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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킹 우드스톡 (Taking Woodstock)
대니 엘프먼(Danny Elfman)
2010

by 김진성

2010.08.01

국내에서도 국내와 해외의 록 밴드들이 어우러지는 “록페스티벌”이 활성화되고 있는 마당이긴 하지만 “우드스톡”(Woodstock)을 실제 목격한 세대가 아니라는 점은 한편으로 불행하다. 하지만 1969년에 막을 올린 사랑과 평화의 제전, 인류공영을 부르짖은 지구촌음악축제의 장이 얼마만큼 위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음악으로 놓은 불씨는 당시를 산 세대들의 사회와 정치적 태도를 형성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테이킹 우드스톡>(Taking Woodstock)은 바로 그 “뮤직 페스티벌”을 근저에 깔고 가지만 그 자체의 중대성을 부각시켜 내세우지 않는다. 무대 위의 공연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의미망에 대해서도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심각성은 확실히 덜하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 행사의 막이 열렸고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전개와 환각적인 영상표현만큼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크로스비 스틸스&네쉬(Crosby Stills&Nash),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존 바에즈(Joan Baez) 그리고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등 시대를 빛낸 유명 아티스트들이 수많은 대중들에게 음악의 힘을 전파했을 뿐만 아니라 히피운동과 반 월남전 운동의 문화적 시금석이 된 축제한마당의 전말에 동참하는 나름 뜻있는 시간을 제공해주긴 한다.

감독 리 안(Ang Lee)은 그러나 페스티벌로 이끄는 사건들을 잠깐씩 들여다 보면서 시골 가족의 관점에서 이벤트를 바라보는 희극적 자세를 취한다. 개인적 시각에 따라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는 분명히 미국의 전원마을에 터전을 마련한 유태인가족의 희로애락을 투영한다. 이는 리 안 감독의 영화세계에서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 주제 또는 소재란 점에서 더 그렇게 보인다.

실제 페스티벌을 주최한 엘리엇 타이버(Elliot Tiber) 역을 맡은 드미트리 마틴(Demetri Martin)을 주요인물로 축제가 열릴 농장주 맥스 역에 유진 레비(Eugene Levy), 모텔은 운영하며 노년의 삶은 살고 있는 엘리엇의 아버지 제이크와 엄마 소니아 역에 헨리 굿맨(Henry Goodman)과 이멜다 스턴톤(Imelda Staunton), 건장한 동성애자 경호원 빌마 역에 리브 슈라이버(Liev Schreiber), 월남전 참전용사 빌리 역에 에밀 허쉬(Emile Hirsch), 그리고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 인상적인 조연을 한 폴 다노(Paul Dano) 등이 출연해 코믹 드라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현재 활동 중인 어느 할리우드영화작곡가보다 더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은 이와 같은 영화를 스코어링할 좋은 혈통을 타고났다. 알다시피 엘프먼은 1970년대 중반 록그룹 오잉고 보잉고(Oingo Boingo)의 리더로서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프랭크 자파(Frank Zappa)와 같은 반문화적 아티스트에 영향 받았음은 물론이다. <테이킹 우드스톡>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함에 있어서 엘프먼의 문제는 아주 유명한 전설적 아티스트들의 노래들 속에 자신의 음악을 어수선하지 않게 결합해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엘프먼은 지능적인 접근법을 찾았다. 서로 경쟁하는 느낌을 주지 않을 것, 상충하는 분위기를 배제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래서 그는 기타 하나 달랑 들춰 매고 친근하고 적절하게 스코어를 누비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영화를 위한 엘프먼의 스코어는 아마도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코믹 액션 <미드나잇 런>(Midnight Run, 1988)에 가장 근접할 것이다. 비록 무법적인 액션 스코어는 없을 지라도 말이다. 대신에 다소 전위적인 분위기를 바탕에 깔고 가는 엘프먼의 기타는 완만하다. 조용하고 가벼운 편이다. 무언가를 그리듯 동경하기도 하고 향수에 잠긴 듯 상세한 묘사를 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장밋빛 사랑의 여름을 수놓은 젊은 영혼들의 순수함을 음악으로 표현하려한다.

특별히 걸출한 큐들을 가졌거나 테마를 중심으로 변주해내는 스코어는 아니다. 대개의 연주곡은 장면의 어디서나 매우 간결하다. 대신에 일련의 소프트 록과 포크 연주곡들을 연속해서 배열한다. 마리화나 향내가 자욱하고 자유연애의 황홀한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베델 카운티(Bethel County)의 진창이 된 들판, 그 곳에 진을 친 행복한 향락객들의 캠프에서 내뿜는 환각적 이미지를 위한 사운드의 연속이다.

엘프먼의 기타연주는 매우 좋다. 때로 그는 어쿠스틱기타를 친다. 'Hash brownies'(해시 브라우니)에서 현저하다. 서민적인 소탈함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Perspective extended'(시각 확장), 'I love her'(그녀를 사랑해)는 감상적이고 'Woodstock wildtrack #2"는 다정하고 사랑스럽다. 때로 그는 남부의 블루스 조를 이용하기도하고 더 거친 전기기타사운드를 가미해 강렬한 흥취를 품어내기도 한다. 'Elliot's Place'(엘리엇의 장소), 'At Ease Man'(안심해, 쉬어 친구), 그리고 'In the Mud'(진창에서)가 그러하다. 데이비드 크라카우어(David Krakauer)의 클라리넷 독주로 서글프고 쓸쓸한 기분, 관능적인 감각을 주입해 침울한 분위기를 내는 'Get the Money'(돈을 마련하다)나 'Life Goes On'(삶은 진행된다)도 있다.

한편 또 다른 악기가 몰래 끼어들어 사운드에 살을 붙이며 믹스되기도 한다. 타이틀곡인 'Taking Woodstock Titles'(테이킹 우드스톡 제목)를 여는 첼로, 놀랍도록 낙관적인 'Groovy thing(Office #1)'(멋진 일)의 모던 리듬섹션, 'A happening(Office #2)'(사건)의 경이로운 복고풍 해먼드오르간, 그리고 'Acid trip'(환각여행)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등에서 나타난다. 'Groovy Thing'은 컨트리 록밴드 버즈(The Byrds)를 모사한 것 같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엘프먼의 초능력 영웅 스코어나 현대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들의 팬이라면 적잖이 의아할 것이다. 실망할지도 모른다. 기타연주를 주재료 한 록 연주음악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Gustavo Santaolalla)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위한 사운드트랙에서 엘프먼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냈다. 미국음악의 뿌리로의 회귀. 낡았지만 편한 스니커즈 한 켤레를 신고 시골을 산책하는 것 같은 음악풍경, 그런 기분. 허식을 벗기고 플러그를 빼고 장식을 거둬낸 간결한 멜로디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더 희망찬 시간을 환기한다. 의도치 않게 썩 괜찮은 청취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엘프먼의 이력에 <빅 피쉬>(Big Fish, 2004)가 있었던 걸 감안하면 사실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수록곡-
1. Taking Woodstock - Titles
2. Elliot's Place
3. At Ease Man
4. Welcome Home
5. The Magic Tickets
6. Get The Money
7. Chocolate Milk
8. Groovy Thing (Office #1)
9. A Happening (Office #2)
10. Groovy Thing (Guitar Solo)
11. Life Goes On
12. The Acid Trip
13. Hash Brownies
14. In The Mud
15. Perspective Extended
16. I Love Her
17. Woodstock Wildtrack #1
18. Woodstock Wildtrack #2
19. Happy Guitars
20. Guitar Improv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