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인디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검정치마의 < 201 >이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발표됐다. 2집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이번 확장판은 다소 당황스럽다. 속사정을 알아보니 소속사인 < 루비살롱 >과 결별했다고 한다. 더 이상 데뷔작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어, 재발매하는 참에 마스터링을 다시하고 3곡을 보너스로 넣었다. 아직 소포모어 음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하니, 당분간 이 작품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
검정치마는 2009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었다. 홍대거리에서는 이들의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있었고, 대형 록 페스티벌에도 당당하게 라인업에 올려놓았다.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갓 데뷔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다 노미네이티드에 기록된 것을 봐도 이들의 인기와 실력을 반증한다.
이들은 등장부터 다른 인디 밴드들과 행보가 달랐다. 인디씬에서 무명으로 활동하지도 않았고, 헬로루키 출신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혜성같이 나타났다". 검정치마의 노래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재미교포인 리더 조휴일은 10개주를 횡단하며 음악 하는 친구들 집에서 한 파트씩 녹음했다고 한다.
이런 이국적인 배경 덕에 검정치마의 음악은 여느 국내 레코드와 질감이 다르다. 로큰롤, 팝, 그런지 등을 자유롭게 뛰어넘는 밝은 터치의 음악은 국내 음악팬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특히 팝 음악에 견주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유쾌하고 선명한 멜로디는 압권이다.
조휴일의 쿨하고 무심한 보컬도 한 몫 했다. 가장 무덤덤한 목소리로 '빙하기가 와도 둘만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라는 활화산 같은 러브 송을 부른다.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한 노랫말은 '않았다'를 '않었다'로 발음하는 작은 실수들을 범하지만 그마저도 새롭고 독특하다. 메시지도 자유롭다. 주위의 여자들을 '돈만 쥐어주면 태워주는 차'로 비유하거나, 홍대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홍대 동네 슈퍼 로큰롤 스타'라고 조롱하는 가사는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앞에서도 주지했듯이 재발매 음반에는 보너스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영어를 한국어로 다시 부른 'Stand still'에서는 '강북이던 강남이건 상관없어'라며 재치 있게 노래한다. 신디사이저로 한층 안정되고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Fling; fig from france'와 미래의 자신의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I like watching you go'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킨다.
-수록곡-
1. 좋아해줘
2. Stand Still
3. 강아지 [추천]
4. 상아
5. Antifreeze [추천]
6. Tangled [추천]
7. Avant Garde Kim
8. Le Fou Muet
9. Dientes
10. Kiss And Tell [추천]
11. Stand Still (`07 Korean Ver.) [추천]
12. Fling; Fig From France [추천]
13. I Like Watching You Go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