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퍼디난드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제나 단 하나였다. 모두가 춤출 수 있는 록 음악. 아이덴티티만큼은 늘 확실했다. 함께 달려온 숱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밴드들이 흔들리고 변하는 와중에도 댄서블한 로큰롤을 향한 그들의 진심은 굳건했다. 그저 세월에 따라 조금씩 차분해졌을 뿐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초기의 프란츠 퍼디난드를 그리워하고 그 시절 특유의 매혹적인 광란의 사운드에 열광하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은 필연적인 변화를 선물한다. 이는 그들이 오랫동안 진중함과 노쇠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야만 했던 어쩔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원년 멤버의 이탈이 이어졌고 유행은 변했으며, 젊은 활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4집 <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 >은 불변을 외치며 피워낸 최후의 거대한 불꽃이었지만, 이어진 전작 < Always Ascending >은 불꽃이 꺼진 암전 상태에서 연주하는 애처로운 로큰롤이었다. 그럼에도 프란츠 퍼디난드의 춤은 멈추지 않는다. 눈물이 흐르고 공포가 엄습해도 화려한 스텝은 계속된다. < The Human Fear >는 단 한 번도 막을 내린 적이 없었던 프란츠 퍼디난드의 스테이지에 다시 빛을 비춘다. 사람은 달라졌을지언정 무대는 변하지 않는다.
'Audacious'는 스파크스와의 협업 프로젝트 FFS의 아방가르드적인 구성과 데뷔 초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사운드의 노스탤지어를 융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감동적인 오프닝 트랙이다. '첫 리프로 가볼까'라는 말과 함께 시작하는 기타 사운드는 그들의 초기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그 시절의 향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운 변주와 함께 대담한 태도와 지속성을 외치는 웅장한 후렴에서는 현재의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음악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급진적인 개혁을 추구하기보단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길을 택한 아티스트만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앨범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희망의 정서로 가득하다. 3집 < Tonight: Franz Ferdinand > 시절의 느긋하면서도 관능적인 뉴웨이브 스타일로 매력을 발산하는 'Night or day'는 삶에 관한 긍정적인 태도와 유대의 정서를 품고 있다. 고양이처럼 능글맞고 매끄러운 구성의 'Cats'는 누군가가 억압하려 들어도 자신의 본질을 변하게 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자유의 음악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댄스 록은 프란츠 퍼디난드가 잃지 않으려는 그들의 본질이기도 하다.
전작에 비해 본인들만의 사운드가 확실하게 되살아나긴 했지만, 활력은 당연히 예전 같지 않다. 이에 따라 생긴 빈틈을 메우기 위한 여러 시도가 보인다. 그러나 'Hooked'의 경우, 에너지 약화의 문제를 일렉트로닉의 접근법으로 상쇄해보려 했으나 오히려 앨범 내 가장 어색한 지점으로 남아버린다. 그리스의 전통 장르인 렘베티카를 재해석한 'Black Eyelashes' 역시 시도는 좋으나 앨범의 흐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Build it up'처럼 과잉된 힘을 빼고 나른하게 접근하는 트랙에서는 완숙한 멋이 살아있고, 'Bar lonely'는 고독한 밤의 이미지를 탄탄한 베이스 리프와 아련한 키보드로 그려내며 찬란한 순간을 완성하는 곡이다. 이렇듯 기존의 아이덴티티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으면서 즐거움과 진중함 사이의 균형을 맞췄을 때, 오로지 프란츠 퍼디난드만이 선보일 수 있는 댄스 록의 세계가 비로소 선명해진다.
< The Human Fear >는 과거의 영광을 절대 넘을 수 없는 아쉬운 현재를 드러내지만, 그럼에도 프란츠 퍼디난드의 댄스 플로어는 무너질 일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하는 작품이다. 트랙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재기발랄한 지점들은 참신하다기보다는 2000년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의 편린을 2020년대에도 어루만져볼 수 있는 레트로의 강점에 가깝다. 이는 급한 변화가 아닌 천천히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 밴드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시간은 프란츠 퍼디난드의 짧은 황금기를 가져가고 긴 숙성 기간을 던져주었다. 강하고 짜릿한 초기의 맛은 이제 없지만, 은은하고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는 날만을 기다리며 그들은 본인들의 음악을 보존하고 있다. 여전히.
-수록곡-
1. Audacious [추천]
2. Everydaydreamer
3. The doctor
4. Hooked
5. Build it up [추천]
6. Night or day [추천]
7. Tell me I should stay
8. Cats
9. Black eyelashes
10. Bar lonely [추천]
11. The bi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