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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러블리즈(Lovelyz)
2017

by 조해람

2017.11.01

조금 일찍 나온 캐럴이다. 종소리의 모티프가 사운드와 가사 두 축에서 곡을 전개해가고, 패턴을 길게 잡고 밝음과 멜랑콜리를 적절히 섞어내는 특유의 코드 진행은 이 곡이 러블리즈의 노래임을 확실하게 환기한다. 그룹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 윤상의 손이 닿지 않았음에도 이런 개성을 유지한다는 점은 그룹의 정체성에 대한 프로덕션의 고민이 허투루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작곡가 원택(1take)과 탁(Tak)은 러블리즈를 한 발짝 더 올려본다. 곡의 아기자기한 흐름 밑에 하우스적 사운드와 정박마다 둔탁하게 꽂히는 비트를 깔아서 캐럴의 정서를 K-Pop 댄스곡의 영역에 성공적으로 붙잡아둔 것이다. 예쁘장함을 곡의 기초로 두고 크리스마스와 하우스를 병치시키는 이 적당한 긴장감이 매력적이다.


러블리즈 곡의 또 다른 재미였던 노랫말의 힘은 조금 약하다. 그러나 곡 전반의 구성이 자연스러워서 감상을 방해하는 굴곡은 딱히 없다. 기본적 가창, 랩과 대사 어디쯤에 있는 브릿지, 뚜렷한 후렴 멜로디 등이 전환되면서 곡의 입체적인 얼개를 만든다. 특히 후렴의 선명한 선율은 이 곡의 또다른 핵심으로, '종소리'를 이루는 복잡한 여러 요소들에 삼켜지지 않는 강한 존재감이 있다. 말쑥하게 잘 만든 러블리즈식 시즌 송.

조해람(chrbb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