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 진부하지만 이만큼 바이바이 배드맨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도 없다. 평균 연령은 어리지만 독특한 보컬 음색과 빈티지한 음악 스타일로 이미 본인들의 경계를 그어놓은 상태다. 비록 브릿팝에서 많은 것을 수혈 받았지만 그 덕에 정체성만큼은 어떤 신생밴드보다도 두드러진다.
쏟아진 기대에 비해 다음 발걸음을 떼기까지의 시간이 길었다. 예상에 비해 다음 발걸음이 더 멀리 찍혔다. 이번 앨범 < Because I Want To >는 밴드 스스로 프로듀싱해낸 앨범이다. 이들이 그려온 패기 넘치는 궤적대로라면 당연해 보이는 수순이지만 의욕 과잉이 아닐까 걱정도 생긴다.
가장 큰 차이를 말하자면 명료함이다. 이전 앨범이 울창한 숲이라면 이번에는 가지치기에 공을 들였다. 기타와 키보드가 양립하며 합을 맞추던 이전의 구성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각 파트가 자신들의 비율을 찾아내고자 한다. 기타 디스토션이 옅어지고 키보드도 요란하게 곡을 점령하지 않아서 멜로디의 충돌이 전보다 훨씬 덜하다. 화려한 솔로보다 곡의 매무시에 중시하다보니 자칫 이전과 괴리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훨씬 깨끗해진 사운드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악기가 물러선 자리에 보컬이 대신 앉았다. 메인 보컬 정봉길의 목소리는 특유의 영국식 억양을 살짝 걷어낸 대신 한 층 밝아졌다. 발음도 또렷해졌고 가사의 몰입도도 좋다. 'Arrow'는 가장 빛나는 순간인데 적절히 공간을 만드는 연주와 빈 공간을 매우는 보컬의 상보관계가 인상적이다. 나긋한 곽민혁의 목소리도 괜찮다.
'Because I want to'처럼 긴장감을 차곡이 쌓아올리는 실력도 여전하다. 예전의 큰 맥락을 모두 바꾸진 않았지만 스스로 몸무게를 많이 줄였다. 곡이 군살을 빼니 듣는 입장에서 혼란스럽지 않고 부담도 적다. 프로듀싱도 한결 나아졌다. 전달력의 측면에선 셀프 프로듀싱은 성공적인 자구책이 되었다.
본인들의 말대로 하고 싶은 걸 다 해본 듯하다. 멤버들의 군 입대와 소속사 변경 등 외부적인 문제가 앞으로의 활동을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앨범이 밴드와 팬 모두에게 적절한 환기로 작용하리라 예상된다. 많은 기대치를 가진 밴드다. 이 기대치는 시간이 지나 원숙해질 바이바이 배드맨에 대한 기대이며 이 앨범이 심어준 믿음이자 어제의 루키가 맞게 될 내일이다.
-수록곡-
1. Panda [추천]
2. Swimming pool [추천]
3. Arrow [추천]
4. Monster
5. Strange love song
6. Because I want to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