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버지는 며칠을 14시간 동안 일하지, 하지만 1달러도 벌지 못하지, 그의 어머니는 바닥을 닦으시지, 그러나 그녀는 1페니도 벌지 못하지, 겨우 살아가, 간신히 도시 속에서 살아가. (중략) 그녀의 남동생은 똑똑하지, 그리고 그는 남들보다 센스가 좋아, 그는 인내심이 많지, 하지만 그는 곧 아무 것도 못 가질 거야, 직업을 구한다는 건 마치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아, 왜냐면 그가 사는 곳은 유색 일꾼들은 쓰지 않기 때문이야, 겨우 살아가, 간신히 도시 속에서 살아가” ('Living for the city' 중에서)
< Innervisions >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사'다. 꼭 사회적 메시지를 설파한 앨범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록 평론의 관행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앨범 전체에 깃든 약간의 진중하고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한껏 목청이 올라간 '센' 스티비 원더의 보컬 스타일도 대부분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가사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미국은 젊은 청춘들의 '이상'으로 들끓어 올랐지만 그 이상에 대한 열망은 현실이 주는 비탄한 공허함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했다. 베트남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인종 차별에 참다못한 흑인들은 거리로 나와 행진했다. 이 때 탄생한 곡이 바로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Respect'(67)다. '존중'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노래는 흑인들의 인권을 흑인 스스로가, 그것도 여성이 외친 가장 위대한 정치적 흑인 찬가였다.
스티비 원더는 그러나 같은 흑인 가수면서도 이런 눈앞의 현실에 내내 침묵했다. 소속 레이블이었던 모타운의 경영 방침이 대중성에 맞춰져 있었고, 가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용납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1년, 스티비 원더는 재계약을 통해 '창작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보장받았고, < Music Of My Mind >, < Talking Book >에서 음악적 실험과 변신을 시도한 뒤, 마침내 메시지 측면에서도 과감히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게 바로 < Innervisions >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레이블 동료이자 11살 형이었던 마빈 게이의 영향이 컸다. 그는 스티비 원더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에 들어 모타운과 재계약에 합의하고 창작의 자율권을 따낸 뒤 반(反) 모타운적인 신(新) 영역을 개척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최고의 성과가 바로 < What's Going On? >이었다. 앨범은 베트남 전쟁, 흑인들의 어두운 삶, 환경 문제, 마약 문제 등, 당대가 직면한 사회적 현안을 아련한 선율로 진혼하는 앨범이었고, 이 컨셉과 그에 대한 뜨거운 찬사가 막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한 스티비 원더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프린스(Prince),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등에 이르기까지 흑인 음악의 전 역사를 아울러 '현실 참여 음악'에 있어 절대적 참고서가 되고 있는 이 앨범을 당시 23살이던 스티비 원더는 재빨리 흡수해 자기만의 버전으로 만들어냈다. 이것 또한 명작이었다.
'Too high', 'Don't you worry about a thing'은 마약 사용에 대한 노래이며, 'Higher ground'는 죄악의 세상을 만들어 낸 우리의 어두운 이면을 종교로 맞설 수 있다는 신념을 설파했다. 'He's misstra know-it-all'은 닉슨 정부 하의 세태를 향한 비판적 성토, 'Living for the city'는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고 구조적으로 차별이 고착화되어 있는 미국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날카롭게 파고든 냉소적 서사시다.
자칫 어둡게 흐를 수도 있었을 이 앨범을 그러나 스티비 원더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팝 앨범으로도 만들었다. 'Higher ground'의 생동하는 펑키 그루브는 'Superstition'과 함께 일렉트로닉 펑크의 정점이 되었고, 'He's misstra know-it-all'의 세련의 극치를 달리는 선율, 'Living for the city'의 점층하는 대곡 구성 등은 음악적 측면에서도 < Innervisions >가 너무나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앨범은 냉정히 말해서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Too high'의 정형적 진행을 깨고 나오는 초반부 스캣 속에서, 'Visions'의 몽롱한 기타 연주 속에서, 'Living for the city'의 당시로선 파격적인 신시사이저 연주 속에서, 우리는 이미 이 앨범이 얼마나 우리 삶에 친숙하게 들어와 있는지를 알게 된다. 모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것들이다.
앨범은 197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이후 나오는 2개의 앨범들 역시 연속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다. 앞으로도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 롤링 스톤 >은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스티비 원더의 앨범들 중에서도 바로 이 < Innervisions >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개의 앨범' 선정에서 가장 높은 순위인 23위에 올려놓았다.
-수록곡-
1. Too high
2. Visions
3. Living for the city [추천]
4. Golden lady
5. Higher ground [추천]
6. Jesus children of America
7. All in love is fair
8. Don't you worry about a thing
9. He's misstra know it all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