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201
검정치마(The Black Skirts)
2008

by 한동윤

2009.01.01

그냥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는 독특한 커버가 시선을 끈다. 색약 테스트 책자에서나 봐왔던 형형색색의 무늬로 꾸며진 말을 중심으로 뒤편에는 프리즘에서 나온 것 같은 빛이 앨범의 재킷을 메운다. 보색 대비를 이룬 노란색의 숫자, 그리고 받침을 도드라지게 새긴 팀의 이름까지, 조악하게 보이는 그림에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른다.

눈만 사로잡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귀까지 포획한다. 이들의 음악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해주고 싶을 만큼 나름대로 획기적이며, 신선하고, 또한 유쾌하다. 기술과 장비가 음악을 윤색하고, 때로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하이 테크놀로지 시대에 검정치마는 반대로 '날것' 그대로의 음악을 들려준다. 그로 인해 검정치마는 더욱 '유니크'하다.

그러한 독특함을 형성하게 하는 것은 강한 침투를 보이는 멜로디이다. 록이긴 하지만 그 어떤 팝 음악에도 뒤지지 않을 잘 들리는 선율이 앨범 전체에 산포되어 있다. 복고 내음을 물씬 풍기면서 스카, 펑크, 개러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밴드의 색채를 강하게 내는 점도 검정치마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뮤직비디오로도 제작된 '좋아해줘'는 디스코 음악에서 발견되는 뿅뿅거리는 전자음으로 초반부터 일단 청신경을 잡아끈다. 좋아해 달라고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노랫말은 버스(verse)와 훅 모두 경쾌한 멜로디를 타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간주와 후반부의 기타 솔로가 명징함을 품은 'Stand still'은 예스런 분위기를 느끼게 하며, 펑크와 로큰롤의 중간 지점을 고수하는 'Avant garde Kim'은 듣는 즉시 흥얼거려질 정도로 쉬운 멜로디에 재치 있는 가사를 전달한다.

이 밖에도 '강아지', 'Dientes', '상아' 등 들썩거리는 반주와 노래는 곳곳에 구비되어 있다. 단 열 곡이지만 무엇 하나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고유의 멋을 지녀 더욱 실속 있고 알차게 느껴진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정색이 된다는 색상 이론처럼 검정치마는 최대한 많은 소리를 담아 혼합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는 이름일지도…. 그런 다채로움을 내보이려는 노력의 첫 단계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수록곡-
1. 좋아해줘 [추천]
2. Stand still [추천]
3. 강아지
4. 상아
5. Antifreeze
6. Tangled
7. Avant garde Kim
8. Le fou muet
9. Dientes
10. Kiss and tell [추천]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