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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홀리데이 (The Holiday)
한스 짐머(Hans Zimmer)
2006

by 김진성

2010.04.01

매년 연말 휴가철이면 계절형 엔터테인먼트무비가 어김없이 극장에 걸린다. 어쨌든 이러한 종류의 영화들은 거의 동일한 감정과 기분을 각성시킨다. 이 영화들은 따뜻하고 때론 바보처럼 순수하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진심이든 위로든 간에 잠시나마 살맛나게 해주는 영화들이다. 상투적이고 진부하지만 보는 동안은 낯간지럽더라도 즐거운 느낌에 사로잡힌다. 영화의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에서 일정한 자신의 모습들을 찾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와 같은 작품들은 그 대표적 영화들 중 일부.



이 장르 또는 분야에서 장인이라 할 만한 감독 낸시 마이어스(Nancy Meyers)의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는 상기한 로맨틱코믹드라마들과 같이, 영화의 제목만큼이나 로맨스와 코믹한 드라마를 결합한 오락영화다.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2000), <신부의 아버지>(Father of The Bride, 1991), 그리고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2003) 등 동류의 장르영화들을 살펴 본 팬들이라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국내개봉 시 “로맨틱”을 덧붙인 영화 <홀리데이>(The Holiday)는 적절한 제목이다. 제목과 같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시즌 동안 휴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 대면하게 되는 인물은 아리이스,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한 그녀는 런던신문에 결혼칼럼을 싣는 기고가이다. 3년 동안 그녀가 사랑한 남자 제스퍼(루퍼스 시웰 분)는 다른 여자에게 청혼했다고 말한다. 더 심한 것은 그와 아이리스가 여전히 커플이란 것조차도 몰랐다는 거다. 두 번째 인물은 아만다, 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한 그녀는 영화예고편을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아만다의 남자친구 에단(에드워드 번즈 분)은 바람을 피우다 집에서 쫓겨난다.

둘 다 괜찮은 여자지만 좌절한 여주인공들은 온라인에서 무언가 몹시 위험한 거래를 시도한다. 서로 집을 바꾸자는 제안.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주기 위해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다. 따라서 모든 것은 다 잘 될 거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채팅 후, 아이리스는 LA를 떠나 아만다의 평온하고 쾌적한 집으로 날아간다. 동시에 아만다는 아이리스의 아늑하고 작은 집이 있는 영국 남동부의 주 서리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

아이리스는 편하고 별장에서 아주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그녀는 은퇴한 할리우드의 각본가 아서 애봇(엘리 웰라치 분)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다정다감한 영화음악작곡가 마일즈(잭 블랙 분)과 평상의 관계를 시작한다. 반면 아만다 쪽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아이리스의 변변찮은 집에서 불만이다. 그녀가 막 집을 떠나려는 찰라 그레엄(주드 로 분)이 여동생 아이리스를 만나기 위해 운명처럼 찾아온다. 온화한 눈빛과 따뜻한 미소에 유머감각까지 갖춘 매력남. 첫눈에 서로에게 끌린 아만다와 그레엄은 열정적인 관계로 돌입한다.

발생하는 복잡 다양한 부차적 줄거리 중 일부는 설득력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렇지 않다. 요점 없이 애매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단지 매우 호감가고 재밌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고 그들의 로맨틱한 행복을 바라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함이랄까. 적당한 맞장구와 재치 있는 해학적 구성이 복습을 강요하는 가운데 유쾌함을 즉발 가산하는 카메오의 출연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

영화 자체의 단점을 커버하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블랙은 여기서 썩 호감을 준다. <테네셔스 디>(Tenacious D)와 <스쿨 오브 록>(School of Rock)에서의 우악스러운 이미지와는 딴판. 때로 가볍고 호들갑스러운 캐릭터로 본디 매력도를 떨어뜨리기도 하는 디아즈도 쾌조의 모습, 희극적인 타이밍도 잘 맞춰 연기한다. 주드 로는 여심을 동여매는 흥미로운 캐릭터로서 자신의 역할에서 득의만면의 표정관리를 보여준다. 여전히, 말하고 행동할 때 윈슬렛은 진정 빛나는 배우 중 하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적 엉망의 아주 헝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에도 그녀는 심히 현실적이고 정확한 역할을 소화해낸다.

영화음악 팬들은 영화 속 인물에 합당한 즐거운 순간을 발견 할 수 있다. 그 장면은 바로 잭 블랙이 아이리스와 함께 비디오점에 들어가 다양한 영화들을 집어 들며 아주 멋진 영화의 스코어들에 대해 말하는 동안이다. 그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부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조스>(Jaws),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그리고 <졸업>(The Graduate)까지 많은 명화들을 언급하지만 특히 운전 중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을 청취한다는 걸 보면 위대한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를 좋아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영화의 스코어는 한스 짐머(Hans Zimmer)를 중심으로 로네 발페(Lorne Balfe), 헤이터 페레이라(Heitor Pereira), 헨리 잭맨(Henry Jackman), 이모겐 힙(Imogen Heap), 애틀리 외베르손(Atli Orvarsson), 그리고 레이랜드 앨리슨(Reyland Allison)이 공동으로 작곡했다. 복제공장의 가동! 짐머의 계열 또는 사단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이름의 작곡가 집단. 그들은 짐머를 중심으로 스코어의 곳곳에서 세분화된 스코어를 만들어낸다.

이전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을 작곡해 낸시를 다시 지원한 바 있는 짐머의 음악은 매우 쾌적하고 즐겁다. 조금 더 활력 있고 섹시하며 많은 매력적이고 기억할만한 작은 테마들을 영화의 비애, 사랑의 기운, 슬픔, 생기를 강조하도록 작곡해 넣었다. 게다가 짐머는 영화에서 잭 블랙이 작곡가임을 감안한 몇 곡을 제공했다. 보통 짐머는 대작오락영화로 가장 유명하지만 이런 로맨틱 코미디류의 영화음악에서도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다.

전기기타를 쓴 모던 록의 터치와 드럼 앤 베이스를 결합한 사운드도 캐치되지만 자연의 음을 내는 악기들을 위주로 편성하고 이를 클래식편성과 융합해 상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투영한다. 로스앤젤리스 스트링, 목관악기 섹션 그리고 트럼펫과 피아노, 기타, 보컬을 얹은 소수의 독주자로 구성된 소규모 앙상블. 주제적으로 스코어는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두 개의 테마를 제공한다. 둘 다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인 건 아니다. 두 여주인공을 위한 음악표현으로 사료된다.

가장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큐는 'Maestro'(거장)와 'Kiss goodbye'(이별의 입맞춤)일 것이다. 이 두 악곡은 헤이터 페레이라의 터치가 가미된 기타사운드와 모리코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테마를 선명하게 활용했다. 감독 낸시를 위한 재즈적 터치의 헌사 'For Nancy'(낸시를 위해)도 흥미롭다. 더불어 감상적인 라틴재즈 'Verso E prosa'와 'Meu passado'도 스코어의 흐름 외에서 괜찮다. 전반적으로 <홀리데이>는 자유롭게 이동하고 마음 편한 그래서 안락하게 취할 수 있는 소리의 풍경으로 채색되었다.

낭만적이고 쾌활한 계절적인 팝과 록 노래들을 적절히 선곡해 넣고 분위기 위주의 스코어로 중심을 잡은 마이어스 감독의 선택도 괜찮다. 때문에 더 넓은 범위의 음악적 영감이 담긴 착상을 발전 전개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위해 스코어를 쓴 짐머의 탁월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 좋은 데이트무비를 원한다면 음악적으로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참고로 장면에 사용된 팝음악으로는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You send me', 스피너스(The Spinners)의 'It's a shame', 알 그린(Al Green)의 'Sha-la-la(make me happy)', 로네츠(The Ronettes)의 'Sleigh Ride', 킬러스(The Killers)의 'Mr. Brightside', 이모션스(The Emotions)의 'Best of my love', 셰릴 린(Cheryl Lynn)의 'Got to be real', 이모겐 힙(Imogen Heap)의 'Just for now',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의 'Mrs. Robinson', 제트(Jet)의 'Are you gonna be my girl' 프라우 프라우(Frou Frou)의 'Let go' 등이 영상을 반주한다.

-수록곡-
1. Maestro 3:53
2. Iris and Jasper 3:24
3. Kayak for One 1:30
4. Zero 2:44
5. Dream Kitchen 1:35
6. Separate Vacations 1:47
7. Anything Can Happen 0:48
8. Light My Fire 1:14
9. Definitely Unexpected 3:34
10. If I Wanted to Call You 1:50
11. Roadside Rhapsody 1:39
12. Busy Guy 1:28
13. For Nancy 1:27
14. It's Complicated 1:00
15. Kiss Goodbye 2:33
16. Verso E Prosa 1:59
17. Meu Passado 1:25
18. The "Cowch" 2:42
19. Three Musketeers 2:44
20. Christmas Surprise 2:32
21. Gumption 3:45
22. Cry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