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재 양파가 백지영의 ‘사랑안해’를 커버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초반부는 힘을 덜어내고 저음부를 강조해 성숙미를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대중가요 일반의 공식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치고나갈 수 있는 부분까지 과도한 기교로 덧칠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절정부에서 안쓰러울 정도로 흐느끼더니 막판에는 설마 했던 캐논 변주곡까지 동원하며 통속성의 마침표를 찍는다. 6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가져다주는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너무 안이한 접근 방식은 못내 아쉽다.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에 이은 작곡가 박근태의 노골적인 대중 유혹 전략은 이번에도 성공할 것인지 궁금하다.
배강범 ‘사랑..그게 뭔데’는 중간 즈음에 있는 곡이다. 여전히 감상자를 이끄는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반갑지만, 기교가 강조된 저음에 치우쳐서 한편으로는 아쉽다. 또한 하이햇이 가미된 드럼 소리가 곡 전개의 한 축을 이뤄 사운드가 더욱 풍성해진 것은 좋다. 하지만 후렴구에 삽입된 캐논 변주곡의 스트링 샘플링은 ’유혹의 소나타’의 멋쩍음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6년만의 외출은 소박하고 단출했던 과거에 비해 화려한 대신 ‘애송이의 사랑’, ‘Addio’ 등에서 느껴졌던 그녀 고유의 개성이 빛바랜 감이 없지 않다.
윤지훈 기억하건대, 양파라는 독특한 예명을 사용한 것은 ‘계속해서 벗겨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애송이의 사랑’에서 ‘아디오’까지는 유효한 언급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뻔한 곡으로 돌아온 지금의 양파에겐 곧이곧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랑..그게 뭔데’는 양파가 아닌 누가 들고 나오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평범한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