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Ulysses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2009

by 박효재

2009.02.01

뒷골목의 축축한 공기가 코를 시큰하게 한다. 젊은 남자가 밤에 방탕하게 노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다는 알렉스 카프라노스(Alex Kapranos)의 말과는 좀 다르게 'Ulysses'는 사색적인 성향이 적지 않게 묻어있다. 묵직한 베이스라인은 곡의 명도를 낮추며 음산한 무드를 한껏 고조시킨다. 대신 그 어두움은 듣는 이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맴돌다 조용히 스며든다. 심장박동의 속도로 발걸음을 떼는 베이스와 조용히 울려대는 드럼이 살짝 취기가 올랐을 때처럼 사람을 몽롱하게 한다.


그렇지만 소녀들을 춤추게 할 음악을 만들겠다는 다짐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Take me out', 'Do you want to' 등 이전의 싱글들을 들을 때보다 도리질의 궤적과 스피드는 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템포도 그다지 빠르지 않고 밀어붙이는 맛이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다. 심하게 일그러진 키보드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터지며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를 높이지만 'Do you want to'처럼 탄력있게 리듬을 구성하지는 않아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헐렁하게 가는 것이 프란즈 퍼디난드의 매력이라면 너무 억지일까. 다른 건 몰라도 사색적이고 때론 신경질적이며 혼돈에 가득찬 'Ulysses'의 이미지만큼은 참 매혹적이다.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