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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한스 짐머(Hans Zimmer)
2011

by 김진성

2011.06.01

그 어떤 스튜디오 실무자나 제작자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의 문을 공식적으로 닫을 거라고 공표하는 것은 절대 믿을 게 못 된다. 유명한 디즈니 테마 파크 라이드를 각색한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은 처음 제작될 당시 원래는 독립적인 단편영화로 구상되었다. 연작물로 만들 계획은 애초에 없었단 말씀. 그 다음에 이어진 두 편의 속편은 연달아 개봉되도록 계획되었고 세 번째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 2007)를 끝으로 시리즈의 컨셉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캐리비안 해적> 삼부작시리즈로 디즈니는 엄청난 수익을 올려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스튜디오 실무자들은 그러나 거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너무도 매력적인 상품성을 여기서 중단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 결국 프랜차이즈의 네 번째 시리즈를 팀 파워스(Tim Powers)의 소설 <낯선 조류>(On Stranger Tides)에 근거해 2011년 여름블록버스터로 공개했다.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에 대한 모든 것은 디즈니와 제작자들 모두에게서 획일적인 열의의 부족으로 오점을 남기는 것 같았다. 영화를 위한 예산책정은 적잖이 감소했고 다수의 유명 등장인물들이 시리즈를 떠났으며 새로운 방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현실적인 영감에서 이야기의 기틀을 마련한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은 관능적이다는 이유로 PG-13등급을 받았다.

제작사도 밝히기를 꺼리는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출연한 절대카리스마 조니 뎁(Johnny Depp)의 압도적 포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바르보사 선장역에 제프리 러쉬(Geoffrey Rush)의 재등장이 반갑긴 하다. 조니 뎁의 아버지로 간만에 깜짝 다시 출연한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롤링 스톤즈 팬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전형적인 대형을 갖추지 못한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은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야기는 조니 뎁과 제프리 러쉬 캐릭터가 다시금 의기투합하고 그들의 반대편에서 전설적인 청춘의 샘을 찾아 모험의 여정에 경쟁적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는 미모의 일등 여자항해사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를 중심인물로 전개된다.



4편에서 등장하는 페넬로페 크루즈는 조니 뎁의 옛 애인으로 등장, 스페인의 열정을 시각과 음악적 순간들 양면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가미한다. 세 주요인물의 신나고 재미있는 액션어드벤처의 주변에는 검은 수염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선장이 제프리 러쉬와 쌍벽을 이루고 검은 수염을 보좌하는 험상궂은 좀비해적들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그러나 4편의 부제 “낯선 조류”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흥미를 배가시키는 캐릭터의 등장은 인어일 것이다. 영원한 젊음, 영속적인 삶을 주는 청춘의 샘에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기나긴 모험 속에서 인어들은 매혹적인 자태로 호기심을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숨은 추악한 본성으로 관객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한다. 인어의 존재는 스페인 여전사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낯선 조류”의 음악에 있어서도 강렬한 영향을 미치는 극적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에 각별히 비호감적 반응이 비평적으로 쏟아져 나온 것과 더불어 사운드트랙에 대한 평가도 원작의 재난에 가까운 출품작보다 더 곱지 않을 전망이다.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을 위해 주요한 부분의 음악적 질료들을 썼지만 계약상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murai)에 대한 책무로 인해 자신의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소모적이고 급박한 막판 승부로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로 대체되었고 마지막 녹음에 신서사이저로 대규모의 난도질을 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목할 만 하게 스코어는 영화와 같이 동일한 성공을 맛봤다. 그리고 무수한 지적 결핍에도 아랑곳 않고 주류가 선호하는 음악의 유형이 되었다. 짐머는 이후 두 편의 연속작품에서 더 큰 책무를 짊어지어야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인조합성에 의한 전자음악의 요소들을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를 위한 스코어에서 대부분 관현악협주에 의한 오케스트라스코어로 대체했다. 이는 곧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위한 음악들 중 최상이라 치켜세울 만한 것이었다.

“세상의 끝에서” 이후 짐머는 프랜차이즈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낯선 조류>의 스코어링에 그는 더 이상 동참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는 뱃멀미가 날 지경이라고까지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곡가 짐머는 음악작곡과 녹음에서 협력적 성과물을 일궈낸 승자다. 적어도 <캐리비안의 해적>을 위한 스코어들은 짐머에게 그와 이해관계에 얽힌 주위의 여타작곡가들과 팀워크를 이뤄 작업하는 조건 하에서 선택의 자유를 상당량 허용했다. <낯선 조류>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매튜 마지슨(Matthew Margeson), 제프 자넬리(Geoff Zanelli), 길라메 러셀(Guillame Roussel), 톰 기어(Tom Gire), 존 스판슬러(John Sponsler), 제이콥 쉬어(Jacob Shea), 닉 피닉스(Nick Phoenix), 토마스 버저슨(Thomas Bergersen)의 추가음악과 편곡들을 포함해 음악선장의 항해를 지원해줄 리모트 컨트롤의 정규군들이 다시 고용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계획에 들어있는 음악적 기여자들 중에는 또한 다양한 외부의 공여자들도 포함된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남동생 에두아르도 크루즈(Eduardo Cruz), 합창편곡에 에릭 휘데커(Eric Whitacre), 그리고 멕시칸과 아일랜드 록이 혼재하는 어쿠스틱기타 듀오 로드리고 산체스와 가브리엘라 퀸테로(Rodrigo Sanchez and Babriela Quintero=Rodrigo y Gabriela)에 의한 다채로운 라틴의 풍미가 바로 그것이다.

독자적으로 짐머는 원본 협력결과물들에 기초해 다량의 혼합적 사운드를 조직화하기 위해 존경받는 앨범제작자 피터 애셔(Peter Asher)와 손을 맞잡았다. 그 무엇보다 짐머는 적당히 제 역할을 다하면서 전체적인 완성음악에 대한 신뢰를 원만하게 확산시켜줄 다른 뮤지션들은 물색하는 걸 즐긴다. 그런 면에서 <낯선 조류>를 위한 음악이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갖고 안착할 수 있게 해줄 작곡가들이 탐구적 분석의 역량으로 진로를 계속해서 잡아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짐머는 그러한 명민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역할을 줄이면서 그에게 요청되는 여러 작품의 영화음악들을 과잉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그가 선호하는 작업방식이 결과적으로 많은 영화음악팬들에게 변함없는 호소력을 주고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 될지는 모른다. <낯선 조류>에서는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팬들이 적잖았을 것이다.

하지만 짐머는 <낯선 조류>의 스코어를 다루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둘러싼 공동협력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실을 공유하면서 키보드 상에서 악상을 떠올리고 만지작거리는 수준에 머무르는 결과물을 산출하는 데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특별히 영입된 뮤지션들의 독특한 역량도 그가 작곡한 전체적 음악의 줄기 속에 결합적으로 가뒀다. 사랑스러운 주제선율을 들려주는 러브테마와 단조의 모티프 외에 짐머는 새로운 주요 주제적 악상들을 다뤘다. 인어와 검은 수염을 위한 악상이 그러하다.

흥미롭게도 짐머는 <낯선 조류>를 위해 거의 완전히 유기적인 구조를 갖춘 스코어를 만들고자 했다. 자연스러운 미감을 주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선호하는 가운데 신서사이저 전자음을 퍼뜨리는 결합구조의 사운드를 구현한 것. 이는 그가 강경하고 억센 베이스 사운드를 산출하려는 방법적 접근법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도발적인 것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특성은 스코어에서 실로 효과적인 것으로 더 낮은 음역대의 반주에서 강조되어 나타난다. 특히 금관악기가 강조된 오케스트라에서는 아주 기괴한 과장표현의 반주로 위압한다. 인조합성에 의한 소리의 표본추출물(sampling)과 솜씨 있는 연주자들의 반주가 결합된 사운드의 시도는 결국 여전히 의제로 남을 여지가 다분하다.

짐머는 생생한 녹음을 옹골차고 박력 있는 톤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변환하는 데 후반과정에 오랜 시간투자를 했다. 그가 주로 쓰는 통상적인 방식을 따른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낯선 조류>에서 접한 음악을 듣고 상당수의 청취자들은 최소한의 부분적 인공합성음이 쓰였을 거라고 오인하게 될 소지가 크다.

프랜차이즈의 근간에서 보면 비난하기 어렵다. 짐머는 이 사운드가 여전히 쟁점화되는 스와시버클링 사운드 개념에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는 지난 시리즈의 스코어들에서도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4편의 음악에서도 논점은 동일 타당하지만 이를 반복 재연하는 거는 다소 적절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스코어는 영화음악의 역사에 잘 근거하지 못한 총체적으로 비 역동적인 사운드이며 지적이 감흥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내는 걸로 족할지도 모른다.

이 스코어에 대해 실로 낙담케 되는 것은 <세상의 끝에서>에서 보여준 가망성과 비견해 실망스러운 퇴행적 생산품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음악에서 실제적으로 이야기의 발전을 반영하는 명석함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애석하다. 문제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몫을 다루는 데 지친 작곡가의 기색을 증거 하는 피로의 적채 물로 봐도 되지 않을까. 그는 부득이하게 필요충분조건이 되었지만 그렇게 때문에 그만큼 열의는 반감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상에서의 기능적 역할을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수록곡-
1. Guilty of Not Being Innocent of Being Jack Sparrow 잭 스패로우 존재의 불순함으로 인해 유죄
2. Angelica 안젤리카 - 로드리고 와이 가브리엘라(Rodrigo y Gabriela) 연주
3. Mutiny 폭동
4. The Pirate That Should Not Be 해적은 안 돼- 로드리고 와이 가브리엘라(Rodrigo y Gabriela)
5. Mermaids 인어들
6. South of Heaven's Chanting Mermaids 천상의 영창을 하는 인어들의 남쪽 - 로드리고 와이 가브리엘라(Rodrigo y Gabriela) 노래
7. Palm Tree Escape 야자수 탈출
8. Blackbeard 검은 수염
9. Angry and Dead Again 분노와 죽음이 다시- 로드리고 와이 가브리엘라(Rodrigo y Gabriela)
10. On Stranger Tides 이상한 주류 상에
11. End Credits 종영인물자막
12. Guilty of Being Innocent of Being Jack Sparrow - 디제이 이어웜(DJ Earworm) 리믹스
13. Angelica (Grant Us Peace Remix) - 키: 시어리(Ki:Theory) 리믹스
14. The Pirate That Should Not Be - 포텍(Photek) 리믹스
15. Blackbeard - 수퍼 스매시 형제와 도적떼들(Super Smash Bros & Thieves) 리믹스
16. South of Heaven's Chanting Mermaids - 페이퍼 다이아몬드(Paper Diamond) 리믹스
17. Palm Tree Escape - 아담 프리랜드(Adam Freeland) 리믹스
18. Angry and Dead Again Remixed - 스태틱 어벤저(Static Avenger) 리믹스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