기쁨을 누린다. 그 순간 모든 시계는 멈추고 그 특정한 장소는 하나의 독립된 차원계가 되어 아티스트와 팬들을 그 안에 머물게끔 해 준다.
이런 절정의 순간들은 특히 음반 감상보다는 실황 공연을 통해 자주 찾아온다. 바로 음악에 있어 라이브가 중요시되는 가장 큰 까닭이다. 뮤지션들은 이를 위해 자신만의 작품을 스튜디오 안에서 치열하게 실험하고 팬들은 음반을 닳고 닳을 때까지 듣고 또 듣는다. 그 뒤에 접하는 공연의 감동이란 가히 말로 표현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중한 순간을 넘어서 평생의 추억으로 화하는 것이다.
지금 소개할 [A Night In Cannes](2003) 역시 그런 케이스에 정확히 부합하는 실황 음반이다. 주인공들은 블루스 기타의 거성 비비 킹(B.B. King), 국내에서 공연 때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했던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Pat Metheny), 웨스트 코스트 재즈 피아노의 대부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셋은 이 합동 작품을 통해 신들린 즉흥 연주의 한바탕 향연을 뽐낸다. 시간은 1983년 프랑스의 어느 겨울 저녁.(1월 28일) 장소는 칸느의 페스티벌 콘서트 홀(Palais des Festival)이었다.
오프닝을 조심스레 열어 제치는 팻 메스니는 그만의 청명한 기타 톤을 선보이며 이후에 있을 대선배들의 공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고조시켜준다. 1920년 생으로 반세기 이상의 연주 캐리어를 소유한 데이브 브루벡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클래식에 기반한 자신만의 스윙 연주를 세련된 기법을 통해 뿜어낸다. 비비 킹은 영혼이 담긴 블루스 월드로 청중들의 마음을 단박에 잡아내 '과연!'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낸다. 셋을 통해 관록과 노련미를 넘어선 '한 개인의 역사'가 그들의 음악 안에 자연스레 녹아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압권으로는 단연 비비 킹의 시그니처 송이나 다름 없는 'The thrill is gone'을 들 수 있겠다.
세기의 블루스/재즈 뮤지컬 이벤트가 이 한 장의 CD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통 재즈 진영에서는 간혹 블루스와 재즈의 미팅이 음계의 차이로 인한 어색함 때문에 지양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당시의 청중들에게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음악이란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의, 즉 마음의 산물인 까닭이다.
결국 앨범은 재즈/블루스 마니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축복의 레코딩이다. 10년 전 그곳에 없었을 국내의 다수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더욱 반갑고 혹 있었던 팬들에게는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수록곡-
1. Move To The Groove by Pat Metheny with the Heath Brothers
2. Lover Man by Dave Brubeck Quartet
3. Blue Rondo A La Turk by Dave Brubeck Quartet
4. Ol' Bill Basie by Dave Brubeck Quartet
5. The Thrill Is Gone by B.B. King and his orchestra
6. Guess Who by B.B. King and his orchestra
7. Payin' The Cost To Be The Boss by B.B. King and his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