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블랙 아담(Black Adam)
론 밸프(Lorne Balfe)
2022

by 김진성

2022.11.01

“DC Extended Universe”(디씨 확장 유니버스)가 2022년 하반기 극장 개봉한 영화는 < 블랙 아담 >, 스페인 출신 감독 자우메 코예트세라가 연출하고, 드웨인 존슨이 주인공 “블랙 아담”으로 출연했다. 전직 프로레슬러에서 영화배우로 변신 성공, 흥행 장담 할리우드 스타로 거듭난 존슨은 그야말로 ‘천하무적’ 신적인 존재의 표제 캐릭터로 등장한다. BC 2500년경 가상의 도시 칸다크 시를 배경으로 전설이 된 그는 노예 신분으로 마력(魔力)을 손에 쥐려는 전제왕권에 반해 난을 일으키고, 마법사 위원회로부터 초인적 힘을 부여받지만, 결국 봉인될 운명에 처한 비운의 가장.


“챔피언”이라 불린 신적 존재 테스-아담은 유구한 세월이 흐른 현세에 부활하고, 현재에도 칸다크를 압제하고 있는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에 대항해 다시금 국민에게 자유를 안겨줄 수 있는 수호신임을 재확인해준다. 이야기에는 한편, 선악의 이분법에 따라 그를 분노의 악당으로 단정하고 급파된 미국의 정의 사회 구현단(Justice Society of America)이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영웅주의의 본질에 대해 성찰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통상 영웅의 기준을 두고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젊은 리더 호크맨(알디스 호지)이 보이는 막강 언행과 노장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의 지혜로운 처사를 통해 분노의 화신이 재치 있고 선량한 아담으로, 그리고 사납고 거친 효웅(梟雄)이 아닌 자칭 민중의 수호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그 실증(實證).


악한 왕의 폭정에 마법의 괴력으로 맞서 싸운 신화적 전설 “블랙 아담”을 중심으로 그를 잡으려는 4인의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고대 사박의 왕관을 이용해 악마의 힘을 손에 쥐려는 현재의 악의 세력 인터갱이 서로 적대적으로 벌이는 전투 액션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의 음악은 론 발프(Lorne Balfe)가 작곡했다.


마블 캐릭터 < 블랙 위도우 >(2021)의 스코어를 쓴 후 DC 유니버스까지 영역을 확장한 그는 < 아이언 맨 >(2008)에 편곡과 추가 음악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한스 짐머를 도와 < 다크 나이트 >(2008)와 <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의 음악을 합작한 이력의 소유자. 최근 < 탑 건: 매버릭 >의 스코어에도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을 만큼, 다수의 웅대한 액션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블랙 아담 >에서도 그렇게 축적한 음악적 경향이 스코어의 바탕을 이룬다. 악보를 통해 그는 블랙 아담의 테마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테마, 두 가지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악상을 전개했지만, 실제 그 테마 내에는 상호 독립적인 여러 하위 테마와 모티프가 공존해서 극 중 이야기 전개의 문맥에 적합하게 서로 조화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단독으로 분리해 영상을 반주하기도 한다. 우선 '블랙 아담 테마'는 고대 도시 칸다크의 도시 아담을 상징하는 테마, 아담의 정체성이자 그의 복수와 구원 이야기의 극적인 원동력이다.


주제는 처음 동일 성부를 반복해 연주하는 첼로 오스티나토, 어둡고 영웅적인 금관 팡파르, 1분 20초부터 등장하는 합창, 2분 5초부터 가열차게 진행하는 2차 모티프까지, 주제를 나타내는 곡의 구성은 아이언 맨과 흡사한 강성 록 반주와 웅장한 관현악 협주를 토대로 균일하게 박력을 더하는 타악 전자 비트로 가득하다. 발프는 애국적인 행진곡과 존슨의 ‘더 록’ 페르소나를 결합한 악상으로 주제의 음악적 특성을 구상했다고 했고, 전작 < 퍼시픽 림: 업라이징 >(Pacific Rim Uprising)과도 일견 유사한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 아담’과 다른 한편에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테마는 영화의 주요 무대인 칸다크에 급파된 호크맨과 닥터 페이트, 그리고 신예 아톰 스매셔와 사이클론이 정의로 뭉친 팀워크를 보강한다. 4인의 미국 영웅을 나타낸다는 면에서 웅대한 동시에 주관적인 감정이나 정서에 호소하는 서정성이 풍부하고, 강력한 타악 비트와 합창이 비상하는 현악과 협화음을 이루면서 전체적인 음감을 완성한다. 관악군의 팡파르 변주로 용맹하면서도 황량한 느낌을 주지만, 각각의 캐릭터를 위한 곡조로 분산시키지 않고, 4명의 단체적 특성을 강조하는데 발프의 악상은 집중되어 있다.


언급한 두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수반하는 하위 테마는 스코어 전반에 걸쳐 선율적인 지배력이 강하고 주요 등장인물의 변모 과정을 상호 상쇄하는 식으로 묘사한다. 영화의 초반에 블랙 아담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서 용호상박 주제를 겨루지만, 극의 절정에서 합심하면서 서로를 지원하는 식으로 악상을 전개한다. 발프의 명민한 재기가 빛나는 대목.


’Slave champion‘에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테마가 블랙 아담의 테마의 성가 합창과 함께 연주될 때 극명하게 나타나고, ’Introducing JSA‘에서는 힙합 리듬에 보컬 샘플링을 결합해 곡조의 차별화를 추구했다. ‘What kind of magic‘, ’Lake Baikal‘, ’The JSA fight back’과 같은 후속 지시 곡에서는 < 트론: 새로운 시작 >(2010)과 한스 짐머 사단의 작곡가 군에서 익숙한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인 테마 간 하모니를 들려준다.


주제를 둘러싼 다수의 액션 큐들은 또한 신나고, 독창적이다. 극의 주 무대인 ’Kahndaq‘에서 민속적인 부족의 타악기와 중동풍의 목관 악기와 현악기를 편성해 음상을 특화한 한편 합창으로 판타지를 강화하고, 강력한 타악과 장쾌한 금관악, 극적인 현악을 후반부에 결합해낸 방식이 일례. ‘Shaza-superman’과 ’I was him’의 중동 보컬은 현대적인 전자음과 록비트, 관현악 협주가 지배적인 가운데, 극의 주인공과 배경 무대를 고려한 음악의 민족적 진정성이 감지되는 부분. ‘Fly bikes’와 ’A bad plan is a good plan’, ‘Not a hero’와 같은 지시 악곡에서 블랙 아담의 테마를 통합해내고 합창을 통해 신화적인 분위기를 고조하는 편곡은 가히 발군.


합창의 편성은 악상에 있어서 블랙 아담의 무정부적 본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합창단이 부르는 라틴어 가사에 대해 발프는 “이 가사는 블랙 아담의 성격과 여정을 직접적으로 나타냅니다. 그의 분노는 맹렬하고 그의 심장은 뜨겁게 뛰고, 그의 피는 그를 미치게 만듭니다.”라고 말했다.


뒤로 갈수록 발프의 음악은 한스 짐머의 <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과 같이 계속되는 초강력 액션을 보강하는 사운드 질료로 일관하지만, 아담이 수천 년 전 아들 후루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면을 반주하는 지시 곡 ‘Father & son’은 블랙 아담의 테마를 기반으로 구슬피 애도하는 첼로 연주가 대규모 합창, 민속적 타악과 조화하며 회복과 감동의 순간을 제공한다.


블랙 아담이 악마 사박과 지옥의 군단에 맞서 미국의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함께 칸다크의 민중을 위해 싸우는 연속 장면을 반주하는 스코어의 피날레는 맥동하고 에너지 넘치는 현악기의 집합체이다. 대담하고 지배적인 호른, 두 가지 주요 테마의 다양한 요소와 거대한 합창단, 그리고 무거운 전자 비트가 산재해 있다. ‘Legions of hell’에서 과감한 ‘The Man in black’을 거쳐 ‘Adam's journey’까지의 화면 전개는 이 음악만큼이나 장대하며, 남성미 넘치는 힘으로 가득하다.


시종 영화의 요소요소를 관통하는 스코어 외에도 사운드트랙에는 대중적으로 히트한 록과 팝, 힙합, 영화음악이 사용되었다. 스매싱 펌킨스의 ‘Bullet with butterfly wings’,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 플레이어(Player)의 ‘Baby come back’, 드웰르 피처링 카니예 웨스트의 ‘Power’가 가창과 반주로 블랙 아담의 액션을 지원한다. 1966년부터 1977년, 1995년, 2010년까지, 노래가 소개되었을 때는 달라도 제각기 시대를 빛낸 인기 명곡으로 다세대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엔니오 모리코네 필생의 역작 중 하나 <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의 결투 테마 ‘The trio’와 존 윌리엄스의 < 수퍼맨 >(Superman, 1978)의 테마음악도 깜짝 등장해 기쁨 두 배. 발프의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21세기 액션 슈퍼히어로 장르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수록곡-

1. Teth-Adam

2. Kahndaq

3. The awakening

4. The revolution starts

5. Introducing the JSA

6. Shaza-Superman

7. Our only hope

8. Change your name

9. What kind of magic?

10.Is it the champion?

11. Your enemies

12. Black Adam spotted

13. Not interested

14. Just say shazam

15. Ancient palace

16. Little man

17. Time to go

18. Release him

19. Father & son

20. Black Adam theme

21. Fly bikes

22. Nanobots

23. Through the wall

24. 23 lbs. of eternium

25. Is this the end?

26. It was him

27. Lake Baikal

28. Capes and corpses

29. Hawkman’s fate

30. The JSA fights back

31. A bad plan is a good plan

32. Dr. Fate

33. Prison break

34. Not a Hero

35. The doctor’s destiny

36. Slave champion

37. Legions of hell

38. The Man in black

39. Adam’s journey

40. The justice society theme

41. Black Adam theme (iZNiiK Remix)

42. The justice society Theme (iZNiiK Remix)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