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들을 자주 목격한 곳은 경연장이었는데, ‘2011 헬로루키’, ‘지포 아마추어 락 밴드’등에서 우승을 독식하기에 이르른다. 발육도 빨라서 공연을 볼 때 마다 ‘이들이 저번에 본 그 그룹인가’ 하는 의심을 부여하기도 했다. 앨범을 들으면서 의아함은 점점 더 거대해진다. 이 도드라진 신인밴드는 공연과 음반의 간격이 넓다. 대체로 신나는 곡을 뼈대로 했던 실연(實演)과 달리 앨범은 침착하고 숙성되었다. 라이브만을 본다면(그것이 단독공연이 아니라면) 이들을 오해할 확률이 크다.
다채로운 색을 지녔지만 전반적으로는 ‘구김살 없는 몽상가’처럼 환하고 따스하다. 로큰롤 리듬으로 한껏 바람을 잡다가 갑자기 구석에 웅크리며 우울함과 무기력을 보여준다. 놀란 마음을 달래며 주섬주섬 함께 멍하니 앉으면 ‘Purify My Love’, ‘데칼코마니’, ‘Low’가 알람처럼 “우리는 로큰롤밴드야”라는 것을 일깨운다. 가령 ‘노랑불빛’과 ‘인공눈물’과 함께 찰랑찰랑 흔들거리며 까불다가도 진지한 표정으로 ‘5500-2’를 타고 사이키델릭을 향해 떠나버리는 것이다.
연초에 발표한 EP에 이어 내놓은 정규앨범은 이들의 왕성한 소화력과 식성을 보여준다. 스스로 댄스와 록이 합성된 ‘매드체스터 사운드’를 지향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자신의 이름이 증명한다. 실제로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은 맨체스터 무브먼트의 선구자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곡에서 따왔다. 데뷔 후에 끊임없이 지적당하고 있는 오아시스의 유사치도 간과할 수가 없다. 특히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의 신경질적이고 앙칼진 창법이 (때때로 공연에서도 보컬 정봉길은 리암과 비슷한 뒷짐 지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심증을 더욱 굳히고 만다.
장르 파헤치기나 유사 아티스트를 비교하는 것은 아티스트에게도, 필자의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은 아니다. 이것은 음반을 듣는데 그다지 생산적이지도 않고 ‘제 2의’, ‘한국의 OO’ 같은 결박을 씌우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긴 문장을 할애한 것은 오아시스와 브릿팝의 직접적인 유사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인의 감성과 작법을 지닌 한국 밴드” 이 점은 타밴드 사이에서 이들을 도드라지는 까닭이자, 분명한 한계점이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올해 등장하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진들(예를 들면 칵스나 글랜체크 등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은 ‘바이 바이 배드맨’과 비슷한 난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1라운드가 끝나고, “록의 지역성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의 종이 울릴 참이다. 이들이 부디 도발하고, 도전하면서, 선전하기를 응원한다.
- 수록곡 -
1. Purify My Love
2. 데칼코마니 [추천]
3. 노랑불빛
4. W.O.S [추천]
5. 인공눈물
6. Golden Nightmare [추천]
7. Bee [추천]
8. LOW
9. About You Now [추천]
10. 55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