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멀리 떨어져 있는 하늘과 좀 더 가까이 맞댈 수 있는 곳, 빨래 널어놓는 곳, 담배 태우는 곳, 연인과 불장난하는 곳... 이곳의 용도는 다양하다. 이 많은 쓰임새 가운데 고마운 순간을 하나 떠올려본다면 쌓아놓은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고 친구가 돼주는 달빛 비추는 밤일 것이다. 이런 날이 흔치는 않을 테지만 그것을 경험한 바 있다면 그 추억은 오랫동안 가슴에 저장된다.
박세진, 김윤주로 구성된 신인 여성 포크 듀오 '옥상달빛'은 그 찰나를 음악으로 스케치했다. '푸른 새벽'을 시작으로 '1984'까지 이미 포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듀오들이 제법 있어 팀 구성이 새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옥상달빛의 앨범 < 옥탑라됴 >는 그런 예측을 누그러뜨려주기에 충분한 그들만의 개성 표출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팀 명(옥상달빛)과 앨범 명(옥탑라됴)대로 이들의 초점은 옥상이다. 주인집 아주머니를 배려하여 시끄럽게 음악하면 안 되는 곳, 그러면서 늦은 시각까지 그 좁은 장소에서 하고 싶은 거 다하는 곳. 이 두 가지가 노래에 가지런히 자리 잡혀 있다. 악기 수는 예상대로 간결하다. 건반과 통기타의 리드, 드럼의 느긋한 박자는 옆집에 피해 안 줄 만큼 소박하게 연주된다. 그리고 핵심. 주변에 눈치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쏟아내는 푸념은 듀오의 한을 풀어준다.
'뭐가 의미 있나 / 뭐가 중요하나 / 정해진 길로 가는데 / 축 쳐진 내 어깨 위에 / 나의 눈물샘 위에 / 그냥 살아야지 / 저냥 살아야지 / 죽지 못해 사는 오늘...” ('하드코어 인생아' 중에서)
'모두들 나에게 말 했어 / 이다음에 돈 벌면, 이다음에 성공하면 / 그땐 행복할 거라고 / 그럼 지금 우리에겐 행복이란 없는 걸까?....' ('가장 쉬운 이야기' 중에서)
가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꾸밈없는 진실로 다가온다. 취업 난, 진로 선택, 외로움 등 젊은 세대의 고민거리를 짧게 표현한 두 여자의 작법은 낯설지 않다. 듣는 순간 내 얘기라는 걸, 고단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바로 눈치 챌 수 있다.
이런 눈을 가질 수 있는 건, 두 여성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옥상달빛은 이미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적이 있다. 박세진은 '2008년 유재하 음악가요제'의 장려상 수상자고 김윤주는 TV 다큐멘터리 < 그리스 >의 음악을 맡았었다. 1984년생 동갑내기 둘의 이력을 따져보면, 이들도 직장과 목표에 대한 고민이 한창때인 것이다.
꿈을 포기 못 한 두 소녀는 팀을 꾸려 홍대에서 공연을 시작했고, 원맨밴드 '올드피쉬(Old Fish)'의 소다(Soda)에게 발굴되었다. 이 연이 이어져 인디 레이블 <미러볼 뮤직>의 도움을 받아 음반이 나오게 됐다. 비록 그녀들의 내공을 진득이 살피기엔 부족한 미니 앨범이지만, 옥상이라는 남다른 설정으로 새롭게 등장한 신인의 패기만큼은 선명히 감지할 수 있다. 출발이 신선하다.
-수록곡-
1. 안녕 (작사: 박세진 / 작곡: 박세진 / 편곡: Soda)
2. 하드코어 인생아 (박세진 / 박세진 / Soda, 조용민) [추천]
3. 옥탑라됴
4. 옥상달빛 (김윤주 / 김윤주 / Soda)
5. Another day (김윤주 / 김윤주 / Soda, 조용민)
6. 외롭지 않아 (박세진 / 박세진 / Soda)
7. 가장 쉬운 이야기 (김윤주 / 김윤주 / Soda) [추천]
8. Good bye (Remix) (박세진 / 박세진 / Soda, 류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