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영웅과 천재적인 슈퍼악당이 공존하는 세상을 무대로 세팅한 우스꽝스럽지만 신나게 웃기고 재미있는 만화 액션/코미디, <메가마인드>(Megamind)는 할리우드의 코믹배우 윌 패럴(Will Ferrell)과 톱 미남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를 악과 선의 양강구도로 대립시키고, 왕눈이 여기자 록센 리치 역의 티나 페이(Tina Fey)와 엉뚱하게 급조된 가짜영웅 타이탄 역의 조나 힐(Jonah Hill)을 주요 주변인물로 설정해 드림웍스영화 식 풍자적 비틀기의 전형을 새삼스럽게 보여준다.
영화는 외계의 두 아기가 <슈퍼맨>의 크립톤 행성과 같이 파괴되고 있는 각자의 행성들에서 캡슐을 타고 빠져나오는 장면으로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동을 건다. 그런데 두 아기의 생김새가 어찌 그리도 다를까. 하나는 지구인과 같은 슈퍼맨 타입, 하지만 다른 하나는 파란색 대두가 아닌가. 딱 보기에도 호부가 나뉘는 설정, 물론 아기는 무조건적으로다가 사랑받아야 마땅하지만 이건 뭐, 이미 선과 악이라는 양분된 틀에 맞춰 서로의 운명이 이미 갈린 것으로 보인다. 아니다 다를까 슈퍼맨 타입 아기가 탄 캡슐은 운이 좋거나 아니면 당연하게도 민가의 평범한 가정에 안착하고, 머리 큰 파란아기는 재수 옴 붙게도 교도소 마당에 불시착한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불시착이란 말인가. 이후 인간을 닮은 아기는 성장해 “메트로 맨”이 되고 메트로 시의 수호자로서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다. 별칭이었다 뿐이지 슈퍼맨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한편 교도소에서 큰 아기는 “메가마인드”로 불리며 메트로 맨의 숙적으로 성장했다. 가정환경이 아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범례로서 각기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아기는 이제 지구를 구원할 선의 상징인 메트로 맨과 파괴적인 악의 상징 메가마인드로 갈려 극명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백의의 메트로 맨과 청색의 메가마인드, 이거야 원, 청백전이 따로 없게 생겼다. 하지만 섣부른 재단은 상상불허! 얼마 되지 않아 말도 안 되게도 왕따에서 악당이 된 메가마인드가 수호신 메트로 맨을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예정에 없던 결과! 로이스 레인의 분신인 여기자 록센을 납치해 메트로 맨을 유인한 후 없애려던 슈퍼악당의 계획이 놀랍게도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마침내 숙명적 관계에서 복수전은 끝났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선이 없는 악의 존재는 있으나 마나, 한심하기 짝이 없게도 대적할 상대가 없어져 곧 우울증에 빠지기 일보직전인 외톨이 악당 메가마인드는 결국 또 다른 모의를 구상한다. 슈퍼맨 유전자를 누군가에게 투여해 다시금 선악의 구도를 부활해내겠다는 기발한 착상(?) 그러나 엉뚱하게도 록센의 촬영기사인 할에게 주입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이야기는 그 결말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과연 메가마인드는 자신이 계획해 만든 신 영웅 할을 제대로 활용해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게다가 기묘하게도 여기자 록센과 “메가마인드” 간의 로맨틱 무드가 형성되면서 이야기는 의외로 더 재밌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모든 드림웍스 만화영화들이 그러했듯, <메가마인드>(Megamind)의 음악은 한스 짐머(Hans Zimmer)을 주축으로 그의 예하 군단들이 합심해 만들었다. 짐머의 이름이 자막에 먼저 나오지만 여기서 작곡가 리더는 34세의 스코틀랜드 출신 론 발페(Lorne Balfe)다. 그는 2005년 이래로 짐머와 스티브 잽론스키(Steve Jablonsky), 라민 자와디(Ramin Djawadi)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의 다량의 음악들에서 관현악편곡, 추가 작곡가 그리고 신서사이저 프로그래머로 영화음악작업에 임해왔다. 주도권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과 달리 <메가마인드>에서 발페의 기여는 그래서 더욱 뚜렷하고 명징한 인상을 준다. 그간 그의 재능에 대한 저평가를 확실히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 심혈을 기울였을 게 당연시된다.
스코어는 'Giant blue head'(청색 대두)로 문을 연다. 의외의 자장가 풍 테마다. 부드러운 차임벨소리와 실로폰이 경쾌한 퍼커션 섹션과 합창으로까지 확대되는 대규모오케스트라로 서서히 결합해 들어가는 구조를 갖췄다. 아주 온화하고 호소력 있는 멜로디는 존 파웰(John Powell)이 만화영화를 위해 쓴 일종의 음악들을 연상시킨다. 광범위한 1950년대 스타일 스트링 묘사, 클라리넷을 위한 변덕스러운 후렴구, 뿜빠뿜빠 금관악기 취주, 그리고 이외의 더 많은 것들을 포함한 형식으로 아주 멋지게 발전해가고 진행하면서 영상을 관통한다.
메가마인드 그 자신을 위한 라이트모티프로서 테마는 스코어 내내 다양한 외피를 두르고 나타난다. 'Mel-on-cholly'(멜랑콜리)에서 낙담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뚜렷이 나타나고, 'Drama queen'에서 희비극적인 현악 반복악구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연주는 'Rejection in the rain'(우중 절교)에서 나온다. 첼로를 위한 대단히 진지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곡조는 상실과 비애감의 현실을 실감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주제음악과 함께 종속적인 테마는 오프닝 큐에서 2분간 처음으로 들린다. 메가마인드의 중심테마보다 더 명랑 쾌활하고 기발한 곡조이다. 그리고 이 종속테마는 활보하는 목관악기로 자주 연주된다. 후속곡 'Ollo'(올로)에서 다시 재연된다. 할을 위한 변덕스러운 모티프는 'Tightenville'(타이튼빌)에서 등장한다. 다양한 금속성 타악적 효과들과 색다른 리듬들에 의해 더 생동감 있고 재밌는 분위기를 낸다. 메가마인드의 마음을 흔드는 여기자 'Roxanne'(록센)은 매우 예쁘고 재래식 낭만의 감성을 깨우는 테마를 내포한다. 피아노 선율에 부드럽게 맥동하는 일렉트로닉 효과음들과 가벼운 타악기를 더한 형식이다. 프랑스작곡가 프랜시스 레이(Francis Lai)나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피에르 바첼렛(Pierre Bachelet)이 흔히 쓰던 작법과 같이 근사한 유로 팝 스타일 연주가 압권이다.
더 활동적인 액션 지향의 음악은 'Stars and tights'(별들과 타이츠)와 'Crab nuggets'(게살 덩어리)에서 두드러지고 'Mel-on-cholly'(우울감)와 'Ollo'의 종반 무렵에서 활상하는 브라스 팡파르, 무의미한 발성 그리고 때로 몬티 노먼(Monty Norman)의 으르렁거리는 제임스 본드 혼(horn)의 짧은 곡조, 속삭이듯 구구거리는 베이스 플루트 그리고 예리한 기타 소리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나 'Black mamba'(블랙 맘바), 'Game over'(게임 끝), 'I'm the bad guy'(난 악당이야) 그리고 'Evil lair'(악당 소굴)와 같은 결정적인 큐들은 대단원의 막을 확실히 마무리하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감이 공존한다. 다량의 위풍당당 오케스트라에 의한 음악은 생기 넘치고 활동적이지만 너무 빨리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 진정한 영웅적인 결단력이 부족한 표현이라고 할까. 이 사운드를 포착한 관객들이라면 아마도 무언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은 불만과 감정적으로 청산되지 못한 무언가가 남은 기분이 들지도 모를 일.
선정된 가창곡들은 스코어와 더불어 나란히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해 해낸다. 사운드트랙에는 한스 짐머의 스코어가 분위기를 잡는 사이사이 자연스럽고도 인상적으로 흘러나오는 17곡의 노래들이 있어 보는 재미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다. 대부분의 노래들은 영화에서 인물의 등장을 강화하거나 암시 또는 대변하는 등의 상징적인 역할로 영화의 전개나 이해를 돕는다. 반골기질이 투철한 악당캐릭터의 성향에 맞게 반항적인 록의 태도가 메가마인드의 제로섬품행과 상통한다. 도입부에 쓰인 서로굿과 파괴자들(George Thorogood&The Destroyers)의 블루스 록 'Bad to the bone'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서 자란 탓에 뼈 속까지 나쁜 놈으로 낙인찍힌 메가마인드를 위한 상징적 노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A little less conversation'(대화는 좀 줄이고)을 정키 엑스엘(Junkie XL)이 리믹스한 테크노 버전은 메트로 맨이 자신을 위한 기념관개관식 석상에서 멋지게 나타나 있는 말보다는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 보이면서 분위기를 리드하는 장면에 흥겨운 로큰롤 리듬을 쳐준다. 메트로 맨을 없애고 도시를 접수한 메가마인드가 미니언과 부하들과 함께 한바탕 신나게 논 후 이제 홀로 남은 울적함에 한숨짓고 있을 때 상황의 기분을 감성적인 터치로 대변하는 길버트 오'셜리반(Glibert O'Sullivan)의 1972년 넘버원 히트송 ' Along again, naturally'(다시 혼자만 남았네, 당연히). 1975년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한 미니 리퍼톤(Minnie Riperton)의 달콤한 러브 송 'Loving you'(사랑하는 당신)는 대형카세트플레이어에서 오작동으로 그리고 악당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Back in black'에 연이어 곧바로 완전 뻘줌해지는 순간에 번갈아 나오며 코믹 시추에이션을 만든다.
별도로 묶여 발매된 사운드트랙에는 빠졌지만 영화에서 멋지게 등장한 노래들을 빼고 사운드트랙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 <아이언 맨>(Iron Man)의 지원군을 자청한 에이씨/디씨(AC/DC)의 1979년 싱글차트 47위곡 'Highway to Hell'(지옥행 고속도로)는 메트로 맨을 처치한 메가마인드가 도시를 접수하고 어두운 저녁 미니언이 튼 대형카세트플레이어 음악에 맞춰 발맞춰 춤추며 지옥의 사자가 왔음을 알리는 장면에 사용되었다. 우습게도 미니 리퍼톤(Minnie Riperton)의 'Loving you'와 꼬이면서 잘 나가던 분위기를 망치는 장면을 이끈다. 암흑의 제사장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1981년 주류 록 차트 9위곡 'Crazy Train'(광란열차)는 메트로 시청을 접수한 메가마인드가 충직한 오토피쉬봇 미니언과 부하로봇들과 함께 장난스러운 축제기분을 만끽하는 장면 내내 유쾌한 기운을 공급한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이.엘.오(E.L.O)의 'Mr. Blue Sky'(1978년 싱글차트 35위)는 촬영기사 할을 타이탄이란 이름의 새로운 정의의 사자로 만들어놓고 성공을 자축하는 메가마인드의 장면을 비롯해 아직은 어설픈 타이탄을 훈련시키는 한편으로 메트로맨 기념관 관리인 버나드로 변신해 여기자 록센 리치와 단란한 낭만적 시간을 보내며 행복감에 젖는 연속장면 내내 경쾌한 분위기를 부여한다. AC/DC는 전설적인 명반의 동명타이틀 곡 'Back in Black'(어둠으로의 귀환)으로 고신축성 블랙맘바를 입은 메가마인드가 거대한 로봇을 조종해 타이탄과 대적하기 위해 도시의 거리로 돌아오는 장면에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의 악당 닥터 이블(마이크 마이어스)과 같이 괴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암흑의 대장이 돌아왔다고 선포하는 메가마인드의 복귀선포음악으로 제격!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매트로 맨이 살아서 뮤직 맨으로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부르는 가창곡 'Metro Man's Song'(메트로 맨의 노래)은 정말 최악이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ad'는 도시의 새로운 수호자로 거듭난 메가마인드를 위한 최종 축가, 그래도 난 정말 천성적으로 악당이야라고 연호하는 것만 같다. 엑슬 로즈(William Bruce Rose)의 광팬이라면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상징적 히트곡 'Welcome to the Jungle'(정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이 굉음처럼 울려대는 순간 환희를 맛보게 될 것이다. 미니언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나온 메가마인드가 악당으로 변한 타이탄/할을 꺾기 위해서 검은 먹구름을 몰고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특유의 껄렁하게 작렬하는 사운드 괴력으로 확실한 한 방을 날려준다.
<메가마인드>의 영화에 전반적으로 사용된 음악들의 조화는 결론적으로 대단히 신나고 재미있으며 <로봇>(Robots)이나 <볼트>(Bolt)와 같은 모험적 만화영화음악과 대등한 친밀감으로 누구에게나 크게 어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작곡가로서 론 발페를 집중조명하게 되는 흐뭇함이 있다. 한스 짐머의 신서사이저 주자로서 배경음악을 능숙하게 조작하며 보내온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가늠케 하는 쾌심작.
- 사운드트랙 목록 -
01. Giant Blue Head
02. Tightenville (Hal's Theme)
03. Bad to the Bone (작곡: George Thorogood, 연주: George Thorogood & The Destroyers)
04. Stars and Tights
05. Crab Nuggets
06. A Little Less Conversation [Junkie XL Remix] (작곡: Billy Strange and Scott Davis, 연주: Elvis Presley)
07. Mel-On-Cholly
08. Ollo
09. Roxanne (Love Theme)
10. Alone Again Naturally (작곡 및 연주: Gilbert O'Sullivan)
11. Drama Queen
12. Rejection in the Rain
13. Lovin' You (작곡: Richard Rudolph and Minnie Riperton, 연주: Minnie Riperton)
14. Black Mamba
15. Game Over
16. I'm The Bad Guy
17. Evil L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