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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 the Wu-Tang (36 Chambers)
우탱 클랜(Wu-Tang Clan)
1993

by 임진모

2001.02.01

흑인의 혁명 정신을 실천한 최강의 공동체 그룹

활동시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여러 면에서 우탱 클랜(Wu-Tang Clan)은 N.W.A.와 비교되곤 한다. 전자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의 랩 음악을, 후자는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의 랩 음악을 대표했다. 전자는 미니멀적인 비트의 구성으로 올드 스쿨(Old-School)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반면, 후자는 뉴 스쿨(New-School)의 다채로운 비트와 70년대의 펑키한 사운드의 혼합을 시도하였다.

이권 다툼으로 뿔뿔이 흩어진 채 솔로로 전향했던 N.W.A.와는 달리 우탱 클랜은 랩에 관한 일종의 ''독립 국가''를 형성하려 했다. 애초 마니아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N.W.A.와 그 핵심 멤버였던 아이스 큐브, Dr. 드레, 이지 E처럼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얻진 못했지만 우탱은 대신 두터운 마니아 층을 얻었다.

9명의 구성원이 모두 MC인 우탱은 1992년에 조직됐다. 당시 그들에게는 두 가지 대전제가 있었다. ''레코드 회사로부터 예술적인 독립을 보장받기 전까지는 앨범 작업을 하지 않을 것''과 ''각 멤버의 역량을 결집하여 그룹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후 사이드 프로젝트의 형식으로 개개의 활동을 추진할 것''이 그것이었다. 라우드(Loud/RCA) 레코드사가 이 조건을 수락해 93년 대망의 첫 앨범 <엔터 더 우탱 (36 챔버스)>를 발표하게 되었다.

두 대의 턴테이블이 만들어내는 올드 스쿨의 비트가 모든 사운드를 지배하는 이 음반은 비트의 다양성을 실험하며 발전을 추구한 전반적인 힙합의 흐름과는 큰 대조를 이루었다. 동시대의 현란한 사운드 정경에 비한다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건 분명히 ''의도된'' 것이었다.

우탱의 음악을 조율하는 리자(RZA)는 구식으로 치부되었던 옛 소리를 찾아내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음악을 재창조하려 했다. 여기에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9명의 MC들이 서로 주고받는 호전(好戰)적인 래핑이 가세하면서 이들의 목적은 좀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턴테이블의 조작으로 이루어지는 디스크자키 음악을 바탕으로 두 명의 MC가 자유로운 주제를 가지고 라임(rhyme)을 밟으며 경쟁을 벌였던, 이제는 ''잊혀진 과거의 완벽한 재연(再演)''이었다. 이 날카로운 ''지껄임의 향연''과 함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어두운 피아노의 루핑(looping)과 동양의 신비가 담긴 샘플링은 웨스트 코스트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우탕 클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당신을 우탱의 스타일로 인도할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그야말로 ''욕설''과 ''칼싸움''이 난무한다. 도통 정신이 없을 만큼 혼란스럽고 위험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흑인 빈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진실하게, 거칠게, 또 강하게 토로하고 있다.

자신들을 이야기한 ''브링 다 로커스''(Bring da Ruckus)를 필두로 흑인들끼리 싸우는 것을 비난하는 내용의 ''흑인의 모멸''(Shame on a nigga), 범죄지역에서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는 흑인을 통해 ''돈을 벌어라''는 교훈을 들려주는 ''C.R.E.A.M.''(현찰이 나를 지배한다는 뜻의 Cash Rules Around Me의 앞 글자를 땄다) 등 자신들을 둘러싼 삶을 말 그대로 ''쏟아'' 붇는다. 노스트라다무스, 쿵푸 영화(그래서 칼싸움이 있다) 그리고 전쟁과 같이 주류가 꺼리는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껴안기도 한다.

''퍼블릭 에니미의 출현에 비견될만한 약진''이라는 극찬과 함께 결국 성공을 일궈낸 우탱의 멤버들은 나중 계획대로 개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리자는 드 라 소울의 프로듀서 프린스 폴 등과 함께 그레이브디가즈(Gravediggaz)를 조직해 <6 피트 깊게>(6 Feet Deep)를 통해 호러코어 랩(Horrorcore rap)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으며, 94년 메소드 맨(Method Man)은 솔로 앨범 <티칼>(Tical)을 통해 스타 반열에 들어섰다. 같은 멤버인 올 더티 배스타드(Ol'' Dirty Bastard), 래퀀(Raekwon), 지니어스/지자(Genius/GZA)의 솔로앨범도 모두 골드 레코드 이상을 기록했다.

이들의 각별한 공동체의식은 특기할 필요가 있다. 400명이나 되는 ''우 패밀리''라는 집단을 통해 그들만의 레이블을 설립하여 앨범수익을 공동분배하고 있으며 그들만의 생활터전인 ''우 맨션''을 지어 공동생활을 영위한다. ''우 웨어''라는 흑인 패션브랜드도 개발했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과 행위는 흩어진 멤버들을 다시 우탱 클랜이란 이름으로 다시 모이게 해 97년 더블 앨범 <우탱이여 영원히>(Wu-Tang Forever)를 낳았다. 각 멤버의 기이하며 독특한 래핑, 그리고 절제된 텍스추어의 독창적인 사운드 구성력을 다시 한번 구현한 이 작품은 ''그들만의 리그''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 앨범과 함께 그들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합동 투어에 나서 록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리자는 ''그들이 말하는 것이 곧 우리가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께 공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탱 클랜이 무엇인가는 리자의 다음 말로 압축된다.

"생각하는 것이 열쇠다. 그러나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는 것보다 필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발표 당시 닥터 드레의 <크로닉>열풍에 밀려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 앨범은 뒤늦게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그들은 행동한다는 것을 비로소 인식한 대중들의 지지였다.

-수록곡-
1. Shaolin Sword
2. Bring Da Ruckus
3. Shame On A Nigga
4. Clan In Da Front
5. Wu-Tang: 7th Chamber
6. Can It Be All So Simple
7. Wu-Tang Sword
8. Da Mystery Of Chessboxin'
9. Wu-Tang Clan Ain't Nuthin Ta F' Wit
10. C.R.E.A.M.
11. Method Man
12. Protect Ya Neck
13. Tearz
14. Wu-Tang: 7th Chamber - Part II bonus track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