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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Part One)
론 밸프(Lorne Balfe)
2023

by 김진성

2023.07.01

톰 크루즈(Tom Cruise)는 독보적 매력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줄 아는 배우다. 2023년 7월 개봉한 < 미션 임파서블 7 >(Mission Impossible: Dead Reckoning, Part One)은 그러한 톰의 독자적 방식에 따라 제작한 “액션 블록버스터”.

이번 시리즈는 IMF 특수 요원 에단 헌트로 일곱 번째 귀환, 인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비밀 조직을 상대로 구원자를 자처하는 그가 팀원과 함께 대적해야 할 상대는 인공지능(AI)이다. 4차 산업 시대에 걸맞게 설정한 이 슈퍼 악당은 디지털 시스템을 방어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자가 심화학습을 통해 지성을 획득해 국방, 군사, 정보 네트워크 등 전 세계적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거듭나고, 그 능력을 독점하기 위한 첩보전이 7편 이야기의 핵심. 일명 ‘엔티티’라 불리는 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기 위해 여러 세력 간의 쟁투가 벌어지고, 헌트와 그의 팀은 “절대 반지”와 같은 이 열쇠가 오남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고군분투, 공교롭게도 가장 강력한 적은 에단의 반대편 그림자와 같은 인물이다.

새로운 임무를 전달하는 도입부가 지나면 영화는 쾌속 질주, 유럽의 화려한 진풍경을 무대로 전개되는 자동차 추격, 격투, 최첨단 첩보 작전, 경탄을 자아내는 스턴트 등 볼거리 풍성, 익숙한 듯 새롭게 구성한 설정에 따라 크루즈와 그의 동료 배우들이 실제 수행한 액션 연기가 전율을 만끽하게 해준다. 무더운 여름 극장으로 도피를 유도하는 진정한 “여름 블록버스터”의 참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연출은 2015년 “로그네이션”부터 전작 “폴아웃”에 이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음악은 전작 6편부터 합류한 론 밸프(Lone Balfe)가 7편 “데드 레코닝”의 악보를 써냈다. 초대 작곡가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을 필두로, 한스 짐머(Hans Zimmer), 마이클 자키노(Michael Giacchino), 조이 크레머(Joe Kraemer)의 대를 이은 론은 작년 톰과 함께 < 탑 건: 매버릭 >을 합작한 바 있다.

선율보다 리듬, 오케스트라만큼 전자음악이 복합적으로 대폭 사용되었고, 복잡하고 활기찬 퍼커션 패턴이 액션을 이끌고, 시원하고 배짱 있는 브라스 조합이 있는 한편, 현악기가 기본 반복 오스티나토(ostinato)를 따라가는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았던 데뷔작에 비해 새 미션에 임한 론 밸프의 결과물을 사뭇 다르다.

오케스트라와 퍼커션을 위한 밀도 높고 복잡하고 정교한 작곡으로 가득하다. 처음부터 신선하고 흥미를 자극한다. 밸프는 이번 작업을 위해 런던을 위시해, 로마, 비엔나, 부다페스트, 스위스 바젤까지 극의 배경 무대를 관통하는 타악기 특별 앙상블을 포함, 오케스트라의 영토를 확장했고, 촬영장소가 다른 만큼 음악도 전체 시나리오의 주제를 두고 각각 독립된 악절을 다르게 녹음하는 방식을 취했다. 밸프는 제작 방식뿐만 아니라 실제 현지 음악가들을 대동해 영화 전반의 사실성을 강조해 묘사하고자 했다. 바젤의 탑 시크릿 드럼 군단 타악기 연주단을 관현악에 편성한 것이 그 범례.

주제곡에 있어서 7편의 악보는 오리지널 TV 시리즈 음악과 <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에서 밸프가 소개한 몇 가지 주제 악상, 특히 캐릭터의 반복적인 아이디어가 된 에단의 테마에 크게 의존한다. 밸프는 모 잡지사 인터뷰에서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의 오리지널 테마를 사용한 것과 관련하여 “의도적으로 원본 테마를 받아들였고, 그 DNA가 영화 전체에 잘 연결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단의 테마와 메인 오프닝 타이틀과도 연결되어 있고, < 미션: 임파서블 > 메인 테마와 플롯 테마는 따라서 모두 악곡의 구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전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밸프는 두 테마를 하나의 완전체로 제시하는 동시에 작은 모티프와 리듬 요소로 세분화하여 악곡의 틀의 핵심을 형성하는 많은 액션 소재를 뒷받침하고 있다. 타악기 섹션에서 봉고 사용을 늘리는 등 랄로 쉬프린의 오케스트레이션 기법 중 많은 부분을 채택했고, ‘Opening title’, ‘Hit it’, ‘Curtain call’과 같은 지시 곡에서 메인 테마와 ‘This is not drill’, ‘The plot thickens’ 등과 같은 플롯 테마를 통해 이를 재현해냈다.

에단의 테마와 관련해 밸프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의 코드 진행을 위해 ”폴아웃“ 때보다 더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갔다고 말하며, 특히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를 다시 보고 이미 있던 것을 재창조했다. 그것을 가져와 감정적이고 비극적인 어휘를 탐구했지만 다르게 변주했다"라고 밝혔다. 에단을 위한 이 테마는 사실 이 악보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 악상이다.

이 테마는 톰 크루즈의 상징적인 질주 장면인 ‘Get out now’와 ‘Chasing Grace’의 뛰어난 액션 시퀀스에서 완전한 형태로 사용되지만, 악보의 나머지 대부분에서는 3화음의 모티브로 축소되어 나타난다. 또한 자체로 주요 테마의 변형이기도 이 테마는 에단 자신이나 IMF의 구성원 또는 임무 전반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테마는 악보의 전면과 중앙에 배치되어 있으며, 대담하고 중력 있는 브라스와 약동하는 현악기, 맹렬하게 동일 성부를 반복 연주하는 퍼커션으로 강조된다.

이 악보에 새롭게 추가된 테마는 ‘엔티티’ 자체와 그에 대응하는 ‘가브리엘’의 모티브이다. ‘엔티티’ 모티프는 비범한 전자 음질 위에 전율하는 현악기로 연주되는 2화음 악구로, 악당 컴퓨터 프로그램의 인공지능적인 본질과 ‘가브리엘’의 인간적인 요소를 모두 담아내고자 했다. 이 테마는 세바스토폴 잠수함을 운명적으로 장악하는 순간을 알리는 ‘A ghost in the machine’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들을 수 있으며, 이후 ‘The Entity’, ‘You are Dunn’, ‘He calls himself Gabriel’, ‘A most probable next’와 같은 지시 곡에 등장하지만, 콘셉트 자체처럼 테마는 다소 체계가 없고 일시적이며, 악보를 실제로 지배하기보다는 배경에 불길하게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앨범에 실린 여러 지시 악곡은 영화의 몇몇 주요 장면 전개에 따라 상호 연관해 순차 배열했다. 베링해 깊은 바닷속에서 시작되는 잠수함 세트('The Sevastopol'부터 'The sum of our choices'까지), 아부다비 국제공항의 세트피스('This is not a drill'부터 'A colourful past'까지), 로마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전('Rush hour in Rome'부터 'Hit it'까지), 좀 더 내성적이고 감성적인 베니스 시퀀스(‘Run as far as you can’부터 ‘Ponte Dei Conzafelzi’까지), 그리고 알프스를 질주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클라이맥스 장면(‘Murder and The Orient express’부터 ‘Countdown’까지), 크루즈의 상징적인 절벽 위 오토바이 점프가 포함된 ‘Leap of faith’ 큐로 강조된 장면 등이 있다. 연결성을 가진 곡들은 현악을 기반으로 연속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조성을 바꾸기도 하고, 보조를 맞추거나 강세를 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The Phantom’은 멋진 타악기 리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지원한다. ‘Dead Reckoning Opening titles’는 스위스 드럼 라인 앙상블과 합창단이 랄로 쉬프린의 클래식 테마를 짜릿한 효과로 보강한다. 밸프는 ‘This is not a drill’에서 3화음 모티브, 에단 모티브, 플롯 모티브의 대규모 연주를 엮어내는 방식으로 역동적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The plot thickens’의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의 끈질기고 집요한 상호 작용은 치밀한 범죄영화와 같은 느낌을 강화하며, 베이스 플루트와 피아노, 브라스가 제각기 특색 있게 곡의 분위기 향상에 작용한다. ‘You Are Dunn’의 대부분을 뒷받침하는 강렬한 피아노 라인은 저음 조의 둔중한 관현악 협주와 피치카토 스트링, 예리한 고음 현이 조성하는 긴장과 위협에 긴박감을 더욱 강조한다.

‘Rush hour in Rome’의 화려한 리듬과 ‘Roman getaway’를 관통하는 타악기 악상도 훌륭하다. 톰의 에단과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일사 캐릭터의 관계를 대변하는 ‘He Calls himself Gabriel’의 마지막 부분에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고전적인 질감의 현악기가 등장하는데, 이는 매우 파괴적인 ‘Ponte Dei Conzafelzi’에서 감정의 절정을 이룬다. 그 사이에 ‘Run as far as you can’은 혼 섹션이 특징이며, ‘Chasing Grace’는 에단의 테마를 재구성하여 흥겨운 효과를 더하고, ‘I was hoping it'd be you’는 일사와 가브리엘의 검투에 적절한 수준의 극적 강렬함을 더한다.

‘Murder and The Orient express’은 어둡고 잔인하며 거의 압도적으로 암시적인 곡으로, 밸프의 현악기가 유명한 호화 열차의 엔진과 조화를 이루며 울려 퍼진다. ‘Mask of Lies’, ‘Key details, ’The moment of truth’, ‘Consequences’와 같은 일련의 후속 큐는 끝없이 펼쳐지는 교란 장면 아래에서 밸프의 현악기가 불길하게 변하면서 미스터리와 음모를 계속 이어가고, 대담하고 섹시한 재즈가 배후에서 강조되어 흐른다. 절벽 꼭대기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뛰어내리는 톰 크루즈의 대담한 점프 장면은 도전적이고 감동적인 'Leap of faith'가 지원하고, 폭발한 다리 위로 기차가 추락하는 마지막 장면은 'Chaos on the line’'과 'Countdown'이 긴박감 넘치는 연속 장면 전개를 보강한다.

영화에서 악보 음악은 작곡가가 극적인 여정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것이며, 앨범은 드라마를 감각적인 흐름과 구조로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을 큐레이팅할 수 있는 작곡가나 앨범 프로듀서의 존재는 그러나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 < 미션: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리코닝, 파트 1 >의 스코어는 전작 ”폴아웃“보다 진일보한 것이며, 밸프의 발전적인 이력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조 작곡가 랄로 쉬프린의 상징적인 테마에 대한 그의 존경심은 감탄할 만하며, 이러한 전설적인 곡들을 악보 일부로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전작의 에단 테마에 대한 설명과 변형은 적절하고 때로는 매우 흥미진진하며, 액션 음악은 전반적으로 빠르고 역동적인 활극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킨다. 고전 명화와 음악의 재발견과 진화는 아직 진행 중, 피날레를 향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 올린 올해 최고의 액션 스코어 중 하나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다.

-사운드 스코어 목록-
01. The Sevastopol(세바스토폴) (2:07)
02. The Phantom(유령) (3:06)
03. Collision Alarm(충돌 경보) (1:31)
04. A Ghost in the Machine(기계 속 유령) (2:39)
05. The Sum of Our Choices(선택의 연속) (1:24)
06. Dead Reckoning Opening Titles(추측 항법 오프닝 타이틀) (1:13)
07. The Entity(엔티티) (3:23)
08. Your Mission…(당신의 임무...) (2:35)
09. This Is Not a Drill(이건 훈련이 아니야) (2:13)
10. The Plot Thickens(상황이 복잡해지다) (8:22)
11. You Are Dunn(네가 던이잖아) (5:55)
12. Get Out Now(당장 나와) (1:57)
13. A Colourful Past(화려한 과거) (3:11)
14. Rush Hour in Rome(로마의 교통 혼잡 시간대) (3:33)
15. Roman Getaway(로마의 도주) (2:47)
16. You’re Driving(당신이 운전 중이잖아) (2:04)
17. Hit It(빨리 달려) (2:11)
18. He Calls Himself Gabriel(그는 자신을 가브리엘이라 부른다) (6:23)
19. A Most Probable Next(가장 그럴싸한 다음 단계) (5:20)
20. Run As Far As You Can(가능한 한 멀리 달리기) (1:59)
21. You Are Done(당신은 끝났어) (3:28)
22. Chasing Grace(그레이스 추격) (2:51)
23. I Was Hoping It’d Be You(너 이길 바랐어) (1:42)
24. Ponte Dei Conzafelzi(폰테 데이 콘자 펠지) (2:19)
25. To Be a Ghost(유령이 되려면) (2:22)
26. What Is Your Objective(목표가 뭐야) (4:28)
27. Murder and The Orient Express(살인과 오리엔트 특급) (3:34)
28. Mask of Lies(거짓의 가면) (2:37)
29. I Missed the Train(기차를 놓쳤어) (3:06)
30. Key Details(주요 정보) (3:36)
31. The Moment of Truth(진실의 순간) (2:18)
32. Should You Choose to Accept(수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 (1:59)
33. Leap of Faith(믿음의 도약) (1:37)
34. Consequences(결과) (1:41)
35. You Stop the Train(당신이 기차를 세웠어) (3:48)
36. Chaos on the Line(선로 위 혼돈) (2:49)
37. Countdown(초읽기) (2:54)
38. This Was the Plan(이게 계획이었어) (6:15)
39. Curtain Call(커튼콜) (1:02)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