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The Wolfman)을 위한 스코어가 최종 완성되어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는 길고 몹시 고된 여정이었다.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함께 했고 감독 조이 존스톤(Joe Johnston)의 요청에 따라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의한 고딕풍의(18∼19세기에 유행한 문학 양식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낭만적인 모험담을 그림) 호러스코어를 창출해냈다.
원래 2008년 11월 개봉일정이었던 영화는 영화촬영 후의 편집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겪었고 일정이 연달아 연기되었다. 결국 그만큼의 재편집이 이루어졌고 엘프먼의 스코어도 영화의 개봉시기와 맞물려 더 이상 맞출 수 없는 판국에 이르렀다. 다량을 다시 고쳐 써야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엘프먼은 이 영화 뿐 아니라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야만 했다. 일정간의 충돌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해짐에 따라서 엘프먼은 더 이상 곡을 다시 매만질 여력이 없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리지널스코어의 사용이 불가해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파울 하슬링어(Paul Haslinger)가 엘프먼을 대신해 긴급 투입되었다. 하지만 주로 전자음에 의한 스코어로 녹음된 하슬링어의 음악 또한 영화에 잘못된 선택으로 여겨졌고 제작자들은 결국 엘프먼의 오리지널스코어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엘프먼은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필름에 어울리는 음악작업을 재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콘라드 포우프(Conrad Pope)와 에드워드 쉬어머(Edward Shearmur)를 포함한 몇몇의 다른 작곡가들과 관현악편곡가들이 소집돼 음악을 다시 손질하고 추가 큐들을 썼다. 2010년 2월 개봉 전에야 비로소 근본적인 프로젝트는 완성되었다.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대규모 오케스트라스코어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작업과정은 그 자체로 합당한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영화는 동명의 1941년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했다. 형의 장례식을 위해 빅토리아시대 런던의 집으로 돌아온 셰익스피어적인 인물 로렌스 탤봇(베네치오 델 토로 분)은 불가사의하고 신비에 싸인 늑대인간에게 맹공당하고 잔인하게 물어 뜯긴다. 곧, 자신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할거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전설적 마법에 의해 이리로 변하는 '낭광(狼狂)의 저주'에 괴로워한다.
영화에는 또한 로렌스의 아버지 존 탤벗 경에 앤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 죽은 형의 약혼녀 그웬 역에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 그리고 소름끼치는 연쇄살인을 조사하며 로렌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스코틀랜드 경위 역에 휴고 위빙(Hugo Weaving)이 출연해 마블코믹스적인 안티 히어로의 역동적이고도 비극적인 암흑의 로맨스를 완성한다. 당당하게 아름다운 촬영기술과 호화로운 빅토리안 시대의 고딕 풍 미술디자인이 매혹적으로 융화된 영화는 그에 합당한 엘프먼의 스코어 반주에 의해 더욱 경이로운 분위기의 풍광을 과시한다.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하다.
<울프맨>을 위한 앨프먼 음악의 첫인상은 우선, 명백히 보이치에크 킬라르(Wojciech Kilar)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의 <드라큘라>(Bram Stoker's Dracula, 1992)를 위해 쓴 스코어를 환기시킬 만큼 유사하다. 한낱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나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의 <킹 콩>(King Kong) 스코어를 어렴풋이 떠올리게까지 한다. 사실 엘프먼은 인터뷰에서 그가 폴란드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고 코폴라의 영화에 함유된 멋지고 풍성한 경악의 공포와 낭만적 고전성의 감각을 되찾고자 했다고 인정했다.
어느 의미로 보나 그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울프맨>은 놀라우리라만치 아주 멋지고 의미심장한 음악의 표정을 담고 있으며 소담스럽게 어두운 마법의 스코어이다. 이는 이야기에 내재하는 호러와 로맨스의 결합과 음습한 대기의 시대적 무대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대담하고 단호하게 강조하는 스트링 위에 크고 강력한 사운드에 역점을 둔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의한 엘프먼의 스코어는 시종 즐거운 감흥을 주고 기이한 장관의 큐와 큐 속에서 관객들이 사운드의 쾌감에 홀딱 빠지게 만든다.
장쾌한 스코어의 서문을 여는 두 큐, 10분으로 구성된 'Wolf suite'(늑대 조곡)는 전체로서 스코어의 실질적인 개요로서 작용한다. 분명히 킬라르와의 유사성은 현악악구와 코드진행을 거쳐 나온다. 사운드의 근원이 즉각 분명히 나타나긴 하지만 엘프먼은 적절히 숙고한 경의의 표시로서 이를 좋게 꾸미고 변화시켰다. 선명한 윤곽의 대담한 4화음 울프맨 모티프를 두 악곡에 고정시켰다. 바이올린에서 첼로로 점프하고 점진적으로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는 큐들로서 금관악기로 대위강조하고 육중한 퍼커션을 가하고 미묘한 신서사이저 리듬 박동을 주고 합창을 결합해내기까지 악곡의 장엄함을 강화하면서 장려한 결말로 증강된다.
일단 스코어가 시작하면, 울프맨 모티프는 중요하게 두드러지는 풍모를 계속해서 나타내고 그 이후에 사실상 모든 큐에서 어떤 형태의 것들로 재연된다. '프롤로그'(도입부)와 같은 오프닝 큐들에서 이는 브라스 섹션과 함께 매기고 받는 공명음으로 모티프에 더 위협적인 테를 두른다. 'Dear Mr. Talbot'(친애하는 탤봇씨에게)와 같은 큐들에서는 한편 스트링에 의해 주로 연주된다. 바이올린 독주를 요소로 수반한다. 이는 영화에서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한 집시들에 의해 연주되는 전통적인 피들 음악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스트링 섹션의 다른 부분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은 스코어의 규정적 특성 중 하나다. 짙은 첼로 화음과 낮게 깔리는 베이스는 스코어에 깊이와 힘 있는 영향력을 가한다. 더 우아한 바이올린연주는 동시에 이국적인 무드, 기분변화가 심한 침울함과 쓸쓸함을 암시적으로 가져온다. 'The funeral'(장례식)에서 테마의 웅장한 연주는 일반적인 기대를 충족할 만큼 매우 감성적이다. 더불어 'The healing montage'(치유 몽타주)에서는 합창으로 강화한 버전으로 호소력 있게 다가오고, 호화로운 'Traveling montage'(여행 몽타주)와 함께 고혹과 으스스한 냉기를 뿜어낸다.
기대에 따라, 불협화음과 액션음악은 또한 스코어에서 상당히 주요한 부분을 연주한다. 'Gypsy massacre(집시 대학살)', 'Country carnage'(전원의 대학살)와 같은 큐들이 그렇다. 그리고 'Finale'(대단원)에서 엘프만은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비상하고, 좀 더 가속하고, 스트링 섹션에 활기찬 운동력을 부여하고, 퍼커션 섹션을 증대한다. 그리고 울프맨 모티프의 강력하고 위협적인 표현으로 스크린을 온통 휘젓는다. 영상의 엄청난 속도감과 파괴력은 음악의 힘을 얻어 더욱 강력한 인상을 주고 감정의 이동을 이끌어낸다.
두 곡의 변신 큐들 'First Transformation'(첫 변신)과 'Reflection/Second Transformation'(상/두 번째 변신)은 소음과 기운찬 동력의 실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는 엄청난 효과로 작용한다. 로렌스가 보름달 악몽에 의해 고통, 혼란 그리고 공포에 시달리는 동안을 적확히 포착한다. 나중에 'The Madhouse'(정신병원)는 오케스트라의 수반 하에 사무치듯 끝도 없이 계속되고 윙윙거리는 베이스음을 가진다. 뒤틀리고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는 큐는 뒤에 여성 독창과 메인테마를 경쾌하게 헤치고 나가며 해체하는 기악편성에 반해 유령 같은 연주를 병치하며 시각적 충격에 상응하는 청각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음악을 통해 관객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로렌스와 그웬 사이에 싹트기 시작하는 로맨스는 몇몇의 사랑스러운 낭만적 간주들을 통해 암시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Wake up, Lawrence'(일어나요, 로렌스), 'You Must Go'(가야만 해), 그리고 'The Antique Shop'(골동품 상점)에서 엘프먼은 더욱 차분한 일련의 관현악편곡을 도입 소개한다. 피아노 독주, 은은한 오보에, 더 풍부한 스트링을 융화해 스코어의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스릴 넘치는 맹습을 완화시킨다. 여기서조차 그러나 불길한 기괴한 망령의 분위기는 공존한다. 반 영웅적 털북숭이 늑대인간은 음악의 그 어떤 부분에서도 결코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울프맨 모티프 연주로 계속해서 유혹적으로 지분거린다.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로렌스가 코르셋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비극적 결말로 봉인될 거라는 걸 넌지시 비치며 교묘하게 환심을 산다.
영화 자체가 간담을 서늘케 할 만큼 끔찍한 비평의 치욕을 감내해야만 했더라도, 박스오피스라는 영해에 띄우자마자 침몰이나 마찬가지인 결과를 인내할 모진 운명에 처했더라도, 대니 엘프먼의 스코어는 전체 프로젝트에 대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임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의 음악목록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걸작임에 분명하다. 별도의 음악만으로도 영화의 상이 그려진다고 하면 과언일까. 오르가슴에 도달케 하는 고딕 공포의 절대쾌감, 강력하고 뚜렷하게 새겨지는 주제선율의 총화. <울프맨> 음악은 강한 효력의 '송곳니'를 관객의 혈관에 내리 꽂는다. 조금은 과하고 극단적으로 덤빈다 싶은 면도 있지만 별 문제 될 건 없다.
-수록곡-
1. Wolf Suite Pt 1 (4:12)
2. Wolf Suite Pt 2 (5:55)
3. Prologue (2:57)
4. Dear Mr. Talbot (1:45)
5. Bad Moon Rising (0:59)
6. Gypsy Massacre (2:24)
7. Wake Up, Lawrence (5:17)
8. The Funeral (4:13)
9. The Healing Montage (2:50)
10. First Transformation (3:30)
11. You Must Go (3:46)
12. The Antique Shop (3:32)
13. Country Carnage (2:31)
14. Be Strong (2:31)
15. The Madhouse (5:32)
16. Reflection/2nd Transformation (4:12)
17. The Traveling Montage (4:27)
18. The Finale (4:11)
19. Wolf Wild #2 (1:27)
♪작곡: 대니 엘프먼(Danny Elfman).
♪연주: 할리우드 스튜디오 교향악단(The Hollywood Studio Symphony Orchestra).
♪지휘: 피트 앤서니(Pete Anthony). ♪관현악편곡: 스티브 바르텍(Steve Bartek), 릭 지오비나조(Rick Giovinazzo), 콘라드 포프(Conrad Pope), 에드가르도 시모네(Edgardo Simone), 데이비드 슬로네커(David Slonaker), 클리포드 제이. 테스너( Clifford J. Tasner).
♪추가음악: 콘라드 포프(Conrad Pope), 에드워드 쉬어머(Edward Shearmur), 폴 잉글리시비(Paul Englishby), 티.제이. 린드그렌(T.J. Lindgren).
♪녹음 믹스: 로버트 페르난데즈(Robert Fernandez), 앨런 메이어슨(Alan Meyerson).
♪편집: 빌 아보트(Bill Abbott), 제이 듀어(Jay Duerr), 알렉스 깁슨(Alex Gibson), 바바라 맥더모트(Barbara McDermott), 크리스 뉴린(Chris Newlin), 쉬이 로조이(Shie Rozow), 제이슨 루더(Jason Ruder), 스콧 스탬블러(Scott Stambler).
♪앨범제작: 대니 엘프먼(Danny Elf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