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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fillingness′ First Finale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1974

by 이대화

2009.06.01

흔히 스티비 원더를 대표하는 곡이 'Superstition',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Sir Duke', 'Higher ground' 등이기 때문에 그는 펑키하고 밝은 노래를 부르는 대중적 히트 가수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앨범을 차분히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편인 사람이라면, 특히 < Innervisions >와 이 앨범 < Fulfillingness' First Finale >(이하 FFF)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일반적인 인식에 동의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FFF >에서 싱글로 발표된 곡은 무그 신시사이저와 클라비넷의 역동적인 펑키 비트가 빛나는 'You have done nothing'과 'Boogie on reggae woman'이다. 하지만 이 두 곡을 제외하면 더 이상 '신나는' 곡은 없다. 나머지는 한숨과 센티함이 공존하는 몽롱한 팝 넘버들이 주를 이룬다. 사실 'Too shy to say', 'Smile please' 등에서 발견되는 이런 무드야말로 스티비 원더가 < Music Of My Mind > 이후 계속 추구해온, 그리고 “스티비 원더 표 발라드는 과연 무엇인가?”를 물을 때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Yester-me yester-you yesterday'보다 먼저 내놓아야 할 그의 공인된 음악 스타일이다.

사실 그는 진지할뿐더러 신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앨범의 커버 사진을 보면 스티비 원더가 주로 다루는 악기인 피아노의 건반들이 계단을 이루며 하늘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곳은 < Innervisions >에서 죄악의 세상과 맞설 수 있다고 말한 '더 높은 곳(Higher ground)'이며, 신이 있는 곳이고, 이상향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 하늘은 몇 겹의 구름과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야 할 만큼 현실로부터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Heaven is 10 zillion light years away'), 스티비 원더는 이것을 음악의 계단으로 이어놓았다. 여기서 현실 참여, 음악, 신이 하나로 묶여 있는 스티비 원더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인간의 악한 본성에 의해 부패하고, 불평등해졌지만 이는 신의 사랑이 우리를 정화시킴으로서 해결될 수 있으며, 그 깨달음을 스티비 원더는 음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음악의 필수 요소이며 인간의 악한 본성에 속하지 않는 '사랑'을 얘기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지만, < FFF >는 그가 발표한 앨범들 중 가장 진중하고 낮게 깔린 무드를 가졌다고 평가된다. 앨범의 발표 직후 나온 < 롤링 스톤 >의 1974년 리뷰에서, 평론가 켄 에머슨(Ken Emerson)은 이 앨범이 “전작들에 비해 덜 펑키하다”며 “< Talking Book >이 주로 여인의 사랑을, < Innervisions >가 인간성의 사랑을 다루었다면, < FFF >는 신의 사랑과 관계가 있다”고 평했다. 신앙 간증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자 올바른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매우 고독한 길임을 토로하는 'They won't go when I go'에서 이런 분위기는 절정을 이룬다.

이 앨범에서 백 보컬과 세션 출신으로서 이후 빌보드 차트 정상을 밟은 뮤지션이 무려 3명이나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놀라운 사실이다. 'Smile please'와 'Please don't go'의 기타는 1983년에 영화 < 플래시댄스 >의 삽입곡 'Maniac'(1위)을 대히트시킨 마이클 셈벨로(Michael Sembello)의 것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을 꼽으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Lovin' you'(1위)의 주인공 미니 리퍼튼(Minnie Riperton)은 'Creepin''에서 백 보컬을 맡았다. 1984년에 영화 < 풋루즈 >에 삽입되어 크게 인기 있었던 'Let's hear it for the boy'(1위)의 주인공 데니스 윌리엄스(Deniece Williams)도 'Smile please', 'It ain't no use'을 포함해 4곡에서 백 보컬을 맡았다. 신은 자신을 사랑한 스티비 원더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수록곡-
1. Smile please
2. Heaven is 10 zillion light years away
3. Too shy to say [추천]
4. Boogie on reggae woman [추천]
5. Creepin'
6. You done have nothing [추천]
7. It ain't no use
8. They won't go when I go [추천]
9. Bird of beauty
10. Please don't go
이대화(dae-hwa82@hanmail.net)