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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amson, the Bastard Swordsman
우탱 클랜(Wu-Tang Clan)
2025

by 정기엽

2025.05.12

‘클랜’으로 대표하는 집단이 주는 중압감이 예전만 못한 세상이다. 2020년대 들어 창궐한 질병, SNS가 만든 개인화 등 여러 이유가 겹친 까닭일 터. 공동체 정신이 핵심 중 하나이던 힙합 역시도 그러한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표적으로 해외에선 에이셉 맙(A$AP Mob)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며 국내 또한 일리네어, 하이라이트 레코즈 등 팀처럼 움직이던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띤다. 그러나 여기,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단체의 무게감을 설파하는 우탱만큼은 여전하다.


신과 구, 진짜와 가짜를 거세게 판단하는 장르 특유의 논리에서 이 팀은 자유롭다. 애써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지 않아도 이미 클래식의 반열에 든 덕분. 첫 곡부터 ‘1990년대, 2000년대를 넘겨 살아 남았다’고 부르짖는 자신감이 앨범 전반에 도사린다. 멤버 개인마다의 특징을 살리며 곡별 스타일에 변주를 능숙하게 구사한 덕에 갱스터적 면모가 발현한 ‘Roar of the lion (The lion’s pit)’와 R&B 색채가 짙은 ‘Claudine’이 연달아 나와도 이질감이 없다. 오래 우탱 ‘패밀리’로 함께한 프로듀서 매스매틱의 이해도 높은 비트와 용해된 랩이 일사불란하게 퍼진다.


매스매틱이 외부인이지만 가족애에 합류했듯, 끈끈한 전우들의 동행 역시 큰 포인트다. 첫 음반 <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부터 꾸준히 동부 힙합의 에너지를 매개 삼던 팀이기에 뉴욕 출신 래퍼의 참여는 자연스럽다. 특히 2000년대부터 많은 믹스테이프와 음반으로 활발히 활동한 베니 더 부처, 38 스페쉬는 막내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각 멤버들이 둥지 바깥에서 활동하다 만난 인연들이 우탱의 뿌리 깊은 나무를 지탱해주는 모습은 역사가 쌓아 온 명맥 유지로 귀감이 된다.


줄곧 이어온 붐뱁 루프에 뱉는 랩 기조의 존속과 시도가 뒤섞였다. 기존 팬들을 만족시킬 ‘Mandingo’, ‘Dolemite’는 타격감의 반복이 특징. ‘Everybody clap your hands’ 같은 호응 유도는 당대의 추억을 재현한다. 이것이 부정적인 회귀로 해석되지 않을 이유는 이들이 만든 레거시의 존재다. 그 밖에도 ‘Cleopatra Jones’은 머무르지 않는 변신 의지로 비친다.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가 풍성한 리듬을 형성하는 아래 상이한 톤의 두 래퍼가 랩을 주고받는 현장은 베테랑이라는 명명의 방증으로 빛난다.


타이틀에서부터 풍기는 게토 문화의 향취가 음반 대부분에 자리했지만 마지막에 외치는 것은 사랑이다. 올 여름 미국에서 고별 투어를 예고한 우탱 클랜이 지지를 보내준 모두를 위한 메시지를 남긴 것. 과거의 영광, 찬란한 이름값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지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낼 때다. 퍼렐 윌리엄스가 회고하듯 우탱이 결성할 적 “비교할 만한 다른 음악이 없었다”. 그간 대적할 크루가 여럿 탄생했으나 그마저 과거형으로, 다시 유일무이한 단체가 됐다. 커다란 전쟁통인 음악 시장에서 이들은 증명했다. 살아남는 자가 가장 강한 것이라고.


-수록곡-

1. Sucker free city (Kurupt, Ralph McDaniels & Brady Watt)

2. Mandingo (Raekwon, Inspectah Deck, Method Man & Cappadonna) [추천]

3. Roar of the lion (The Lion’s pit) (U-God, Kool G Rap & RZA)

4. Claudine (Method Man, Ghostface Killah & Nicole Bus) [추천]

5. Shaolin vs Lama (Raekwon & Inspectah Deck)

6. Executioners from Shaolin (Inspectah Deck, GZA & Cappadonna)

7. Cleopatra Jones (Raekwon & Masta Killa) [추천]

8. Warriors two, cooley high (Benny the Butcher & Method Man)

9. Let’s do it again (RJ Payne, 38 Spesh, Willie The Kid & RZA)

10. Dolemite (Cappadonna, U-God & Masta Killa) [추천]

11. Trouble man (Kameron Corvet) (Outro)

12. Charleston Blue, legend of a fighter (Nicole Bus, KXNG Crooked & Cappadonna)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