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인터뷰

양파

by 조이슬

2007.06.01

1997년과 1998년, 라디오 전파를 덮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래방과 라디오를 위시한 각종 노래 콘테스트에서는 어김없이 한 노래가 꾸준히 메뉴를 휩쓸고 있었다. '제발 내 곁에 머물러 줘'라며 호소하는 열일곱 살 풋풋한 신인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고음에서 쭉쭉 뽑아내는 시원한 가창과 당시엔 그리 익숙하지 않았던 R&B에 기저한 '꺾기' 창법은 노래를 좀 할 줄 아는 여자 친구들에게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욕구를 불렀던 것이다. 생경했던 여성 알앤비 보컬에 틀을 세운 1997년의 이 곡은 국내 알앤비 디바의 카테고리로 묶이는 박화요비의 'Lie'는 물론 박정현의 '나의 하루'보다도 1년이 빨랐던 시기였다.

그 후 '알고 싶어요', 'Addio', 'Special night'등이 차례로 사랑받았지만 찬란한 영광 뒤에서 그는 남모를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우수한 학교성적마저 언론의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모의고사를 치르는 답안지에도 이름을 바꿔 마킹하는 등 수위를 넘은 관심 탓에 몸살을 앓아야했다. 거기다가 소속사와의 갈등 때문에 노래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묵묵히 견뎌야만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6년. 그동안에는 많은 것이 변했다. '애송이의 사랑'을 애청하던 여고생들은 어느 덧 20대 중반의 사회인으로 훌쩍 커버렸고, 가요계의 흐름도 상당히 달라졌다. 과연 옛 영광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담감은 그러나 현재론 기우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를 기억하는 팬들의 꾸준한 지원에 힘입어 다운로드 등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신보의 타이틀 곡 '사랑.. 그게 뭔데'는 부동의 1위로 가요계를 '평정' 중이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는 겸손의 인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중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컴백 성공을 축하한다. 본인도 잘 될 거라고 생각했나.
저는 정말 그냥 앨범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거기에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물론 대중적으로 앨범을 만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홍콩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매체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노력한 거에 대해서 칭찬도 잘 해주시는 거 같아요. 사실 오늘 오기 전에 어려운 말씀 하실까봐 사이트에 들어가서 인터뷰를 봤더니, 적이 오빠 인터뷰가 있더라고요. 한참 보고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 해야겠다', 그러다가 왔어요. 저 지금 많이 긴장하고 있어요. (웃음)

6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라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애초 앨범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사실 앨범의 결과물과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의 차이는 꽤 있어요. 2006년 3월 말쯤 작업에 들어갔는데, 저는 양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가 부르고 있는 노래와 제 취향하고의 간극이 좀 심한 편이었어요. 양파를 버리고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고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좀 재밌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컴백하길 바랐거든요. 그게 한 2002,3년 그 때 생각이에요. 제 나름의 꿈이자 포부였죠.

그런데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소송 문제도 있었고... 제가 앞으로 많은 걸 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는 첫 걸음이잖아요. 그런 것이 대중적으로 호응도가 높아야 앞으로 하는 과정에서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대중성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었어요. 실험적인 시도랄까 그런 걸 했다면 지금처럼 음반 시장이 힘들고, 오랜 만에 나오는 사람이 이렇게 잘 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재즈 풍인 첫 곡 'Marry me'를 들었을 때는 앨범 전체가 이전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후반부 '그녀를 버려요'를 제외하고는 유사한 스타일로 쭉 이어지는데, 그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래요. 대부분 '양파'적인 노래들이죠. 양파 팬들은 양파한테 양파노래를 원한다고 본 거예요.

'사랑.. 그게 뭔데'가 정상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본인은 이 곡이 잘 되는 이유를 무엇으로 보나.
우선, 훅이 있고, 예전에 가사들이나 음악들이 좀 낭만, 비유, 은유 이렇게 숨기면서 표현했다면 요즘은 좀 더 자극적이고, 발화되어있고 그런 걸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도 유행의 흐름인 것 같고.. 가사만 보더라도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하게 노골적이고 직설적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대중의 공감을 쉽고, 빨리 끌어내는 것 같아요.



타이틀곡 정하는 데 양파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나요?
그건 아니고요, 다수결로 정했던 것 같아요. 앨범에 같이 공들이고 참여하고 노력한 사람이 많고, 저희 회사 직원들, 사장님 등 굉장히 많은 크루들이 있잖아요. 새로 소속사를 옮기고 시작하는 앨범이고, 또 6년 만에, 어쩌면 다른 신인들보다 더 어려운 신인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중성에 관한한 그런 분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갔어요.

타이틀곡 외에 신보에서 맘에 드는 곡은. '그녀를 버려요'는 후속곡으로 밀어도 괜찮을 듯한데...
글쎄요. 대부분 맘에 들어요. '한사람'은 보컬 처리 측면에서 가장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녀를 버려요'는 좋지만 기존 양파적인 것과는 차이가 있죠. (웃으며) 이걸로 하려면 춤도 춰야 하고. (춤을 못 추냐고 물었더니) 물론 혼자 있을 때야 춤을 추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좀....

주지하다시피 6년만의 활동을 준비하면서 양파가 가장 초점을 두었던 것은 대중과의 접속이었다. 신보 < The Windows Of My Soul >은 그녀의 이런 오랜만에의 컴백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녀의 음악적 코어였던 신성호, 심상원, 조규만, 조규찬 등의 작곡가 대신 국내 대다수의 히트곡을 써온 '박근태', '김도훈'과의 작업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대중적 노선을 견지한 이번 앨범의 지향 때문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 덕인지 후속곡으로 유력한 '그대를 알고'는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거야'와의 표절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박근태가 사용한 클래식 샘플링은 아이비와, 또 슬픈 발라드의 패턴은 이수영과의 비교가 최근에 팬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런 저런 틀에 맞추지 않고 맘대로 하고 싶다!!”



이수영이란 가수가 이미 이 앨범에 있는 패턴의 노래를 많이 불러서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누가 먼저냐, 누가 먼저 우위를 점하느냐, 라는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죠. 그 친구가 제가 없는 동안 해낸 일이 많고, 마치 제가 그 흐름을 따라가는 양, 그런 평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해요. 자연스런 반응인 것 같아서 별로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은 그 친구와 주파수대가 좀 비슷한 점이 있긴 해요. 약간의 '뽕끼' 서리고, 가녀린 목소리 같은 거요. 반면에 창법이나 음악적 지향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래가 왜 그리 슬픈 건가. 슬플 이유가 그렇게 많나.
그런가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슬픈 게 아니라 전 '예쁜' 노래들이라고 봐요. (실생활에서 예쁜 것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늘 예쁜 것을 좋아해왔어요.

사람들은 최근 가요계가 너무 박근태 흐름으로만 치우치는 것 아닌가 우려하기도 한다. 이미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에 '엘리제를 위하여'를 차용했는데, 이번에는 '사랑..그게 뭔데'에 캐논을 샘플링을 했다. 같은 방식의 곡을 타이틀로 내건 것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사실 박근태 씨와 녹음을 올해 3월쯤 했는데, 얘기는 2006년 5월에 이미 '캐넌 변주곡'을 가지고 써보려고 한다는 말이 나왔었어요. 작년이니까,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가 나오기 이전인 셈이죠. 아마 '사랑..그게 뭔데'의 모티프를 먼저 짜고, 그 후에 계속 클래식 샘플링에 대한 아이템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유혹의 소나타'의 영향으로 '사랑..그게 뭔데'가 나온 건 아니라는 말이죠.

양파의 보컬을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한다고 보나.
저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보컬의 맛을, 저만의 식대로 낸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기본기가 탄탄한 친구들은 워낙에 많잖아요. 하지만 전 음악이란 건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기본기가 튼튼해도, 브레인으로 판단하기에 잘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과는 다른 것 같거든요. 전 아직도 가슴에 남고 감동을 주는 음악이 승리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랑 그게 뭔데'도 어찌 보면 좀 보컬이 거친 면도 있고 그래요. 작곡가 박근태씨도 좀 더 러프한 것이 격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데에 좋다고 생각했고요. 대중들이 말끔한 노래보다 꺼칠하고 힘들어 보이는 보컬을 사실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너무 세련된 것보다는 약간은 촌스러운 것을 의도한 거 같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보컬의 아쉬운 점은.
예전에는 되게 많았어요. 음정이랄까 흔히 '오버'라고 얘기하는 정갈하지 못한 느낌 같은 거요. 저도 다른 평론가 분들이나 음악적으로 조언해주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런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아예 맘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저렇게 틀에 맞춰서 이런 비교들이 저는 좀 무의미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가수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가수의 내면에 들어 찬 삶과 생활과 기억과 추억들, 사실 그게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이성적으로 혹은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무의식중에 목소리에서 배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같이 작용을 해서 노래를 하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로 이 자리에서 다음 앨범을 만든다면, 과연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될까.
저는 다음 앨범도 대중적으로 갈 생각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히 있고요. 어려서부터 실패에 대해서 민감했어요. 음악이란 건 어떤 계층, 어떤 취향이든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추억과 시간, 감정들을 공유하고 증폭시켜주는 힘이 있어요. 음악 안에요. 그게 내가 원하고 원하지 않고를 떠나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이런 상황들을 만들어나가고, 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한창 활동 중에 갑자기 버클리 유학행을 택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모범생적인 마인드였어요. 대학을 가야한다는 그런 거요. 사람들의 눈도 있고요. 재수를 하기엔 자신이 없었어요. 성적이 막 인터넷이 뜨고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압박도 컸었고, 기획사 내부의 문제 등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유학 중에 뮤지션으로서 배운 것은.
우선, 혼자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 색깔을 찾아야 된다는 거요. 그 전까지는 팝을 들으면서 "36단 꺾기도 꼭 해야만 해" (웃음), "나는 왜 이렇게 노래를 못할까", 곡을 쓰면서도 이런 걸 좀 따라 해볼까. 이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수업에서, 자기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걸 하나씩 들고 와서 얘기를 해보자 했는데, 저는 그 때 '자미로콰이(Jamiroquai)'를 갖고 갔어요. 재미있는 것은 각기 다른 나라, 다른 인종들의 다양함 속에서 제일 우위는 팝인 거예요. 그때 교수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동시대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얻고 영향 받는 건 사실이지만, 너희 나라의 음악은 없느냐, 너희만의 색깔, 정체성은 무엇이냐, 그런 얘기요. 나중에 한국에 와서 그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요즘 음악 들은, 혹은 그 예전에 양파 음악들은 지금 유행하고 있는 미국 시장들의 음악을 빌려오는 상황이니까 그것보다 좀 더 넓게, 많이 열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옛날 음악도 많이 찾아 듣고 그랬어요.

“내가 가는 길을 좀더 기다리고 믿어 달라!!”



나 자신을 가수로 만든 음악은.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요. 그걸 들었던 때가 중학교 때쯤인데, 전 휘트니 휴스턴의 보컬은 '엄마'같다고 생각해요. 엄마를 생각할 때 울컥하는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곡으로 오디션을 본 인연도 있고요. 애착이 많이 가는 노래예요.

가수로서의 모델이 있다면.
모든 여가수들의 로망인 뷰욕(Bjork), 그리고 홍콩의 '왕비'요. 자기 색깔을 앨범에 한 다섯 곡정도 깔고 타이틀곡은 대중적인 발라드로 밀고, 앨범도 많이 팔고, 꾸준히 활동하면서 장수하고요. 왕비의 경우는 지금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건재하잖아요. 저는 오래 가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신보를 만들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음악은.
시규어 로스(Sigur Ros), 그리고 페퍼톤스요. 사실 페퍼톤스랑은 곡 하나를 해보려고 프로듀서와 얘기도 해보고 그랬었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우선, 신보의 음악을 부담 없이 즐겨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느낌을 가질 순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모양이나 종류가 많이 다를 텐데, 그 중 어떠한 모습을 제가 투영하든, 지금 제가 가지고 가는 방향이고 길이기 때문에 좀 기다려 주시고, 믿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음반 시장이 많이 좋아지고, 가수들에게도 음악적인 용기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서 음반을 좀 더 잘 만들 수 있게, 그리고 좀 더 색다른 음악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인터뷰: 임진모, 이대화, 신혜림, 조이슬
사진: 배강범
정리: 조이슬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